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뚝심’ 달 띄울까, 달 가릴까

한국시리즈 티켓이 걸린 마지막 승부에서 김경문 한화 감독의 선택이 주목받는다.
지난 22일 플레이오프 4차전 패배 뒤 마무리 김서현 투입 시점이 패인으로 꼽혔지만 김경문 감독은 “5차전에도 마무리로 쓰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 남겨두었던 4차전에서 4-0으로 앞서다 4-7로 역전패했다. 삼성 타선과 좌타자에 약했던 좌완 황준서를 좌타자가 줄줄이 등장하는 6회말 시작과 함께 등판시킨 장면부터, 위기에 몰리자 김서현을 투입해 동점 홈런을 맞은 것까지, 한화엔 패착이 됐다.
입단 3년 차 우완 김서현은 올해 33세이브를 올린 마무리로 한화의 정규리그 2위, 7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은 앞으로 팀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 마무리의 기를 살리려 계속 노력해왔다. 그렇지만 김서현은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결국 ‘마무리 김서현 살리기’가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나간 한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4차전에서 김서현은 4-1로 앞선 6회말 무사 1·2루에 등판해 르윈 디아즈를 내야땅볼로 유도했지만 김영웅에게 동점 3점 홈런을 내줬다. 멘털이 흔들린 김서현은 2사 만루 위기까지 자초해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내려갔다.

김서현은 1차전에서도 9회초 3점 차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했으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홈런 포함 3안타를 맞으며 2실점했다.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역전 우승의 실낱 같은 희망을 보던 지난 1일 인천 SSG전에서 5-2로 앞선 9회말 2사 후 2점 홈런 2개를 맞고 역전패한 충격마저 김서현의 가을야구 2경기를 통해 되살아났다.
1차전 뒤 “김서현을 살릴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했던 김경문 감독은 4차전에서 이를 시도하다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김서현이 위기를 막아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좋은 그림’을 그렸지만 김서현은 또 맞았다.
이제 마지막이 될지 모를 5차전이다.
김 감독은 4차전 패배 뒤 “결과는 감독 책임”이라면서도 “문동주만으로는 어렵다. 김서현을 5차전에도 마무리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현재 김서현은 아웃카운트 하나 잡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5차전에서 접전 끝에 한화가 세이브 상황을 맞이한다면 김경문 감독에게 매우 커다란 갈등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을 눈앞에 두고 너무도 불안해져 버린 김서현을 투입할 것인지, 자신의 말을 뒤집을 것인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김 감독의 성향으로는 김서현을 실제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결국 한화에 최상의 시나리오는 마무리가 등판할 필요 없이 이기는 것이다. 2차전에서 역투를 펼쳤던 5차전 삼성 선발 최원태를 상대로 화끈한 타선 지원이 필요하다. 1차전에서 이기긴 했지만 부진했던 한화 에이스 코디 폰세가 5차전에서는 정규시즌과 같은 쾌투를 반드시 펼쳐줘야 한다.
물론 김 감독의 ‘변심’ 가능성도 열려 있다. 폰세에 이어 현재 불펜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문동주와 김범수로만 경기를 끝낼 수도 있다. 앞으로 김서현이 회복할 기회는 또 있지만,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다음’은 없기 때문이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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