[삶과문화] 담 넘어온 대추 한 알
새참 땐 음식 나누는 ‘고수레’도
최근 함께한 작가들 플리마켓
나눔과 만남 즐거움이 함께해
한가위 연휴가 길었다. 경주 시댁에 머물면서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총명한 별과 누런 가을 들판을 누렸다. 그러나 비가 잦아서 별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마루 끝에 앉아서 이제 쓸모가 없어진 경운기를 내다보거나 비를 맞으며 뒤뜰을 어슬렁거렸다. 댓잎은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옆집 담장에서 넘어온 대추나무는 빗물에 더 번들거렸다. 대추 알이 참 실했다. 대추 알을 만지작거리다가 담 넘어온 과일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나서 얼른 손을 거두었다. 자세히 보니 우듬지 쪽은 아주 실한 열매가 달려 있었지만 담장 이쪽으로 넘어온 가지에는 이미 그 집에서 수확한 흔적이 있었다. 괜히 그 인심이 좀 박하게도 느껴졌지만 뭐 대추가 무슨 별맛 나는 과일도 아니고, 남의 과일에 관심 두는 것도 사실 우스웠다.

얼마 전 한국작가회의 성평등위원회에서는 작가들의 플리마켓을 열었다. 젊은 작가들이 글을 쓰는 시각장애 여성들과 연대하기 위해 개최한 행사다. 창비 지하 1층에 몇 개의 방은 작가들의 애장품들로 가득했다. 자신들의 책은 물론이고 평소 즐겨 들던 가방, 옷, 신발을 비롯하여 인형, 만년필, 직접 볶은 원두까지 책상마다 그득 진열되었다.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작가들은 물건을 팔기보다 오히려 다른 작가들의 물건을 사느라 바빴다. 서로의 물건을 구입하며 복작복작 모처럼 만남의 즐거움까지 나눴다. 처음 물건을 파는 수줍음으로 자신의 물건에 값을 매기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까지 정겨웠다. 한 시인은 유료 즉석 시 코너로 이 아름다운 나눔의 자리에 동참했다.
이 행사는 물품 후원 작가와 셀러 작가를 따로 정해 놓고 시작했지만, 그 외 많은 작가가 물건을 들고 왔고 또 판매도 했다. 종일 노력한 작가들의 기쁨은 판매액의 결과에서 더 커졌다. 구입해 온 물건을 풀어서 정다운 사람들에게 다시 나누는 마음 또한 기쁨이었기에 작가들은 물건을 파는 일도, 사는 일도 행복한 하루였다. 무엇보다 나는 황혜경 시인이 판매한 말하는 앵무새가 무척 마음에 든다. 민구 시인이 직접 볶은 원두도 향기롭고, 권박 시인의 스웨터도 넉넉하고 포근하다. 박소란 시인이 이기리 시인 판매대에서 구입해 선물해 준 겨자색 스카프도 퍽이나 마음에 든다. 나눈 걸 또 나누고, 그 나눔을 또 나눈 그날의 풍경은 담벼락에 넘어온 대추 한 알의 서운함을 다 이겼다.
천수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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