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캄보디아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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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사원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지만, 부산에는 깊은 상처를 남긴 나라다.
부산저축은행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부근에 '캄코'라는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던 이 모 씨에게 3000억 원을 빌려줬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같은 고교 출신인 이 씨는 캄보디아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파산했다.
이후에도 캄보디아는 우리나라 대형 사건에 단골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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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사원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지만, 부산에는 깊은 상처를 남긴 나라다.

전국 최대 저축은행으로 금융그룹을 꿈꾸던 부산저축은행은 2011년 2월 영업정지 철퇴를 맞았다. 몰락은 캄보디아 개발에서 시작됐다. 부산저축은행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부근에 ‘캄코’라는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던 이 모 씨에게 3000억 원을 빌려줬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같은 고교 출신인 이 씨는 캄보디아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파산했다. 그 여파로 부산저축은행은 문을 닫았고, 3만8000여 명이 피해를 봤다. 정치인 연루설 등 숱한 의혹만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후에도 캄보디아는 우리나라 대형 사건에 단골로 등장했다. 2019년 1조6000억 원의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역시 실체가 불분명한 캄보디아 개발 사업에 1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고스란히 날렸다. 김건희특검도 캄보디아 사업을 수사 중이다. 통일교와 희림종합건축사무소(희림)가 ‘건진 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메콩강 부지 개발과 신공항 건설 등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청탁한 혐의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포비아’가 우리 사회를 뒤흔든다. 20대 청년의 죽음이 알려지면서다. 그는 7월 17일 가족에게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캄보디아로 갔고, 현지 범죄 단지인 이른바 ‘웬치’에 감금돼 고문당하다 지난 8월 8일 숨진 채 발견됐다. 청년은 지난 21일 한 줌의 재로 돌아왔다. 발견 74일 만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캄보디아 중국 범죄 조직이 스캠(연애 빙자 사기) 등 범죄에 우리 청년들을 공급원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 조직은 우리 국민이 만든 대포 통장으로 보이스피싱 자금 등이 송금되도록 하고, 이를 찾아가지 못하도록 명의자를 억류하는 방식을 쓴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감금과 폭행이 자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범죄 조직에 가담했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64명이 송환됐다. 경찰은 이들 중 59명을 구속했고, 구속 대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한국인 범죄 가담자가 최대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이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다. 그런데 왜 그 많은 청년이 캄보디아로 갔을까. 이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면 ‘캄보디아 악몽’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정부가 근본적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댈 때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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