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스윙 두 번? 난 그래도 풀스윙… 이승엽도 못한 일 했다, 역대급 ‘가을의 전설’ 완성 기다린다

김태우 기자 2025. 10. 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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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하며 팀을 벼랑에서 구해낸 김영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김서현(한화)의 초구가 미트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김영웅(22·삼성)은 크게 헛스윙을 했다. 타이밍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 김영웅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자신감보다는, ‘이거 치기 쉽지 않겠다’는 표정이 드러나고 있었다.

초구 시속 156.2㎞의 빠른 공을 본 김영웅은 2구째 155.4㎞의 공에도 방망이를 크게 돌렸다. 하지만 이 또한 늦었다. 다시 헛스윙을 했다. 김영웅은 잠시 타석을 벗어나 숨을 골랐다. 그렇다면 이때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김영웅은 22일 대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김서현이 그렇게 빠른 공을 던질 줄 몰랐다. 초구에 스윙을 했는데 156㎞가 나오더라”면서 “타이밍을 많이 앞에 두고 쳤는데도 늦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 자신의 스윙으로는 저 빠른 공을 이겨낼 수 없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던 것이다. 그리고 미처 생각을 다 정리하기도 전에 타석에 들어서야 했다. 여기서 보통의 타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최대한 존을 좁혀놓고 어떻게든 콘택트를 하는 것이다. 빠른 공 두 개가 들어왔기 때문에 유인구가 하나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 머리가 복잡할 법했다. 그런데 김영웅은 역시 보통 기질이 아니었다.

김영웅은 그냥 패스트볼 하나만 보고 있었다. 김영웅은 “높은 공은 못 치겠다 싶어서 낮은 공에 포커스를 두고 쳤는데 운 좋게 맞았다”고 말했다. 사실 김서현의 공은 시속 150㎞ 초·중반이기 때문에 변화구에 포커스를 맞추다 빠른 공이 들어오면 무조건 늦는다. 김영웅은 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설사 삼진을 당하더라도 풀스윙을 돌리기로 했다. 말은 쉽지만, 베테랑 선수라고 해도 이런 결정을 내리고 몸으로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 헛스윙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인 타격을 하는 김영웅의 성향은 삼성 PS 역사에 길이 남을 경기를 만들었다 ⓒ곽혜미 기자

김영웅의 풀스윙은 결국 플레이오프 5차전을 만들어냈다. 김영웅은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4로 뒤진 6회 1사 1,3루에서 김서현의 낮은 쪽 패스트볼을 두들겨 우중월 동점 3점 홈런을 날렸다. 패색이 짙어지던 팀을 말 그대로 벼랑에서 구해내는 극적인 홈런이었다. 삼성 더그아웃의 기세가 최고조를 찍는 순간이기도 했다.

김영웅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4-4로 맞선 7회, 다시 주자 두 명이 깔린 상황이 왔다. 보통의 선수라면, 여기서 초구 하나는 지켜보는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 마운드의 한승혁의 제구가 다소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윙에 거침이 없는 김영웅은 초구 패스트볼을 그대로 잡아 당겨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연타석 3점 홈런도 굉장히 드문데, 그것도 동점 3점 홈런, 역전 3점 홈런이었다. 단순한 6타점이 아니었다.

유구한 프랜차이즈를 자랑하는 삼성 구단 역사상 포스트시즌 한 경기에 홈런 두 방을 때린 선수는 이전에도 당연히 있었다. 1999년 이승엽도 한 경기 2홈런을 기록했고, 당장 지난해에는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디아즈와 김헌곤이 나란히 2홈런 경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영웅처럼 영웅적인 서사시를 쓴 것은 아니었다. 일리미네이션 게임(패하면 시즌이 종료되는 경기)에서 동점, 역전 홈런으로 6타점을 쓸어 담았다. KBO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에 이런 영양가를 보여준 타자는 전례가 별로 없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 가을에서도 대활약을 이어 가고 있는 김영웅 ⓒ곽혜미 기자

삼성 구단 역사상 최고 타자인 이승엽도 포스트시즌에서 못한 일을 한 김영웅은 이런 당찬 성품을 바탕으로 큰 경기에서 대활약을 하고 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인데, 삼진을 각오하고 시원하게 돌리는 성향이 오히려 큰 경기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는 이 스윙은, 적어도 지난해와 이번 가을에서는 대단한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김영웅은 올해 포스트시즌 9경기에 나가 벌써 4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만 12타점을 기록 중인데 이는 2017년 오재일(당시 두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플레이오프 타이 기록이다. 5차전에서 1타점만 추가하면 역사를 새로 쓴다. 김영웅은 올해 포스트시즌 타율이 0.419, OPS(출루율+장타율)가 1.435에 이른다. 현재 타격감이 절정이라 이 기록 경신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료들과 함께 5차전을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간다면 KBO리그 역사에 남을 ‘가을의 전설’에도 도전할 수 있다. KBO리그 포스트시즌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6개다. 한국시리즈까지 나간다고 한다면 이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다. 최다 타점 기록은 2009년 ‘가을 사나이’ 박정권의 17타점(12경기)인데, 김영웅은 벌써 15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다. 김영웅의 올해 가을 OPS는 1.453고, 단일 시즌 기준 포스트시즌 9경기 이상을 뛴 선수의 최고 OPS는 2017년 오재일의 1.548이다. 역대급 ‘가을의 전설’은 현재 진행형이다.

▲ 플레이오프 단일 시즌 타점 신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는 김영웅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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