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전체 정보, 중국으로 줄줄 샌다…규제 피해가는 해외기업만 활개
유전자검사 규제완화, 국산장비·SW확보를
![신동직 유전체기업협의처 회장2025.09.23[이충우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2/mk/20251022232406070pdnr.jpg)
신동직 유전체기업협의회장(메디젠휴먼케어 대표)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주도해 대기업과 대학, 유전체 분석 기업이 함께 컨소시엄을 꾸리면 2~3년 안에 독자적인 분석 기술과 장비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은 최근 중국계 기업들의 한국 진출로 국민의 유전정보가 해외로 반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중국 노보진은 지난 6월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수집한 유전자 샘플을 중국 본사로 보내 분석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최근 미국이 ‘생물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기를 쓰고 지키려는 유전정보가 아무런 제한 없이 국외로 반출되는 것이다.
분석장비시장은 사실상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국내 대학병원과 연구기관의 90% 이상이 미국 일루미나 장비를 사용 중이다. 국내 유전체 분석 기업들은 국가 과제 공고문에 일루미나 장비 명세가 포함돼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 장비를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비용 문제로 중국 BGI·MGI 장비를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어 “중국은 2019년 인체유전자원 관리 규정을 제정해 자국민 유전자의 수집과 국외 반출을 외국 기관에 제한했고, 미국도 올해 생물보안법을 추진하며 중국 유전체 기업의 진입을 막으려고 한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국내 기업만 과도하게 규제하고, 해외 기업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내 유전체 산업 기반이 붕괴되고, 국민의 유전정보는 물론 이를 활용한 미래 정밀의학 산업까지 해외에 종속될 수 있다고 신 회장은 주장했다. 실제로 세계 시장이 수십조 원 규모로 성장하는 사이 국내 유전자 검사시장은 5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전체기업협의회에 따르면 회원사는 2023년 28곳에서 올해 18곳으로 줄었고, 이 가운데 실제 매출을 내는 곳은 14곳 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큰 원인은 이중 삼중의 규제 시스템이다. 현재 국내 유전자 검사 사업의 컨트롤 타워는 보건복지부지만 실제 업무는 산하 질병관리청과 국가생명윤리정책원으로 나뉘어 있어 기업들이 여러 기관에서 중복 규제를 받고 있다.
2020년 도입된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 인증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질병 예측이나 진단 항목은 금지돼 헬스케어 항목에만 머물면서 소비자 관심이 급감했다.
신 회장은 “복지부·질병청·국가생명윤리정책원으로 나뉜 관리 권한과 기준을 일원화하고, 기업이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 속에서 연구와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과잉 사전승인 방식이 아닌 사후 모니터링 기반의 인증제로 전환하고, 해외 사례처럼 질병 예측·약물 반응 유전자 검사 항목을 DTC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유전체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신 회장은 “국내 유전체 기업들이 보유한 대규모 검체가 법적·윤리적 이유로 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정부 산하 인체유래물은행 등으로 공공기관이 검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 생산과 분석, 알고리즘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주관 컨소시엄을 통해 인공지능(AI)을 접목하면 일루미나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분석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다”며 “국산 장비 확보가 곧 국민 유전정보 보호와 기술 자주권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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