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사정기관이 국가 질서 어지럽혀”···검찰 ‘쿠팡 무혐의’ 겨눴나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최근 국정감사에서 일부 사정기관들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그야말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기강 문란 행위”라고 말했다. 쿠팡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 무혐의 처분 과정에서 검찰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겨냥한 발언으로 검찰개혁 정당성과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누구보다 공명정대해야 할 사정기관 공직자들이 질서 유지와 사회 기강을 확립하는 데 쓰라고 맡긴 공적 권한을 동원해 누가 봐도 명백한 불법을 덮어버리거나, 아니면 없는 사건을 조작하고 만들어서 국가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철저히 그 진상을 밝히고 잘못에 대해선 그야말로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하고 단죄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사정기관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의 권한은 다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온 것”이라며 “오로지 주권자를 위해, 주권자의 통제·감시 아래 공정하고 정당하게 행사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이 사정기관들, 사정기관 공직자들의 공적 권한은 그야말로 그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소금과 같은 최후 보루 아니냐”면서 “사회질서와 기강을 유지하라고 준 권한을 특정 사적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돼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공직자가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최소한 이 순간부터는 공적 권한을 남용하거나 그 공적 권한을 이용해 억울한 사람을 만들거나,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구체적 사례는 언급하지는 않았다. 정치권에선 쿠팡 수사 외압 의혹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지석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엄희준 인천지검 부천지청장(광주고검 검사) 등 검찰 지휘부가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엄 검사는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사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이른바 ‘연어 술파티 회유 의혹’에 대한 언급이란 관측도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수사를 담당한 박상용 검사로부터 회유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박 검사 검사실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박 검사는 “가짜뉴스”라고 부인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국가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공동체 질서 유지 의무가 있는 사정 기관이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은 주권자의 의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민주주의 훼손 행위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이 같은 국기 문란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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