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뷰] 1-2. '2025년 임장기'…상가의 내일은

김원진 기자 2025. 10. 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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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불 밝힌 신축 속…적막감 감도는 상가
신도시·원도심 기대만큼 활력은 제한적
아파트 입주 열기와 달리 공백 현실 여전

인천서 불로대곡동 미성년 인구 수 최다
점포 다채롭게 입점했지만 '완판' 버거워
생활 밀접 업종 중심… 외식은 타지역으로

부평 브랜드급 신축 아파트 상가 최소화
기존 상권과 융합 선택한 단지 눈에 띄어
'대규모' 조성에도 절반 이상 비어 있기도
인구 줄고 20·30세대 이탈…활성화 더뎌
도시 노후화 빠를 수록 자리 잡기 어려움
▲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인천과 서울의 신축 아파트 상가 70여 곳을 돌았다. "요즘 아파트 상가, 예전만큼 재미 못 본다"는 말은 부동산 업계의 푸념처럼 들리지만, 정작 그 말의 무게는 주민과 상인들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인천에는 해마다 20~30개쯤 아파트 단지가 생겨난다. 번거롭고 시간이 걸려도, 직접 발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다. 그래서 현장을 걸으며 공실률, 업종, 통행량 등을 조사하고 주민과 상인의 이야기를 더했다. 서울·경기와는 다른 인천의 속내를 들여다본다면, 그것이 바로 '인천형 임장기'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돈을 좇는 임장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임장. 투자가 부를 만드는 세상에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부동산을 말하면, 자극적인 돈의 이야기는 줄어들지 몰라도 도시와 삶의 얼굴은 오히려 선명해질 수 있다.

그렇게 바라본 신축 아파트 상가는 신도시와 원도심을 가리지 않고 들어섰고, 저마다 다른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떤 곳은 새로운 상권의 중심이 되고, 또 다른 곳은 기존 상권과 충돌하며 변화를 일으킨다.

올 상반기 준공한 아파트 상가 18곳을 기획 2편까지 지역별로 구분해 하나하나 짚어본다.

▲ 인천 2호선 왕길역 인근에 모처럼 들어선 신축, 서구 '오류동 신축' 상가 모습. 주변 초등학교, 중학교(예정)를 지녀 학세권 인프라를 자랑한다. 다만, 1000세대 미만 중소형 단지들이 몰려 있어 아파트 상가는 물론이고 일반 상권가 형성이 규모 있게 형성되진 않은 동네다.

▲내년부턴 새로운 역사 검단구, '아파트 상가, 검단의 미래 골목 경제'

베이지톤 외벽 마감이 인상적인 '오류동 신축'은 인천 2호선 왕길역 인근에 얼마 전 들어선 아파트다. 올해 초 준공된 이 단지는 아파트 이름처럼 '초역세권'은 아니지만, 길 건너 단봉초와 내년 개교 예정인 오류중이 가까이 있다. 걸어서 2~3분 거리에는 도서관도 자리해 육아 세대의 눈길을 끌 만한 인프라를 갖췄다.

지난봄 입주한 김은정씨 역시 이런 점에 매력을 느껴 이곳을 선택했다. 그는 "허무맹랑한 줄은 아는데, 그래도 아파트에 맥도날드나 스타벅스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재밌는 상상 중이다. 현재 단지 상가에는 10개 점포가 마련됐으나, 9월 초 기준 임대가 진행 중이고 실제 영업 중인 곳은 부동산 한 곳뿐이다.

스타벅스 '오늘의 커피'와 '맥너겟'을 소울푸드로 여겨왔다는 은정씨는 지금은 메가MGC커피와 롯데리아로 정착 중이다.

그는 "스타벅스는 지하철로 한 정거장 밖에 있는데 배달료가 3000원이나 된다. 맥도날드는 아예 배달도 안 된다"고 은정씨는 알려줬다.

왕길역 일대에는 아파트 단지가 9개가량 있다. 대부분 1000세대에 못 미치는 중소형 단지여서 그런지 자체 상권 규모는 크지 않다. 편의점이나 부동산, 무인 가게 등이 운영 중이다. 주민들은 단지 옆 작은 상권가나 먹자골목에서 생활 수요를 채우고, 부족한 부분은 지하철 한 정거장 떨어진 검단사거리 일대에서 보완하는 분위기다.

이번 임장 과정에서 발견한 검단신도시 특징은 '아이들이 많은 동네'였다. 학교가 많아 횡단보도마다, 길 위 학원버스마다 어린이 보호를 알리는 노란색 표시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예정), 중학교(예정)가 나란히 배치된 서구 '불로동 신축' 상가. 단지 정문쪽을 상가가 에워싸고 다양한 업종들이 성행 중이나 아직 입점되지 않은 곳들도 적지 않다.

이름도 긴 '불로동 신축'은 앞에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예정), 중학교(예정)가 나란히 배치돼 '학세권' 프리미엄을 강조한 단지다. 1700여세대라는 덩치에 맞게 단지를 둘러싸고 20여개 상가가 위치했다. 여기서 8월 말 기준으로 7개 공실이 보였다. 기업형슈퍼마켓, 카페, 정육점, 분식집, 통닭집, 무인 슈퍼, 부동산 등 다채롭게 입점해 있어도 동네에 아직 짓고 있는 아파트들이 많아서 그런지 단기간 완판은 버거워 보였다. 실제로 근처 상가권역에서는 더운 여름에도 파라솔을 펴놓고 빌딩 분양 상담을 받을 정도로 영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상가 분양 관계자는 "올해 준공 물량과 내년, 내후년 단지까지 합치면 일대 4000세대에 육박한다. 당장은 빈 공간이 많은데 곧 찬다"고 장담했다.

인천 10개 군·구에서 강화와 옹진을 제외한 8개 구 140여개 행정동 인구수를 2020년 8월과 2025년 8월로 비교했더니 이 단지들이 위치한 불로대곡동 19세 미만은 5년 동안 3526명 급증했다. 연수구 송도5동이나 중구 영종2동처럼 새로 생긴 행정동을 빼면 인천에서 미성년 인구수가 가장 많이 치솟은 동네다. 아이들이 늘어난 것처럼 30·40인구도 폭발적으로 확대했다. 아이들과 주 양육자가 집 주변에서 활동하고, 경제 소득을 책임지는 구성원은 서울 등으로 출퇴근하면서 소비를 하는 전형적인 서울 연계 신도시인 셈이다.

'불로동 신축'으로 이사 온 초등학생 학부모 조현진씨는 "아무래도 교육열도 높은 동네라 부부 중 한 명은 아이 옆에 붙어 있으려는 추세다. 요샌 육아휴직도 있고 하니까 학교에 데리러 오는 부모들이 많다. 상가들이 이제 많이 들어왔어도 생활 밀접 업종이 주다 보니, 주말 외식 등은 다른 지역에서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 검단신도시에서 인천1호선 신검단중앙역 역세권인 '신검단중앙역 신축' 상가 모습. 2층은 물론 1층까지 적잖게 상가를 채웠으나 중심부와 사이드 쪽에 빈 점포가 확인됐다.

이 동네에서 역신검단중앙쪽으로 더 오면 있는 '신검단중앙역 신축'은 13개 점포 중 3곳 정도만 공실이 있었다. 2층은 학원들이 채웠고 1층 횡단보도 앞에서 빈 곳들이 보였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워낙 큰 단지들이 포진해 보증금 2000만원 걸면 2층은 100만원대부터 200만원 언저리까지, 1층은 100만원 후반대에서 200만원 중후반대까지 월세가 형성돼 있다. 송도, 청라 생각하면 싼 거다. 근데 신축 끼고 상가가 죄다 큰 숫자로 빠지고 있어서 나름 역세권인데도 언제 '완판'될 수 있을지는 가늠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부평구 부평동 한 신축 단지 상가 모습. 전체 상가 중 절반치 정도만 입점을 완료했다. 부평동에선 서울과 경기, 인천 전역 이동이 쉬운 교통 인프라 덕분에 최근 재개발과 재건축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1호선 따라 신축들 부평. 기존 상권과 융합 어려운 장면도

올해 상반기 부평에서 준공한 신축 단지는 부평동 한 곳뿐이다. 총 160세대 규모로, 단지 내 상가는 인천 상반기 물량 가운데 유일하게 조성되지 않았다. 위로는 서울 1호선 철도가, 아래로는 희망공원이 자리해 유동 인구를 기대하기 어려운 입지다. 원도심 주거지역에 있어 주민들은 기존 상권을 공유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 단지는 백운역, 부평역까지 도보 6~7분 거리라는 서울 접근성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물량은 제한적이었지만, 지난해·지지난해 준공 단지를 살펴보면 부평 아파트 상권의 윤곽이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부평동에 크게 들어선 브랜드급 신축들이 대표적이다. 큰 세대수임에도 불구하고 상가를 최소화해 기존 상권과의 융합을 택한 단지가 있는가 하면, 대규모 상가를 조성하고도 절반 이상 비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부평에서 이뤄지는 산발적인 재개발·재건축은 아직 도시를 심각한 인구 하락에서 구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8월 부평 인구가 49만9290명에서 2025년 8월 49만2546명으로 1.3% 감소하는 와중에 19세 미만은 같은 기간 7만8115명에서 16.8%나 하락했다. 보통 동네 상권 구매력은 육아기 가정과 20·30대 젊은 층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데, 이 시장 자체가 매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청천1동이나 십정1동처럼 최근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으로 젊은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사례가 있다고는 해도 일부분이다.

부평처럼 도시 노후화 진척이 빠를수록 신축 아파트 상가가 자리 잡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공통된 의견이다.

이 같은 원도심 재개발·재건축 상가의 속사정은 이후 '2024년 이전 상권 임장기'에서 자세히 짚어볼 예정이다.

▶ 빈터뷰 - 인천형 임장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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