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재난마다 초동대응 부실 반복…“제도 중심 행정의 한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대적인 국가 재난관리체계 개편과 예산 투입이 이뤄졌지만, 현장의 대응력은 제자리걸음이었다.
감사원이 최근 대형재난 대응 실태를 점검한 결과, 2022년 경북 울진 산불과 2018년 경남 밀양 병원 화재, 2022년 서울 이태원 참사 등에서 초동 대응 부실과 인력 공백 문제가 반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도는 쌓였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선
“‘사람 중심’ 전환 없이는 재난 반복”

세월호 참사 이후 대대적인 국가 재난관리체계 개편과 예산 투입이 이뤄졌지만, 현장의 대응력은 제자리걸음이었다. 감사원이 최근 대형재난 대응 실태를 점검한 결과, 2022년 경북 울진 산불과 2018년 경남 밀양 병원 화재, 2022년 서울 이태원 참사 등에서 초동 대응 부실과 인력 공백 문제가 반복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3일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점검’ 감사 결과를 내놓으며 “이태원 참사는 사전 대비와 초동 대응이 미흡해 발생한 인재(人災)”라면서 “유사 재난의 재발을 막으려면 국가 재난관리체계가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2018~2023년 피해 규모가 컸던 사회재난 3건을 심층 분석해 재난관리체계의 구조적 취약점을 짚었다.
◆현장보다 제도에 집중된 재난 대응=정부는 재난관리체계를 손질하고 인프라를 확충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대응 혼선이 반복됐다. 재난안전통신망과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관제 시스템 등 장비는 구축했지만, 품질 저하와 숙련 부족으로 실제 재난 상황에서는 활용도가 낮았다.
2022년 울진 산불이 대표적이다. 발화 지점이 CCTV에 찍히고 있었지만, 감시 인력이 없어 초기에 발견하지 못했고, 불길이 강원도로 번지며 무선기지국이 파손돼 통신망이 마비됐다. 진화에는 213시간이 걸렸고, 산림 2만여㏊가 소실되고 이재민 589명이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 대응력 부재·매뉴얼의 형식화=기초 지자체의 대응도 미흡했다. 24시간 상황실 운영 등 제도적 틀은 갖춰졌으나 인력 부족과 형식적인 교육·훈련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면서다.

행정안전부는 2024년 4월 모든 지자체 상황실에 전담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감사 결과 절반은 여전히 당직자가 겸임 근무 중이었다. 당직자 1289명 중 재난 교육을 받은 사람은 17.1%(221명)에 그쳤다.
최근 3년간 대형재난 67건 중 52.2%에서 지자체는 행안부가 알려줄 때까지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재난문자 발송에도 평균 1시간39분이 걸렸고, 41.8%는 아예 발송이 누락됐다.

재난 대응 매뉴얼도 실효성이 떨어졌다. 지자체별로 평균 26.9개의 매뉴얼을 관리하며 위기관리 매뉴얼은 총 8837건에 달했지만, 한권당 600쪽에 이르러 현장 담당자가 숙지하기 어려웠다.
감사원은 “재난유형별로 매뉴얼이 따로 존재해 복합·신종 재난 발생 시 어느 매뉴얼을 적용할지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형식적 대응의 한계를 지적했다.
◆“사람 중심으로 대응 체계 전환해야”=감사원은 재난관리의 초점을 제도와 인프라에서 ‘사람’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재난총괄부서장에게는 동일 직급 대비 2배 수준의 보수를 지급해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방재직 공무원에게는 장기 근속을 유도할 수 있는 승진·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단기적으로는 상황실 근무자 교육을 강화해 초동 대응 역량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군 단위 지자체의 인력난을 고려해 광역·경찰·소방과의 통합 상황실 운영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난유형별로 흩어진 매뉴얼을 ‘통합형 매뉴얼’로 단순화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지금처럼 풍수해·산불·산사태 등 유형별 매뉴얼이 각각 존재하면 복합·신종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적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부서의 행동 요령을 한 권으로 통합하고, 실전형 불시 훈련을 강화해 훈련 결과가 현장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