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오만원권 화폐 인물을 단군으로 바꾸자

이연수 2025. 10.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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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수(바른역사 시민연대 공동대표)
이연수 바른역사 시민연대 공동대표

우리 지폐 중 최고액권은 오만원권이다. 오만원권에 그려진 인물은 조선조 중엽 여류 문인이며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다. 지폐 배경으로는 그녀의 묵포도도가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어몽룡의 월매도와 이정의 풍죽도가 세로 방향으로 인쇄되어 있다. 2009년부터 발행된 5만원권이 새로 만들어질 때 어떻게 신사임당이 디자인 인물로 선정될 수 있었을까? 좀 의아한 생각이 들어 당시의 신문 기사를 보았다.

'한국은행이 5만원, 10만원권 고액권 지폐의 초상 인물 후보를 10명으로 압축함에 따라 오는 9월 말쯤 결정될 최종 초상 인물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략) 현재까지 우리나라 지폐에 등장한 초상 인물들은 모두 성이 이(李)씨이다. 그러나 이번 한은이 발표한 10명의 고액권 초상 인물 후보에는 이씨 성을 가진 인물이 한 명도 없어서 비(非) 이씨 인물이 처음으로 우리나라 지폐에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략) 또 이번 한은의 고액권 초상 인물 후보에는 신사임당과 유관순 등 여성이 2명 포함돼 있어 우리나라 지폐에 최초로 여성 인물 초상이 등장할지도 관심거리다.'(경향신문 2007년 8월 7일 자)

그러니까 신사임당이 선정되게 된 배경에는 李氏 성이 아닌 여성을 찾다 보니 선정됐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당시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도 유력하게 떠올랐으나 여성이 한 명도 없다는 논리로 신사임당이 선정됐다.

한나라의 지폐에 도안되는 인물은 대부분 역사적 주요 인물이거나 나라의 건국자 또는 외침에서 그 민족을 구한 영웅들이 대부분이다. 애매한 경우에는 그냥 그 나라의 상징 산이나 자연을 넣는다. 우리나라의 현 지폐에 나오는 인물은 오만원권에는 신사임당, 만원권은 세종대왕, 오천원권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이며 신사임당의 아들인 율곡 이이, 천원권은 역시 조선 중기의 유학자 이황,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은 백원짜리 동전에 겨우 나온다. 그것도 장군이 아니라 문신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아무리 조선왕조 5백년을 성리학이 지배했다고 하나 성리학자 2명이 지폐에 등장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 인조반정 이후 조선의 성리학 탈레반이 된 노론과 남인의 종장(宗匠))이어서 선정됐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도 해 본다. 혹시 조선의 정체성을 강조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조선총독부의 식민사관의 음모가 묻어있지 않는가도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 5천년 역사를 대표할 수 있는 화폐 인물로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단연 국조(國祖) 단군왕검이 떠오른다. 또 고구려 때 수당의 침입을 막아낸 을지문덕, 연개소문, 귀주에서 거란의 침입을 막아 낸 강감찬 장군,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임란 때 외적을 물리친 성웅 이순신 장군 등이 떠오른다. 근세 인물로는 안중근, 안창호, 김구(2008년 십만원권 인물로 추천되었지만 발행되지 못했다). 윤봉길, 신채호 등 5천년 역사에서 전 민족의 존경을 받을 만한 인물들은 많다.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화폐 인물을 바꿀 때가 되었다. 더구나 올해는 광복 80주년의 뜻깊은 해이다. 그러나 아직도 단군은 신화 속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식민사관 추종자들이 국사학계를 장악하고 있는 불행한 시대이다. 단군은 기원전 2333년 아사달에서 우리 민족 최초 국가인 조선을 개국한 왕검이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단군왕검이 나라를 연 그날을 개천절이라 정하고 1949년부터는 국가 기념일로 정해 왔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1961년까지는 우리 민족의 뿌리인 단군이 나라를 세운 해를 기년(紀年)으로 단기(檀紀)를 사용했다. 그러나 5·16쿠데타 이후 1962년부터는 서기(西紀)를 사용했다. 세계화의 추세에 맞춘다고 했지만 우리나라 표준시를 동경 표준시로 하는 등 만주 군관학교, 일본 육사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흔적이 역력히 드러나는 정책들이다.

우리나라의 정통성, 역사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제 우리나라를 세운 단군을 화폐의 얼굴로 등장시키자. 우리나라가 홍익인간, 제세이화의 정신으로 5천 년 전에 세워진 위대한 나라라고 밝히자. 아울러 유학자 중심의 화폐 인물도 재검토 해보자. 비록 새로운 디자인의 주조를 제작하기 위해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민족의 역사를 바로잡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이제는 화폐 인물을 재검토해 볼 때이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