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AI컴퓨팅센터’ 광주·전남 상생이 답

김진수 기자 2025. 10. 23. 20:3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쟁의 룰 ‘공공성’→‘수익성’ 기준 전환
市 ‘실증·상용화’…道 ‘완전 생태계’ 필요
조인철 발의 AI기본법 광주만 요건 충족
정준호 “광주·전남 장점 만나면 시너지”
“광주·전남 함께 가야”
국가AI컴퓨팅센터 후보지가 전남으로 결정되면서 광주와 전남이 상생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 북구 오룡동의 국가AI데이터센터(사진 위)와 AI컴퓨팅센터 입지인 해남 솔라시도 전경./김애리 기자·<전남도 제공>

2조5천억원 규모의 ‘국가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 최종 부지로 전남 해남이 확정되면서 ‘AI 대표도시’를 향한 광주의 7년 꿈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유치전 막판 눈물로 호소했던 강기정 시장의 모습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 광주가 직면한 위기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단순히 지역 간 경쟁의 승패를 넘어 국가 대형 기술 프로젝트의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광주·전남이 갈등이 아닌, 새로운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관련 기사 -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 실패 광주지역 반발 지속>
ㄴhttp://www.kjdaily.com/1761218254666154002
<관련 기사 - 문인 북구청장 “AI산업 광주·전남 상생 협력해야”>
ㄴhttp://www.kjdaily.com/1761219000666157002

◇민간 70% 지분·경영권…‘경제성’ 초점

유치전의 운명을 가른 것은 광주의 제안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경쟁의 ‘규칙’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공공이 51%의 지분을 갖고 사업을 주도하려 했으나, 수익성 문제로 두 차례나 유찰되는 실패를 겪었다. 결국 정부는 민간에 70% 이상의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고, 국산 반도체 의무 사용 같은 독소 조항을 없애는 등 사업 구조를 ‘민간 주도 수익성 중심’으로 전면 재설계했다.

이러한 변화는 평가의 무게추를 ‘정책적 명분’에서 ‘경제적 효율성’으로 옮겨 놓았다. 삼성SDS 컨소시엄의 선택은 철저히 비즈니스 논리에 기반한 결과다.

‘해남 솔라시도’는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저렴한 전기료, 광활하고 값싼 부지, 데이터센터 냉각에 필수적인 용수 확보 등 압도적인 비용 경쟁력을 갖춘 곳이다. 장기적인 운영비(OPEX) 절감이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최적의 파트너였던 셈이다.

반면, 광주는 지난 7년간 구축한 AI 집적단지, 160여개 입주기업, 인재 양성 시스템 등 ‘생태계와의 시너지’를 내세웠다. 이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는 부합했지만 바뀐 규칙 아래서는 민간의 투자 매력을 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광주는 ‘시너지’라는 무형의 가치를, 전남은 ‘비용 절감’이라는 유형의 가치를 제안했고 컨소시엄은 후자를 선택했다.

◇위기의 광주·기회의 전남…결국 상생

핵심 인프라를 잃은 광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당장 6천억원 규모의 AI 2단계(AX 실증밸리) 사업의 동력이 약화됐고 더 나은 인프라를 찾아 기업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생태계 공동화’ 우려마저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들이 전남도에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양 지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 조인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서구갑)이 대표발의해 국회를 통과한 ‘AI 기본법’이 바로 그것이다.

내년 1월22일부터 시행될 이 법은 정부가 ‘AI 집적단지’를 지정하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사실상 광주가 유일하다. 컴퓨팅센터 유치 실패와 무관하게 광주 AI 클러스터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안전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는 것이다.

이제 광주와 전남은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전남의 압도적인 인프라(하드웨어)와 광주의 풍부한 연구 인력 및 기업 생태계(소프트웨어)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수도권에 버금가는 거대 AI 벨트 조성은 꿈이 아니다.

◇광주, ‘실증·상용화 허브’ 재도약 절실

광주시는 ‘모든 것을 다 갖춘 AI 도시’라는 기존 목표에서 벗어나 자신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선회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가 제1호 AI 집적단지’ 지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통과된 AI 기본법을 최대한 활용해 클러스터의 법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안정적인 국비 지원을 확보해 생태계 붕괴를 막는 핵심 안전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 ‘AI 실증·상용화 허브’로 재포지셔닝해야 한다. AI 2단계 사업의 목표를 컴퓨팅 파워에 의존하는 거대 모델 개발에서, 자동차·헬스케어 등 기존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AI 전환(AX) 실증’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AI 기본법의 규제 샌드박스 조항을 활용해 광주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AI 테스트베드로 만들어야 한다. 전남이 ‘엔진 공장’이라면, 광주는 그 엔진으로 제품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완성차 공장’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남, 지속가능 산업 생태계 발판으로

전남은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라는 역사적 기회를 단순한 인프라 구축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첫째, 연관 산업 유치로 클러스터를 확장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유치에 만족하지 말고 전력·냉각 기술, 장비 유지보수, 클라우드 서비스 등 연관 산업을 적극 유치해 완전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인재 양성·확보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AI 산업의 성패는 결국 인재에 달려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전남대 등 광주권의 우수한 교육기관과 연계해 맞춤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준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북갑)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심사 과정에서 광주·전남이 역할 분담할 수 있는 방안이 수립되길 기대한다”며 “재생에너지와 냉각수, 저렴한 토지 등 전남 해남의 특성과 지역거점국립대·정부출연 연구중심대학이 입지하고 연구·실증이 가능한 도심지라는 광주의 특징이 만나면 분명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

Copyright © 광주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