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뷰-아파트 상가 임장기] 1-1. 공실은 디폴트값
물량 과다 공급…분양 실적은 미달
국제업무지구역 연결된 신축 단지
청소년 일탈 공간 '너구리굴' 생겨
상반기 준공 아파트 모두 공실 존재
5년 전 완공 상가도 40%는 빈 상황

부동산 기사는 지난 수년간 가격 상승과 하락,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데이터에 기대어 성장해 왔다. 기자들 역시 공공 통계와 민간 리서치 자료를 분석하며 지역별·연도별 가격과 물량을 다뤘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가 굳어지면서, 부동산 기사의 중심은 '돈'이 돼버렸다. 돈을 설명하는 숫자는 있어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 이야기는 비어 있었다.
인천 사람들 체취가 묻어날 부동산 영역을 찾고자 했다. 선택한 대상은 아파트 상가. 아파트 거주자에겐 가장 밀착된 생활 공간이지만, 언론이나 데이터에서 제대로 조명된 적은 드물다. 공공·민간 통계는 '복합상가' 전체로 묶어 다루기에, 단지 속 상권은 별도 영역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주민의 삶이 경제로 이어지는 시발점에 놓여 있는, 미지의 공간이라 판단했다. 특히 신축 아파트 상가의 공실은 당연시되는 세상이라고 해도, 인천에선 미분양만큼 위험한 신호였다.
'빈터뷰'는 발자취와 관찰로 부동산을 읽는 기획이다. 인천과 서울 70여개 아파트 상가 임장기를 통해 도시의 숨은, 인천형 부동산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올해 들어선 인천 아파트 상가 18곳과 준공 5년 미만 물량들을 직접 찾아가 들여다보니 상가들은 도시의 얼굴을 가장 가까이에서 비추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인천 1호선 국제업무지구역과 연결된 한 아파트 상가에선 '너구리굴'을 볼 수 있다.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각, 빈 상가 앞에는 흰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인근 고등학생들이 빌딩 숲속에서 어른들 눈을 피해 모여드는 장소다. 송도 일대에 너구리가 출몰해 골칫거리라는 말이 돌지만, 이곳 '너구리굴'은 청소년들 일탈 공간이 돼 있었다.
국제업무지구역 주변은 인천에서도 손꼽히는 업무시설 중심지다. 국내외 유명 기업과 기관에서 일하는 회사원들이 거리마다 가득한데 이런 등잔 밑이 있을 수 있었던 건 아파트 상가의 공실 문제가 한몫했다. 신도시 아파트 상가는 거대한 세대수를 배경으로 '몰'급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 동네도 비슷한 분위기다. 그런데 일대 들어선 신축 물량들이 상가를 백여개씩 뽑아내곤 분양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본의 아니게 빌딩 속 공실의 그늘을 만들고 있다. 실제 손으로 세어본 결과 분양률은 절반도 안 됐다. "역과 연결된 초역세권 상권이 이렇게 부진한 건 권역 인프라가 아직 완성되지 못한 점도 있고, 공급 자체에 너무 욕심냈던 탓도 있다"고 공인중개사가 말할 정도다.
반대로 최근 5년 치 영종국제도시 신축 아파트 상가 중에 몇 안 되는 '완판'을 기록한 한신더휴2차는 오후 3~4시만 되면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로 동네가 포근하다. 비결은 바로 옆 인천하늘초등학교. 상가 1층엔 편의점, 무인아이스크림 가게, 커피숍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2층엔 피아노 학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하늘도시 외곽에 있어 조금 스산할 법도 한데, 초등학교와 10여개 소규모 상권 조화로 아이들 온기가 가득하다. 물론, 한 블록만 넘어서면 신축 상가 공실이 널렸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상반기 준공한 인천 아파트 중 '완판'을 기록한 사례는 없었다. 지은 지 2~3년 된 곳들도 최소 1~2곳 정도는 공실을 안고 있다. 신축 아파트 상가에서 공실은 '필수'라 해도 그것은 업계 논리일 뿐이다. 5년 전 지어진 인천 아파트 상가들 40%는 여태 곳곳이 비어 심각한 공실을 앓고 있었다. 서울도 강서, 강남, 강동 등 뒤져봤더니 2025년 신축 대부분이 절반 이상은 채우고 시작했다. 이런 차이는 상대적으로 인천 주민들에게 생활의 공백을 안겨준다. 이 공백이 지역별로 어떻게 나타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는 이어지는 기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 : [빈터뷰] 1-2 '2025년 임장기'…상가의 내일은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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