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들] 전세보증금반환소송에서 소송비용 부담의 복잡한 진실

김수빈 2025. 10. 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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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 사기나 임대인의 자금난으로 인해 피 같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변호사를 찾는 세입자의 대부분은 전세보증금의 회수가능성, 기간 등을 질문하게 되고 그 다음으로 빈번하게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는 "소송에서 이기면 변호사 비용까지 상대방에게 전부 받을 수 있나요?"입니다. 원칙적으로는 '패소자 비용 부담 원칙'에 따라, 소송에서 전부 승소한 원고는 피고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지출한 비용 전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복잡한 법률적 제약과 변수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승소 시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는 소송비용이 실제 지출한 변호사 보수 전액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송비용에 산입되는 변호사 보수는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정해집니다. 이 규칙은 청구 금액에 비례하여 법정 상한을 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승소했을 경우, 위 규칙에 따라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는 변호사 보수 상한은 대략 740만 원입니다. 만약 실제 변호사에게 1천만 원을 지출했더라도, 상대방에게는 법정 상한 액수만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소송의 진행 방식에 따른 변수가 더해집니다. 첫째,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자백간주 또는 무변론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소장 부본을 송달받고도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법원이 변론 없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는 경우, 소송비용액을 산정할 때 변호사 보수는 위 규칙 제5조에 따라 산정된 금액의 2분의 1로 감액될 수 있습니다. 소송 절차가 간소화되었다는 이유인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신속한 승소를 얻었지만 비용 회수에서는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둘째, 동시이행 판결의 경우입니다. 세입자가 만약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하는 경우라면 전세보증금반환청구에서 주택을 임대인에게 인도함과 동시에 보증금을 반환받으라는 '동시이행 판결'을 받게 될 것입니다. 법리적으로 이는 원고(세입자)가 승소했지만, 동시에 주택을 인도해야 할 의무도 부담하게 되므로 전부 승소가 아닌 일부 패소의 성격도 갖게 됩니다. 실무적으로 법원은 이러한 동시이행 판결의 경우,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하도록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보증금은 돌려받지만, 소송에 들어간 비용은 고스란히 세입자 본인이 부담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입니다.

셋째, 조정이나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입니다. 소송보다 훨씬 빠르게 판결문과 같은 효력을 갖는 조정문이나 결정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세입자에게 권리 구제 신속성이라는 큰 이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무상 조정이나 화해는 분쟁 당사자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시키는 것이 관행입니다. 신속함을 택하는 대신 소송비용 회수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소송비용을 회수하는 절차 자체에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판결문에 소송비용 부담에 관한 내용이 확정된 후, 원고는 별도로 법원에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이라는 법률 행위를 거쳐 비로소 소송비용 채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임대인의 재산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라면, 채권의 형태로 확보된 이 소송비용 역시 결국 회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소송비용 부담을 상대방에게 지우는 것은 '채권'을 확보하는 것이지,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전세금 소송은 승소하더라도 변호사 보수의 제한, 무변론·동시이행 판결, 조정의 실무 관행, 그리고 임대인의 재산 유무 등 다양한 변수들로 인하여 실제 지출한 소송비용을 전부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권리 구제를 위하여 소송을 시작하였지만, 비용 문제로 또 다른 좌절을 겪는 세입자들의 현실을 법률적으로 보다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김수빈 법률사무소 강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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