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후원금’ ‘지선용’ 치트키? ‘쇼츠’ 경쟁에 ‘막장’ 치닫는 국감

변문우 기자 2025. 10. 23. 18: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쇼츠에 담길 강력한 ‘한 방’ 만들어낸다”…발언 수위 높이고 선 넘는 의원들
초선에겐 존재감 각인시킬 기회? 최혁진, 국감 퇴장 후 후원금 마감에 ‘방긋’
추미애·서영교·전현희, 지선 노리는 중진들도 앞다퉈 ‘대법 국감’ 쇼츠 경쟁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10월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질의하며 '조요토미 희대요시'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조요토미 히데요시'로 국감스타 탄생" "나경원 박살내는 초선 최혁진" (한 유튜브 쇼츠 영상 제목)

"'대법원은 아무도 기록 행방 몰라?' 추미애 송곳 질문에 실체 다 발각" (한 유튜브 쇼츠 영상 제목)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감사의 본질과 다르거나 수위 높은 기행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의 행동이 소위 '쇼츠' 경쟁을 위해 전략적으로 계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극적인 발언이나 행동이 담긴 영상이 '영웅담'처럼 유튜브에 박제되면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아이돌 팬덤'에 버금가는 호응을 얻을 수 있어서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존재감 높이기'가 급선무인 의원들은 국감에서의 기행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쇼츠는 유튜브 등에 올라오는 '10~30초'의 짧은 영상을 일컫는다. 최근 대중들이 바쁜 일상 중 짧은 영상들을 다양하게 접하는 것을 선호하는 만큼, 롱폼보다 접근성이 좋은 쇼츠 영상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정치인들에겐 '일방적 메시지'를 보다 빠르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만큼 최고의 홍보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 쇼츠 제목에 들어갈 자극적이고 강력한 '결정타' 콘텐츠를 만들려는 차원에서 이들의 발언 수위도 차츰 높아지는 분위기다.

'나경원 친언니' 억지 추궁에, '찌질이 vs XX' 설전까지

이번 국감을 가장 전략적으로 '쇼츠 정치'에 활용하고 있는 인물은 진보 성향의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꼽힌다. 그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첫날부터 일부 커뮤니티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풍자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사진을 현장에서 꺼내들어 조 대법원장을 공격하고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조 대법원장에게 '친일'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지만 여권에서조차 국감과 아무 연관 없는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일 국감에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배우자 김재호 춘천지법원장에게 실존하지 않는 '나경원 친언니' 의혹까지 제기했다. 최 의원이 억지 추궁을 이어가자 김 법원장은 "나 의원은 언니가 없다"는 답변을 다섯 차례 반복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또 21일 국감에선 옆자리에서 질의를 이어가던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90도로 몸을 틀고 얼굴을 빤히 응시하며 질의를 방해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결국 최 의원은 국감장에서 퇴장 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 의원은 물의를 빚은 다음날인 22일 본인의 올해 후원 모금이 마감되는 '호재'를 맛봤다. 그는 자필 편지를 통해 "의정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후원금 모집이 완료됐다"며 "'힘내라'는 응원 한 마디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적었다. 앞서 그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연합 공천으로 비례대표직을 승계 받았으나, 당초 서약대로 본당인 기본소득당에 돌아가지 않고 민주당에 남겠다고 밝혀 당에서 제명됐다.

논란의 장면들은 국감 내내 반복됐다. 초선인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정책 질의와 관계없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찌질한 놈'이라는 문자를 사적으로 보낸 사실을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공개해 소란의 주인공이 됐다. 여기에 발끈한 박 의원은 '한심한 XX' 등 거친 표현을 하며 충돌해 당일 국감은 본연의 목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이때의 현장 장면은 유튜브에 "김우영 의원에게 거짓말 하다 들통난 찌질이('M' 유튜브 채널)" 등 제목의 쇼츠 영상으로 올라와 지지층들에게 관심을 끌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0월15일 현장 국정감사가 열린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秋, 대법 쇼츠에 후원계좌 노출…與 내부서도 "부적절"

초선뿐 아니라 여권 내 무게감 있는 중진 인사들도 적극 '쇼츠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다. 6선인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15일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 도중 쇼츠 영상을 찍어 본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것은 물론, 해당 영상 댓글에 본인의 '후원계좌'까지 노출시켰다. 또 4선인 서영교 의원은 대법원 국감 과정을 찍은 영상에 가수 싸이의 노래 '챔피언'을 배경 음악으로 깐 영상을 게시했다. 민주당 지도부인 전현희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현장 검증 도중 고뇌하며 필기하는 모습 등 활약상을 본인 유튜브 채널 쇼츠로 올렸다.

세 여걸들의 공통점은 모두 내년 지방선거 후보군이라는 점이다. 추 위원장은 경기지사 유력 후보로 꼽힌다. 서 의원은 이미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고, 전 최고위원도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 중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경기지사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김병주 최고위원 등 민주당의 많은 인사들이 쇼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당 내 지지층에 존재감을 효율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는 만큼 국정감사 기간 이후 이어질 예산 정국에서도 쇼츠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여권 내부에서조차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쇼츠 경쟁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 현장 국감에서 쇼츠로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최민희 과방위원장도 김우영 의원과 박정훈 의원을 필두로 한 여야 간 다툼이 벌어지자 "유튜브 쇼츠의 폐해가 여기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일침을 전했다.

야권에선 민주당이 결국 강성 지지층 입김에 굴복하고 있는 방증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최근 민주당 의원들은 다가올 지방선거를 의식한 듯 정치적 노출을 극대화하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며 "국정감사장이 민주당으로 인해 이제는 강성 지지층을 향한 조회 수 경쟁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성 지지층은 국민의 전부가 아니다. 그들의 관심을 좇는 동안, 침묵하는 다수 국민의 마음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