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우라늄 농축 요구 수용…APEC서 합의문 채택 기대”

조현 외교부 장관이 23일 미국과의 안보 분야 협상에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이뤄졌다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필요하다고 아주 강력하게 요청했고 그게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달 31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이 합의 결과물을 발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장관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얘기가 있었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물론이다. 그건 당연히 포함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이것도 협상을 곧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우리가 현재 26기의 상업용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정도 원자력을 가진 나라에서 연료를 100% 수입해서 쓰는 나라는 없다”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기술 확보를 위해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후핵연료는 지금 수조에 다 두고 있는데 머지않아 포화 상태에 이른다”고 했다.
협정 개정은 “완벽히 상업적이고 환경적 차원의 접근”이라며 군사적 활용을 배제했다. 조 장관은 “협상으로 가는 데 걸림돌은 독자적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보유국이 돼야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얘기하면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에 어긋난다. 미국도 해주고 싶어도 문제 제기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하려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주장에 선을 그은 것이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협정을 바꿔 자체 핵무장의 전 단계인 ‘핵 잠재력’ 확보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NPT 중심의 핵 비확산 체제를 이끄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잠재적인 핵무장 시도는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협정 개정의 평화적 목적을 강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APEC 정상회의에서 이른바 ‘경주선언문’이라는 공동선언이 나올 예정이라고 조 장관은 밝혔다. 그는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지켜나갈 것인가”라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자유무역 이슈는 “쟁점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 무역 기조를 앞세우는 미국 측과 접점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로 평가된다. 조 장관은 인공지능(AI)과 인구 문제에 대한 대응·협력 방안을 담은 별도의 두 개 선언문도 나온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며 “우리가 잘 준비하고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게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이렇게 준비하고 있고 이것을 우리에게 통보해오는 건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최근 미국의 주한 미국대사대리 교체가 북·미 정상 간 만남을 준비하는 포석이라는 분석에 “상당히 창의력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기존 방위비 협상 내용이 유지된다고 조 장관은 밝혔다. 그는 “방위비 분담에 관한 합의가 불과 얼마 전에 됐기 때문에 미국도 그것(증액)은 요구하지 않았다”며 “큰 틀에서 우리가 (기존 합의 준수 입장을) 지키고 넘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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