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80㎝는 돼야지" 보조제도 챙겨 먹였지만…성장 막은 '3가지'

정심교 기자 2025. 10. 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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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부터)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이영준 부회장, 황일태 회장, 이해상 홍보이사가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학부모 2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바른 성장 및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들과 딸의 키가 각각 180.4㎝, 166.7㎝일 때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보다 각 5㎝ 이상 큰 키를 원한 건데, 숨은 키를 찾아준다는 한약과 영양제, 심지어 성장호르몬 주사치료까지 알아보는 부모도 적잖다. 하지만 부모들의 이런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자녀들의 수면·식단 등 생활습관이 키 성장을 방해할 정도로 심각하게 나빠졌다는 전문의들의 지적이 나왔다.

23일 대한소아내분비학회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창립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국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바른 성장 및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지난 6월23일~7월28일 만 5~18세 자녀를 둔 부모 2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바른 성장에 대한 인식을 비롯해 생활습관과 식습관 등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전반적인 생활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2016년 대한소아내분비학회에서 실시한 대국민 설문 조사와 비교해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학부모 10명 중 3명은 키를 키우기 위해 자녀에게 키 성장 보조제(28%), 칼슘(33.9%), 비타민D(32.4%)를 사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만 5~6세 미취학 아동의 경우 '뼈 성장'에 필요한 칼슘·비타민D 섭취율이 약 40%로, 더 적극적이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부모들은 아들의 키가 180.4㎝, 딸의 키가 166.7㎝일 때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대한소아내분비학회·한국갤럽
부모들은 자녀의 키 성장을 위해 운동하게 하고, 칼슘·비타민D 같은 영양제, 키 성장 보조제를 먹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대한소아내분비학회·한국갤럽

또래보다 키가 작은 가정에선 키 성장 보조제를 사 먹인 비율이 47%로 키 성장에 문제가 없는 가정(23.9%)보다 높았다. 그러나 키 성장 보조제의 실제 효과에 대해 응답자의 75.7%는 '보통' 혹은 '효과가 없었다'고 답해 기대만큼의 키 성장 효과는 얻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자녀의 큰 키를 원하는 학부모들의 바람과 달리, 자녀들은 일상에서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는 습관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운동 부족은 심각했는데, 절반 이상(55.3%)은 1주일 운동 횟수가 '주 3회 미만'에 그쳤다. 여고생의 42.4%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신체활동이 부족한 원인으로는 '아이가 너무 바빠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63.5%로 가장 많았다.

식습관도 문제였다. 자녀가 하루 세 끼 식사를 지키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20%였다. 특히 여고생의 40%는 하루 두 끼 이하로 식사했고 25.4%는 아침을 거른다고 응답했다. 미취학 자녀에게서도 7.3%가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답해, 성장기인데도 아침 결식 비율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숙면은 성장과 직결된다. 성장호르몬이 잘 때 분비돼서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가운데 잠자기 직전까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비율이 55.7%에 달했으며, 중고등학생은 70~80% 수준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비율도 증가했다. 중고등학생의 80% 이상은 하루 수면 시간이 8시간 미만이었다. 초등학생은 36.3%가 하루 8시간 미만으로 잔다고 보고됐는데, 이는 2016년(35.2%)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로, 세 명 중 한 명꼴로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지 못했다.

심지어 미취학 아동의 26.3%가 하루 수면 시간이 8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학회는 "이는 학령기 이전부터 전자기기 사용 증가와 맞물려 수면 패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학회에 따르면 키 성장의 약 80%는 유전(가족력)이 좌우하지만, 그 나머지는 숙면, 운동, 균형 잡힌 식습관에 달려있다. 황일태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회장은 "키 크는 주사 같은 성장호르몬은 내분비 등에 장애가 있어 성장을 못 하는 아이를 치료하는 게 목적"이라며 "단순히 아이의 키를 미용 목적으로 키우기 위해 성장호르몬 주사를 투여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상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홍보이사(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아이가 성장 관련 문제가 있을 때 무분별한 키 성장 보조제 사용보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치료할 필요가 있다"며 "자녀의 키 성장을 점검하고 싶다면 '소아내분비 분과 전문의'를 찾아가 진료받는 게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소아내분비 분과 전문의는 전국에 250명가량이 있으며, 이들이 진료하는 의료기관은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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