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임대차 시장에 드리운 익숙한 전운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2025. 10. 2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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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요구권 2회·9년 보장
기존 임차인에겐 ‘수혜’지만
전세 절벽·높은 보증금 부작용
신규가 떠안아, 사회 문제 우려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최근 국회에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현행 1회(2+2)에서 2회로 늘리고, 2년으로 규정된 임대차기간을 3년으로 하여 총 9년(3+3+3)까지 거주를 보장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임차 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이 3년에서 4년에 불과한 현실 속에서 주거 안정을 획기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선의의 정책 목표는 분명하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기대보다 우려에 가깝다. 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온라인 커뮤니티는 수천 건의 반대 의견으로 들끓었고 시장 참여자들은 마치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는 듯한 ‘데자뷔’를 호소하고 있다. 이는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불러온 시장의 극심한 혼란이라는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라는 사회적 목표는 매우 중요하지만, 이번 ‘3+3+3’ 개정안은 과거의 정책 실패를 답습하는 것을 넘어 그 부작용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는 것이다. 기존 임차인은 정책의 수혜를 받아 주거의 안정성을 찾을 수 있겠지만, 신규 임차인은 주거비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떠안게 되므로 주거 안정성에 있어서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간의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떠안게 된다. 결국 보호하려는 대상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

2020년 7월 개정된 법 시행의 가장 즉각적인 효과는 전세매물의 급격한 소멸이었다. 기존 임차인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눌러앉게 되면서 신규시장으로 나올 매물이 잠겨버린 결과다. 이것을 ‘전세 절벽’이라 불렀다. 공급부족은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고 하나의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가격이 제각각인 이중, 삼중 가격이 존재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보증금을 5% 이내로 올린 갱신계약과 시세를 반영한 신규 계약이 공존한 결과다. 기존 임차인에게는 행운이었지만 신규 진입자에게는 가혹한 장벽이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월세화 현상이다. 한 번 설정한 보증금으로 4년 동안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게 되다 보니 임대인들은 월세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내집 마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던 전세 제도의 위축은 임차인의 월 주거비 부담을 높여 자산 형성을 가로막는 구조적 변화를 초래했다. 단순히 계약갱신요구권 도입이 월세화를 주도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월세화를 가중시키는데 한몫한 것은 분명하다.

시장에 남기로 결정한 임대인들은 향후 9년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금리 인상, 물가 상승, 세금 부담 증가)을 최초 전세 보증금에 선반영하려 할 것이다. 이는 결국 신규 임차인이 감당하게 되는 것으로 전세시장 진입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새롭게 집을 구해야 하는 신규 임차인들이다. 이들은 2020년보다 훨씬 더 줄어든 매물과 천정부지로 솟은 보증금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법은 기존 세입자에게는 튼튼한 성벽을 쌓아주지만, 성 밖에 있는 이들을 위해 놓여 있던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주거 안정을 넘어 세대 간 자산 격차를 심화시키고 결혼과 출산을 늦추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2020년의 교훈은 명확하다.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제한된 시장에서의 강력한 가격 통제와 재산권 제한은 공급 붕괴, 가격 이중화, 그리고 가장 취약한 신규 진입자의 피해로 귀결된다. 최근 발표된 부동산 대책인 대출 규제강화와 맞물려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개정 법안이 전세 공급의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다.

물론, 짧은 평균 거주 기간과 끊이지 않는 전세 사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진정한 주거 안정은 기존 임차인 주변에 더 높은 장벽을 치는 방식이 아니라 임차인이 선택할 수 있는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임대인과 임차인을 제로섬 게임의 대립 관계로 모는 규제 대신 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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