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애니, 무주공산 극장가 점령…재미·완성도로 할리우드도 눌렀다

정시우 객원기자 2025. 10. 2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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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소맨’ 역주행으로 1위 올라…‘귀멸의칼날’ 韓 누적관객 548만

- 북미 역대 외국어 영화 1위 차지
- 韓 상업영화 위협하는 경쟁자로

“개봉 첫날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을 이길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어요. 박정민이 탄지로(‘귀멸의 칼날’ 주인공)를 이겼다고 웃으며 말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극장가를 점령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스틸컷. 왼쪽부터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주술회전: 회옥·옥절’, ‘체인소 맨: 레제편’.


영화 ‘얼굴’ 인터뷰 중 배우 박정민이 한 이야기다.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겠지만, 농담으로만 들을 수 없는 이유는 이 애니메이션의 놀라운 파급력 때문이다.

지난 5월 개봉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사전 예매 79만 장을 돌파하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형성하더니, 지난 22일 기준 누적 관객 548만 명을 돌파했다. 고토게 고요하루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지금 분위기라면 조만간 ‘스즈메의 문단속’(558만 명)이 보유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최고 관객 동원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뿐만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제 한국 상업영화의 쟁쟁한 경쟁자가 됐다. 이는 수치가 증명한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3일 개봉한 ‘극장판 체인소맨:레제편’은 같은 시기에 개봉한 한국 극영화 ‘어쩔수가없다’와 ‘보스’를 제치고 박스오피스를 역주행, 흥행 1위를 기록 중이다. 전 세계 누계 발행 부수 3000만 부를 돌파한 후지모토 타츠키 원작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레제편’의 누적 관객 수는 230만 명.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흥행을 선보이며 극장가를 놀라게 하는 중이다.

‘체인소맨:레제편’에게 1위 자리를 내어주긴 했지만, 또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주술회전:회옥·옥절’의 행보도 눈에 띈다. 아쿠타미 게게 작가가 2018년부터 연재한 ‘주술회전’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5만 관객을 돌파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대열에 올라탔다. 개봉 첫날 1위로 데뷔한 후 6위(22일 기준) 자리를 수성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극장가를 일본 소년만화 3대장 ‘귀주톱’(귀멸의 칼날·주술회전·체인소 맨)이 먹여 살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지난 22일 기준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박스오피스 상위 10편 중 3편이 이들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인기는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달 12일 미국에 상륙한 후 쟁쟁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더니 북미 역대 외국어 영화 1위였던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2000)’마저 넘어섰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부럽지 않은 행보다.

영화계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연이은 강세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는 중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나 신카이 마코토 등 일부 작가주의 감독 작품에 집중돼 있던 관심이 일본 애니메이션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뭘까.

일단 IP의 힘이다. 세 작품 모두 만화에서 출발해 TV 시리즈로 이어진 작품이라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이것이 팬데믹 시대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붐’과 맞물리며 시너지를 얻었다. OTT가 일본 TV 애니메이션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는 역할을 하면서 이들 만화를 극장판으로 옮긴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만화 팬덤이 극장으로 흘러 들어온 것이다.

극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들면서 극장가가 무주공산이 된 것도 무관하지 않다. 이는 재개봉 영화가 연달아 쏟아지는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신작 극영화를 접할 기회를 잃은 사람들이 새로운 볼거리를 찾으면서 애니메이션 수요가 이전보다 늘어난 영향이 크다. 원작 팬덤을 유인하기 위한 극장가의 노력도 한몫한다. 작품 포스터나 포토 카드 등을 선물하면서 N차 관람을 독려한 것이 흥행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재미와 완성도다. 원작 세계관을 모르고 봐도 관람에 무리가 없는 이야기와 극영화로 표현하기 어려운 액션을 압도적인 작화에 녹여내면서 원작 팬덤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의 니즈도 충족시키고 있는 게 흥행 요인이다. 이제 애니메이션은 일부 마니아가 향유하는 놀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은 일본 애니메이션 신드롬은 어쩌면, 이제 진짜 시작인지 모른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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