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선 고장인데… 코레일 “장애인단체 시위로 지연”

목은수 2025. 10. 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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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부착한 안내문 그대로 사용
‘단순 실수’ 해명에도 비난 여론
“사회적 약자 부정적 인식 조장”

지난 22일 경기도 내 한 지하철 역사에서 출근 시간대 차량 고장으로 발생한 열차 지연 원인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장애인단체 시위’로 안내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다. 사진은 대전 동구에 위치한 한국철도공사 본사. /연합뉴스

“장애인 이동권 시위 때문에 지하철이 지연됐다고, 오해했어요.”

안산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김모(30)씨는 지난 22일 오전 6시30분께 찾은 안산시 단원구 중앙역사에서 ‘장애인단체 시위로 열차 지연’ 내용이 담긴 안내판을 발견하고 ‘지각’ 걱정부터 했다. 마음 속으론 새벽부터 시위를 하는 장애인 단체 탓도 했다.

결국 20여분을 기다린 후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었는데, 정작 40분이 더 지난 시점에서야 받은 안내문자에는 ‘차량장애’로 인한 전동열차 지연 운행이 공지됐다.

김씨는 “(코레일 안내문대로)장애인 이동권 시위 때문에 지연되는 줄 알았다”며 “잘못된 안내로 괜한 단체탓만 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내 한 지하철 역사에서 최근 출근 시간대 차량 고장으로 발생한 열차 지연 원인을 ‘장애인단체 시위’로 안내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다.

공공기관이 장애인 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5시37분께 지하철 4호선 신길온천~안산역 구간(상행선)을 지나던 전동열차가 고장이 났다. 이 여파로 4호선과 수인분당선, 서해선 등 전동열차 50대가 10분에서 최대 90분까지 지연됐다. 이날 운행은 고장 2시간50여분 만에서야 정상화돼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문제는 지연 원인이 ‘차량 고장’이었음에도, 중앙역에서 ‘장애인단체 시위’를 지연 이유로 안내했다는 점이다. 당시 중앙역 개찰구 앞에는 “장애인단체 시위로 인해 당고개 방면 열차 지연. 바쁘신 고객께서는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의 안내판이 설치됐다. 코레일의 실책인 차량 고장으로 발생한 운행 지연을 이와 무관한 시위 탓으로 돌린 셈이다.

코레일 측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 9월 선바위역에서 진행된 전장연 선전전으로 인한 열차 지연 때 부착했던 안내문이 안내판에 남아있었다”며 “이번에 새로운 안내문을 붙여 게시하는 과정에서 뒤쪽에 있던 이전 안내문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수(?)에 대한 비난여론은 지속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당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 및 대응 전략을 담은 서울교통공사의 내부문건이 언론에 공개돼 공사가 사회적 약자(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김필순 전장연 기획실장은 “(사실조차 확인치 않고)시민들이 불편의 원인을 전장연과 장애인에서 찾도록 만들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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