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尹정권만 패고, 野는 李정권만 물어뜯고… ‘투견장’ 같은 국감장[Deep Read]

2025. 10. 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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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우의 Deep Read - 2025 국정감사
여당은 내란 프레임 휘두르며 자기정치 선전… 야당은 팀플레이 없이 李·김현지 이슈로 하세월
공무원들은 투견판 구경꾼 심리로 ‘오늘만 넘기자’… 국감 근본적 개선 없으면 국민만 피해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부의 국정 운영을 감사하는 데 그 주요 목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 국감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윤석열 정부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현재의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는 데 진력하는 모습이다.

국감장을 정치선전장으로 삼으려는 여야 의원들의 행태도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국감은 전례 없는 막말과 파행으로 얼룩졌다.

◇국감의 목적과 현실

국정감사는 재판 관련 사항을 제외한 사법부의 행정 분야에 대한 감사도 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회 각 상임위원회가 관할권이 있는 행정부처를 대상으로 국정 전반에 관해 광범위한 감사권을 행하는 것이다. 행정부의 업무와 권한이 급격히 팽창한 현대국가에서 행정부의 권한 남용과 관료주의의 폐해를 감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운영을 위한 입법부의 중요한 업무다.

국정감사의 취지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여야 구분 없이 모두가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한 팀이 돼 행정부의 업무를 감사해야 한다. 국회의 국정감사 권한이 중요한 이유는 잘못된 행정 집행을 찾아내고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행정을 방지하는 데 있다. 하지만 2025년 국정감사는 전혀 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도와 관행의 문제가 크다. 피감기관 수를 감안하면 국감 기간이 너무 짧다. 올해 국감은 총 25일의 일정이지만 주말을 제외하면 실제론 19일에 지나지 않는다. 17개 상임위원회가 총 834개 피감기관의 감사를 20일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마쳐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10개 이상의 기관이 동시에 감사를 받는 일이 흔하다.

피감기관의 비협조적 태도 역시 국감의 애로점으로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의원들의 자료 요청에 소극적으로 응하거나 국감에 임박해서야 일부 자료를 제출하는 바람에 의원들이 제대로 챙겨보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여론이 악화해도 제재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미흡한 게 현실이다.

의원들의 고압적 태도와 과도한 자료 요청도 반드시 시정돼야 할 문제다. 요청 자료의 범위를 무조건 전체 범위로 주문하거나 국감과 관련 없는 자료 요청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 ‘증인 흥정’도 오래된 폐습이다.

◇막말과 파행

무엇보다 국감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국정감사에 임하는 의원들의 태도에 있다. 해가 지날수록 입법부의 행정부 감사는 가려지고 정치 공방만 심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과거(윤석열) 정부와 현(이재명) 정부에 대한 여야 간 ‘따로 국감’이라는 복잡한 구도 속에 있다. 여당의 경우 강성 당원들을 의식한 자극적인 정치쇼를 벌이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현실이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추미애 위원장은 올 정기국회 첫 국감일인 13일 대법원 감사에서 대법원장이 인사말 이후에 감사장을 떠나는 관례를 깨고 오전 내내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락하지 않았고, 민주당은 대법원장을 “내란 동조세력”이라고 몰아세웠다. 추 위원장이 법사위에서 야당 의원의 발언을 제지한 건수는 지난 20일 기준 무려 271회에 달했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빗댄 합성사진을 흔들며 고성을 질렀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국감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욕설에 가까운 고성을 주고받느라 오후 늦게까지 파행됐다. 최민희 위원장은 20일 국감 파행 사태를 취재한 언론사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MBC 보도본부장의 답변을 가로막으며 “퇴장”을 명령했다.

국감이 중반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앞으로도 향후 국감은 막말과 파행으로 점철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 핵심에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있다. 국민의힘은 운영위·법사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국토교통위·행정안전위·기획재정위원회 등 무려 6개의 상임위에서 김 실장 출석을 요청했다. 야당은 지르고 여당은 막는 꼴사나운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김 실장이 끝까지 출석하지 않는다면 국감 이후에도 김현지 이슈로 인한 정국 파행이 이어질 것이고, 출석한다 해도 의문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의혹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감이라는 투견장

국감은 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정 역량을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감이 아니면 묻힐 뻔한 문제를 공론화시켜 언론의 주목을 받을 기회가 된다. 담당 공무원을 출석시켜 불법이나 비리를 파헤치고 그 책임을 추궁하는 과정이 보도되면 화제의 정치인이 되기도 한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이 교육위원회 국감에서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실태와 명단을 공개한 후 ‘박용진 3법’을 당론으로 채택시킨 것이 좋은 사례다.

예년 국감과 비교해 이번 국감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야당의 ‘팀 플레이’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국감을 준비하는 야당 의원들 간에 사전에 제기할 안건들을 정한 후 해당 관료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도록 역할 분담을 했었다. 여러 의원의 집중적 질의 속에 출석한 공무원이 당황하거나 스스로 무너지도록 작전을 짰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야당 의원들 간에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의원마다 질의가 중복되고 질문 수준에서도 예봉을 찾아보기 힘들다. 특정 이슈를 놓고 의원 개인기가 발휘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팀 플레이가 안 돼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국민의힘은 국감장을 야당의 무대로 만들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이번 국감 역시 정책국감의 면모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야당은 김 실장 출석 여부와 함께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나 과거사를 뒤지는 데 열중했고, 여당은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들춰내는 데 혈안이 돼 국감장은 연일 정쟁의 소란만 일어났을 뿐이다.

피감기관들은 국감을 받는 당일만 잘 버티면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원들이 담당자·증인·참고인들을 불러놓고 국감장을 반말과 욕설로 채우며 싸움판을 만들어가는 동안, 공무원들은 투견장 구경꾼 심리로 내심 ‘생큐’를 연발했을 것이다.

◇피해는 국민에게

지금처럼 국감이 진행된다면 행정의 과오를 개선하지 못하게 되고, 앞으로 1년 동안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국감은 국회가 하나가 돼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주권자인 국민이 대리인인 국회의원에 부여한 신성한 의무라는 사실을 모두가 자각해야 한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국정감사’는 헌법 제61조 제1항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을 조사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함. 같은 조 제2항은 국정감·조사에 관한 절차 및 필요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함.

‘피감기관’은 상임위 선정 대상기관, 정부조직법 등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중 특별광역시·도, 그 밖에 본회의 승인 대상기관과 위원회 선정 대상기관 외의 지방행정기관 등임.

■ 세줄요약

국감의 목적과 현실: 국감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행정부처를 대상으로 국정 전반에 관해 광범위한 감사권을 행하는 것. 하지만 제도와 관행, 피감기관 비협조, 의원들의 고압적 태도와 증인 흥정 등으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함.

막말과 파행: 국감의 질 저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국감에 임하는 의원들의 태도. 여당은 윤석열 정부를, 야당은 이재명 정부를 물어뜯는 데만 집중. 여당의 경우 강성 당원을 의식한 자극적인 정치쇼가 다반사로 일어나.

국감이라는 투견장: 야당은 팀플레이가 안 돼 국감장을 야당의 무대로 만드는 데 실패. 이런 가운데 피감 공무원들은 투견장의 구경꾼이 되는 현실. 국감 운영에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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