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100년 영화사 상징 '목포극장' 다시 시민 곁으로

최류빈 2025. 10. 2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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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영업 중단한 뒤 리모델링했음에도 2013년 역사 속으로
극장 자리에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들어왔지만 모두 폐관
최영천 대표 "영화 로케이션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날 것"
최근 목포극장에서 만난 최영천(58) 극장장은 "수익성만 보고 극장을 인수하지 않았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극장을 영화 로케이션(촬영지), 청소년 영화교육시설, 편집실, 공연장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레디, 액션" 외침과 함께 슬레이트 내려치는 소리가 극장에 울려 퍼진다. 분주히 돌아가는 영사기, 빛을 받은 관객들의 표정….

지역의 100년 영화사를 품은 '목포극장(목포시 영산로 59번길)'에서 마주한 풍경들이다. 1926년 문을 연 뒤 2008년·2013년 거듭 문을 닫는 등 흥망성쇠를 거듭한 목포극장이 오는 31일 재개관 행사 '나이롱 극장'을 통해 관객들을 다시 맞이한다.

지역민의 기억에서 사라질 뻔했던 극장이 생명력을 얻은 건 최근이다. 새 인수자가 나타나 영화 상영 공간은 물론 로케이션(촬영지), 청소년 교육, 공연 등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공간을 재구성하면서다.

대형 자본이 투입된 멀티플렉스(상업영화관)조차 버티기 어려웠던 곳에서 왜 다시 영화관일까.
목포극장 1926 외부 전경.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23일 목포극장에서 만난 최영천(58) 극장장은 "영화상영 본연의 기능은 물론, 역사를 간직한 목포극장이 로케이션으로서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극장을 인수한 이유를 밝혔다.

목포 출신으로 영화제작사를 운영하는 최 씨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단장하는 조건으로 건물주와 협의해 합리적인 임대료로 입주했다"며 "영화문화가 위축되어 가는 지역에서 목포극장은 단순한 상영관이 아니라 상징적인 공간이기에, 영상예술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극장 1층에는 '영산우드 라운지 딴따라'가 조성돼 있다. 현재는 자체 제작 영화 '장가가는 길' 속 버스킹 장면 로케이션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연장 콘셉트로 꾸며져 있지만, 향후 다채로운 테마 공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그는 리모델링비 2억여 원을 투입해 낡은 극장을 새롭게 변신시켰다. 내부에 편집실·회의실·세트장·사무공간까지 갖춰 영화 촬영부터 편집, 상영 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1관(207석), 2관(117석), 예비관(51석)으로 구성돼 대규모는 아니지만 동시 상영도 가능하다. 가로 12m, 세로 9m 크기의 대형 스크린은 시야각이 넓어 몰입감을 더한다.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광주극장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목포극장은 상업영화를 선보이되 영화 창·제작 등 부가적인 기능을 살리는 데에도 초점을 맞춘다.

극장 1층에 들어서니 입구에 '영산우드 라운지 딴따라'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로비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극장 내벽에는 '겟 아웃', '분노의 질주', '설국열차', '비긴어게인' 등 상업영화 포스터를 비롯해 목포극장 100년사를 기념하는 기념 포스터가 설치돼 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이 공간은 식음료 판매점이자 영화 촬영, 지역 예술인 공연 무대로도 쓰일 예정이며 현재 영화 '장가가는 길' 속 버스킹 장면을 반영해 공연장 콘셉트로 꾸며졌다. 향후 전시·공연 등 다채로운 테마 공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형형색색의 영화 포스터가 간판 그림 형태로 제작돼 벽면을 채운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홍도야 우지마라(1965)', '미워도 다시 한번(1968)', '토지(1974)' 등 손 그림 포스터들이 오래된 극장 특유의 향수를 자아내기 충분해 보였다.
최영천 극장장이 상영관 1관에 앉아 무등일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총 207석에 달하는 1관과 117석 규모의 2관, 51석 규모의 예비관을 갖췄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개관과 맞물려 선보이는 개막작은 목포 청년의 로맨스 코미디물 '장가가는 길'이다. 해당 작품은 극장 1층 로비를 비롯해 목포 곳곳에서 첫 번째 에피소드 까지 촬영을 마쳤다. 극장은 추억의 애니메이션 '마루치 아라치' 리메이크 작업도 준비 중이다. 현재 메이킹 필름을 선공개해 관객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2층에는 영상 편집을 공부하고 실습할 수 있는 편집실도 마련돼 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2층 한켠에는 멀티플렉스 시절의 매표소와 좌석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스피커와 기타가 설치돼 관객과의 대화(GV)나 소규모 공연도 가능한 공간도 함께 조성돼 있다.

극장이 다시 살아난 자리에서 영화제도 함께 태어났다.

극장 측은 내년 11월 11일까지 '국제 10·20 유스 영화제'도 준비 중이다. 전남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목포극장과 로데오거리, 원도심 거리 등지에서 열릴 예정이며 해외 청소년 감독들의 작품 300여 편을 공모해 본선 진출작 50편을 상영한다.

행사 일환으로 일본·러시아·몽골·인도네시아 등과 교류하는 국제 프로그램과 함께 승달산·제암산·고하도·목포해상케이블카 등 지역 영화촬영 명소를 잇는 '전남 영화 로케이션 투어'도 추진된다.
최 극장장이 로비에서 상영 예정작인 애니메이션 영화 '마루치 아라치'를 소개하고 있다. 동명의 고전 애니메이션을 리부트(재해석)한 이 작품은 극장 내부와 유달산 등지에서 촬영됐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최 극장장은 "앞으로 전남 지역 중·고교 및 대학의 영상 관련 학과와 연계해 영화교육 특성화 과정을 신설하고, 목포가 영화촬영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겠다"며 "도민 영화펀드 조성과 같은 수익성 사업도 모색해 극장이 폐관하지 않고 오래 지속되도록 운영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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