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소 타고 왔소” 7km 달려 수원시청행… 민원 넣으러 왔다

유혜연 2025. 10. 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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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소 여름이 등에 올라탄 정면채씨
오전 9시부터 두 시간 반 이동
임시 동물 전용 주차구역서 ‘정차’
“사업 신청 안내 몰라 기간 놓쳐”


23일 오전 정면채(65)씨가 소를 타고 수원시청에 방문하고 있다. 정씨는 수원시청에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소를 타고 수원시 하광교동에서부터 수원시청까지 이동했다. 2025.10.2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자, 시청에 왔으니 우리 어디 시청 구경 좀 해보자.”

23일 오전 11시30분께 ‘황소 가족’이 수원시청을 찾았다. 수원시 하광교동의 자택에서 이곳까지는 7km. 암소 ‘여름이’ 등 위에 올라탄 정면채(65)씨는 수소 ‘겨울이’와 송아지 ‘우경이’를 몰고 오전 9시부터 꼬박 두 시간 반을 이동했다. 주차 차단기를 비켜 조경 수풀을 밟고 겅중겅중 걸어들어온 소들은 시에서 임시로 마련해준 동물 전용 주차구역으로 향했다.

23일 오전 수원시 인계동 8차선 도로 가장자리에서 정면채(65)씨가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황소들을 몰고 수원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2025.10.2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이색적인 행렬에 시민들도 신기해했다. 시청 인근 인계동 8차선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세 마리의 소와 이를 진두지휘하는 남성.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며 “정말 소를 타고 오셨어요?”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씨는 “이게 바로 생태교통이다. 차보다 더 따뜻하고 좋다”며 “중간에 기름도 넣고 쉬엄쉬엄 왔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가 이른 아침부터 황소들을 몰고 시청을 찾은 이유는 ‘도시가스 지원 배제’ 민원을 넣기 위해서다. 소를 임시 주차장에 매어둔 뒤 시청 입구 잔디 구역에 선 정씨는 “같은 마을인데 누구는 도시가스를 넣어주고, 누구는 가전제품 지원만 한다. 이런 불공정이 어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오전 정면채(65)씨가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소를 타고 수원시청에 방문했다. 2025.10.2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정씨가 거주하는 하광교동은 광교상수원지역이다. 지난 2022년부터 주민지원사업 형태로 도시가스 공급이 이뤄졌지만, 정씨 주택은 지원 사업에서 제외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해당 사업은 사전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 신청 안내가 고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몰랐던 정씨가 해당 기간 안에 신청하지 못한 것이다.

황소 가족을 뒤로한 정씨는 민원실로 들어간 뒤 담당 공무원들과 면담을 이어갔다. 정씨는 “연락 한 번 없이 신청 기간이 지났다고 한다. 나는 그런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 그린벨트 상수원보호구역 주민 지원 사업을 도시가스로 해준다는 것 까지만 알았지 개인별 접수받은 건 모른다”며 가구별 지원 내역 등을 정보공개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정보공개를 요청하셔도 개인 정보가 들어 있는 부분등은 공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23일 오전 정면채(65)씨가 담당 공무원들을 만나 민원 사항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2025.10.2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민원을 접수한 정씨는 간이 주차장에서 주인을 기다리던 황소 세 마리를 데리고 귀가길에 올랐다. 그는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향후 재차 출몰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면담을 마친 뒤 정보공개 신청을 했습니다. 직접 방문해 자료를 받아볼 겁니다. 상황을 봐서 만약 시청이 비협조적이고 황당한 이야기를 하면 또 소를 몰고 와야죠.”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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