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핏·비욘세 연기 선생님 “연기의 핵심은 공감”
“‘기생충’ 완벽한 영화…봉준호 감독님과 꼭 일해보고파”

브래드 핏, 실베스터 스탤론, 라이언 고슬링 등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에게도 연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은 있기 마련이다. 연기가 서툰 신인 시절, 혹은 연기력이 정체기를 맞을 때 이들이 찾아 나서는 인물이 있다. 할리우드에서 45년간 연기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바나 처벅(73)이다. 그는 국내에 연기 이론 책 ‘배우의 힘’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배우 노재원은 연기가 잘 안된다고 느낄 때 이 책을 읽는다고 했다.
‘이바나 처벅 스튜디오’를 설립해 자신만의 연기 기술 ‘처벅 테크닉’을 가르쳐온 그가 이달 처음으로 한국에서 연기 워크숍을 연다. 처벅이 전하는 ‘연기 잘하는 법’은 뭘까? 지난 22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나 들어봤다.

처벅은 캐릭터에 공감하는 것을 연기의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꼽았다. “예를 들어 중독자 연기를 할 땐 약에 취한 느낌만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내가 이 상황에 공감할 수 있는지 들여다봐야 해요. 살인마 역을 맡아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 하고요.”
감정을 구체화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신한 역할을 맡았다면 임신 안 해본 배우라 해도 보호본능을 느껴야 해요. 두려움이라는 추상적 감정을 연기할 때는 ‘나는 지금 살아야 한다’는 구체적 생각으로 바꿔야 하고요.”
이처럼 연기하는 데 필요한 자질이 뭐냐는 물음에 그는 ‘용기와 노력’이라고 답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계속 공부해야 해요. 용기 내어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중요해요. 배우는 캐릭터를 위해 자신의 과거나 아픔을 드러내곤 하는데, 이때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그는 “배우들에게 감정을 사용하라고 하면 재미를 잃을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재미를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가 처음부터 연기 지도자를 꿈꾼 건 아니다. 처음엔 배우가 되고 싶었다. “배우가 되려고 로스앤젤레스(LA)로 이사 갔어요. 연기 수업을 듣다가 ‘사람들이 실제로 하지 않는 행동을 왜 배우들만 하지?’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드니 재밌지가 않았어요. 배우들도 실제 사람들처럼 진실한 현실을 보여주길 바랐기 때문에 내가 한번 가르쳐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연기 지도자의 길로 접어든 그는 브래드 핏, 비욘세, 실베스터 스탤론, 라이언 고슬링, 짐 캐리 등 여러 할리우드 배우들과 작업했다. 브래드 핏은 신인 시절부터 그에게서 연기 지도를 받았다. “브래드가 배우가 되기 위해 처음 로스앤젤레스에 왔을 때부터 작업을 시작했죠.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대사가 석줄인 촬영을 위해 1시간 반 동안 작업할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이만하면 된 것 같다’고 하니, 브래드는 ‘더 연습할까요?’ 하더군요.”
브래드 핏이 무명 시절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1) 관련 일화도 들려줬다. “브래드와 제 다른 제자가 동시에 제이디 역 오디션을 봤어요. 제자가 직접 구상한 연기 방향을 말해주길래 ‘브래드는 동작도 더 크게 하고 코믹한 요소도 많이 넣을 테니, 너는 다르게 해야 한다’고 얘기해줬죠. 결과적으론 브래드가 캐스팅됐고요.”

비욘세와는 영화 ‘드림걸즈’(2006) 촬영 때 함께했다. “‘드림걸즈’에 나오는 노래 가사도 마치 연기 대본처럼 작업했어요. 가사에 대한 분석을 완성했을 때만 노래해도 된다고 했죠. 비욘세가 분석을 마치고 노래를 들려줄 때 속으로 ‘와! 비욘세가 우리 앞에서 노래를 해주다니’ 했죠.” 비욘세는 2009년 자신의 노래 ‘싱글 레이디’를 발표하기 1주일 전 처벅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곧 새 노래가 나오는데, ‘드림걸즈’ 때 작업이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로는 실베스터 스탤론을 꼽았다. “69살에 저를 찾아왔어요. ‘내가 지금 연기가 많이 정체돼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고요. 꿈을 이루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그만큼 노력했기에 많은 상을 타는 배우가 될 수 있었겠죠.”

그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봉 감독의 ‘기생충’은 그의 인생 영화다. “진행하는 모든 워크숍에서 ‘기생충’ 이야기를 해요. 제가 보기엔 완벽한 영화이기 때문에 봉 감독님과 꼭 일해보고 싶습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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