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 요새도시 조여오는 러시아…“시내 철도까지 진입”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인 돈바스(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한스크주) 포크로우스크에서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요새화된 이 도시가 러시아군에 떨어지면 도네츠크 전체의 방어도 위태로워진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22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보면, 러시아군은 이날과 전날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와 도시 북쪽·동쪽·남쪽의 외곽 마을 11곳에 “연속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군은 도시 동쪽 마을 미르노흐라드를 장갑차를 동원해 공격해 일부 전진했고, 이보다 북쪽 정착지인 발라한으로도 진군했다.
포크로우스크 서부 오(O)0525 도로에서도 격전이 이어진다. 이 도로는 도심으로 통하는 길목이어서 우크라이나군은 도로 주변 진지를 강화해 방어 중이다. 이외에도 도시 남서부 몰로데츠케 마을에서 러시아군 침투가 확인됐다. 러시아군은 방어선을 우회해 포크로우스크 북쪽으로 20여km 거리의 도브로필랴까지 공격하고 있다.
포크로우스크는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 수중에 남은 대도시 3곳 중 하나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2월 도네츠크의 또 다른 요새 도시인 아우디이우카를 함락한 뒤, 북서쪽으로 40여km 떨어진 포크로우스크를 점령 타깃에 올렸다. 지난 연말엔 도시 남쪽 관문 셰우첸코 등을 함락하며 북서쪽을 제외한 모든 방향에서 도시를 포위한 상태다. 러시아는 8월 기준 11만 대군을 이곳 전선에 배치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포크로우스크 주변에 겹겹이 짜놓은 지뢰·참호·대전차 장애물(용치)망으로 공격을 막아 왔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단단히 요새화된 이 도시를 우크라이나의 ‘바위’라 불렀다.
그러나 이달 들어 도시 방어가 급격히 위태로워졌다는 우려가 우크라이나에서 이어진다. 지난 19일 텔레그램에는 포크로우스크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모토스비 철도 노선 옆에서 민간인 2명이 숨진 채 누워있는 영상이 올라왔다. 러시아군이 방어선을 뚫고 도심까지 육박한 것이어서 우크라이나 여론에 충격을 줬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제7공중강습군단은 “최근 적 파괴공작 및 정찰 부대가 포크로우스크 도심에 침투했다. 불행하게도, 이들은 진격 과정에서 국제인권법에 반하여 도시에서 복수의 시민들을 살상했다”며 러시아군 진격 사실을 인정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비군은 러시아의 ‘드론 봉쇄’로 심각한 보급난을 겪고 있다. 러시아군이 도시의 주요 보급로 상공에 ‘포화 상태’ 수준으로 드론을 띄우는 데다, 최근엔 전파 방해를 받지 않는 광섬유 드론을 늘려 우크라이나군이 요격하기도 어려워졌다. 도시 남부 우크라이나군 ‘예거’ 여단 병사들은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드론 공격으로) 차량이 더는 남아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보급로가 드론 통제권 아래 놓이자, 병력 교대도 거의 불가능해졌다. 병력 교대 중 공격을 받아 큰 손실을 입는 경우가 잇따랐다”고 썼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정찰 드론을 피해 대규모 돌격보다 두어명 단위 잠입을 시도하는 점도 방어군을 괴롭힌다. 풀숲이나 장애물 밑으로 포복해오는 이들은 대부분 드론에 걸려 사망하지만, 후방까지 살아 들어온 일부는 방어군 배후를 급습하거나 드론 조종 거점을 파괴한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올해 들어 러시아군 보병의 침투 전술이 한층 정교해지면서 도시 남쪽 교외로 다시 침투할 틈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도심 고층 건물 밀집 지역에서는 침투 병력을 소탕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포크로우스크를 내어주면 ‘도시 하나’ 이상의 손실을 보는 셈이다. 포크로우스크 너머로는 북쪽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하르키우주 등에 이르기까지 요새가 부족한 평지여서 러시아의 추가 진격을 막기 어려운 탓이다.
도시를 포기하고 후퇴하는 과정에서 많은 인명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크다. 우크라이나군은 앞서 도네츠크주 바흐무트(2023년 5월 함락)와 아우디이우카에서 수비군이 무질서하게 철수하는 도중 러시아군 포격 등으로 많은 병력을 잃은 바 있다. 지금은 포격 외에 드론 공격까지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병력 후퇴 땐 더욱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짚었다.
이 매체는 “이곳 전투는 전통적인 포격·전차 위협이 아니라 ‘질식 수준의 드론 포화’ 속에서 벌어지는 최초의 도시전”이라며 “따라서 (방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철수를 미루는 평소의 ‘우크라이나식 대응’이 이번에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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