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의 양자역학적 분석 [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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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딸 결혼식 때 축의금·화환을 받지 않았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015년 딸 결혼식 청첩장도 돌리지 않았다.
현역 의원 시절인 지난해 결혼한 김근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식을 생략한 건 축의금이 부담스러워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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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외국인이 기이하게 보는 한국 문화 중 하나가 결혼식 축의금이다. “결혼 선물을 현금으로요?" 축의금은 농촌사회 상부상조 문화가 변형된 것이다. 잔치음식을 함께 만들어 나눠 먹고는 했는데, 도시화 이후 결혼비용을 보태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20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두 자녀 축의금으로 3억 원을 받은 것이 도마에 오르자 “40년 넘게 낸 것의 품앗이 성격”이라고 했다. 그럴 만하다는 게 당시 여론이었다.
□ 축의금에 대한 세법 규정은 모호하다.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액수’라면 과세하지 않는다. 사실상 한도가 없는 셈. ‘한자리하는' 사람이 자녀 혼사를 치르고 나면 종종 뒷말이 나온다. “축의금 줄이 100m는 되더라.” “봉투에 명함도 넣으라더라.” 보통사람들은 축의금 앞에서 벌벌 떤다. 돈이 나가니 떨고, 청탁금지법을 위반할까 봐 떤다. 국민권익위 홈페이지엔 ‘소심한’ 문의들이 올라와 있다. “딸 축의금이 너무 많이 들어왔는데 초과분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식대가 축의금보다 비싸겠어요. 좀 더 내면 안 될까요?”
□ 잔뜩 몸을 사리는 권력자도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딸 결혼식 때 축의금·화환을 받지 않았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015년 딸 결혼식 청첩장도 돌리지 않았다. 현역 의원 시절인 지난해 결혼한 김근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식을 생략한 건 축의금이 부담스러워서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아들 결혼식을 조용히 치르려 했지만 계좌번호가 적힌 온라인 청첩장이 퍼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딸이 최근 국회에서 결혼했다. 국정감사 기간을 피했거나 축의금 카드 결제를 처음부터 막았다면 이렇게까지 질타받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신경 쓰지 못했다”는 해괴한 해명을 내놨다.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양자역학을 접하고도 제정신이라면,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직자, 특히 여당 중진 의원이라면 더 난해한 것에 정신이 팔려 있었더라도 스스로를 검열하고 선을 지켰어야 한다.
최문선 논설위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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