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니까 대승’ 리버풀, 현실이 된 살라 딜레마 [PL 와치]

김재민 2025. 10. 2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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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재민 기자]

다른 의미로 살라가 리버풀을 살렸다.

리버풀은 10월 23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이치 방크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3라운드 경기에서 5-1로 승리했다.

최근 공식전 4연패에 빠졌던 리버풀은 빅리그 팀을 상대한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5골을 몰아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 수년간 리버풀 공격진의 기둥이었던 모하메드 살라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경기에서 대량 득점이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번 시즌 살라는 리버풀 입단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리그 8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절대적인 기록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으나, 그 수치를 리그 최고 연봉 선수이자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던 살라가 기록하고 있다면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른 리버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을 물갈이했다. 이 과정에서 3억 파운드(한화 약 5,748억 원)에 가까운 이적자금 순지출이 있었다. 리버풀은 지난 여름에만 플로리안 비르츠, 알렉산데르 이삭으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만 두 번 경신했다.

그런데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시원찮다. 신입생은 위고 에키티케 외에는 모두가 부진했고, 팀의 공수 밸런스는 망가졌다. 리버풀은 3연승을 거둔 첫 공식전 3경기에서도 6실점을 내줬다. 역대 최고 이적료의 주인공 비르츠, 이삭은 여전히 리그에서 공격 포인트가 없었다.

최근 공식전 4연패는 경종을 울렸다. 8경기째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비르츠의 경기력, 이적 과정에서 원소속팀 뉴캐슬과 갈등을 일으켜 프리시즌 훈련을 통째로 날렸던 이삭의 컨디션, 새로운 스타일 선수를 제대로 조합하지 못하는 아르네 슬롯 감독의 전술 등 다양한 문제가 지적됐으나, 팀 부진에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선수는 결국 살라였다.

살라에게 맞춰진 팀인 탓에 나머지 선수들이 전술적으로 희생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비르츠는 경기장을 전방위로 누비며 과부하됐다. 살라가 수비에 소극적으로 가담하는 탓에 측면 수비도 흔들렸다. 득점에 집중해야 할 이삭도 살라와 동선이 겹치는 문제를 겪었다. 팀 전체적인 밸런스가 살라 한 명으로 인해 흔들리는 상태였다.

리턴값이 나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 시즌 살라는 리그에서만 29골 18도움을 기록했다. 전술적인 혜택을 줘서 얻은 보상이 '충분하다'를 넘어 넘쳐났다. 살라가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다시 쓰는 '버닝'이 없었다면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도 없었다.

이번 시즌은 리그 8경기에서 단 2골 2도움이다. 살라가 이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38라운드를 모두 치른다면 이번 시즌 리그 기록은 9골 9도움에서 멈춘다. 전술적으로 혜택을 준 선수가 만드는 결과값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최악의 경우는 저 수치에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살라는 매년 라마단 기간 이후 후반기 경기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또 이번 시즌 중반에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있다. 살라는 네이션스컵이 열린 시즌 후반기에는 늘 부진했다.

살라 개인의 경기력이 저하된 것이 결국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다. 이번 시즌 살라가 리그 경기에서 기록한 드리블 성공률은 고작 10%다. 측면 공격수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혹평해도 이상하지 않을 비상식적인 수치다. 지난 시즌 살라의 기록은 44.6%였다.

최근에는 측면 공격수를 의도적으로 고립시키는 아이솔레이션 전술이 많이 쓰인다. 상대 풀백과 1대1 상황을 고의적으로 유도하고 측면 공격수가 이 경합에서 승리하면 위협적인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라 역시 측면으로 넓게 벌려 '의도적인 고립' 상황을 유도해 왔다. 결국 측면 공격수가 1대1 경합에서 이겨내야만 톱니바퀴가 굴러가는데 그 전제조건 자체가 무너졌다.

상대 수비수를 이겨내지 못하니 문전에서 볼을 받는 횟수도 크게 줄었다. 지난 시즌 살라는 리그 경기 상대 박스 내 터치가 394회로, 90분당 10.5회였다. 이번 시즌은 6.17회로 약 40% 감소했다. 슈팅 숫자도 딱 그만큼 줄었다. 90분당 3.46회였던 슈팅이 1.89회로 반토막이 됐다.

살라의 하락세는 지난 시즌부터 조짐이 있었다. 리그 29골 18도움을 기록한 살라가 리그 마지막 9경기에서 기록한 공격 포인트는 2골 1도움이 전부다. 그 하락세가 이번 시즌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찾아오는 '에이징 커브'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측면 공격수 포지션 선수는 30대에 들어선 후 단기간에 경기력이 추락하는 경우가 꽤 흔하다. 운동 능력이 특히 중요한 측면 공격수는 '에이징 커브'의 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살라가 팀 전체의 조합을 해치고, 그걸 만회할 만한 결과값도 거두지 못한다면, 리버풀은 살라가 없는 공격진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날 경기에서 보여줬듯이 경기 내용 면에서도, 결과에서도 살라가 없는 팀이 더 좋았다.

그러나 그것을 알아도 '살라 없는 리버풀'을 구현하는 데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살라는 지난 시즌에 맺은 재계약으로 40만 파운드(한화 약 7억 6,648만 원)가 넘는 주급을 수령하게 됐다. 그가 벤치에 머문다면 이 금액이 허비되는 셈이다. 또 살라는 구단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론될 정도로 위상이 올랐다. 고액 연봉 '레전드'를 벤치에 두는 건 어떤 스포츠 종목이더라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살라를 둘러싼 딜레마는 이번 시즌 내내 리버풀의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사진=모하메드 살라)

뉴스엔 김재민 jm@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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