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두 얼굴

중부일보 2025. 10. 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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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배액 배상제) 도입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허위 조작 정보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아서다.

아울러 허위정보 유통의 책임을 언론과 개인에게만 지우지 말고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과 광고 수익 구조 등 근본적 원인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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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배액 배상제) 도입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허위 조작 정보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아서다. 이번 논쟁은 단순히 법안의 통과 여부를 넘어 디지털 시대의 진실과 표현이라는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가 어디로 향할지를 묻는 문제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이번 법안을 언론개혁의 연장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한정됐던 논의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유튜브·커뮤니티 등 온라인 전반으로 급격히 확대되면서 그 성격이 크게 바뀌었다.

법안의 핵심은 허위성, 고의·악의, 그리고 피해 발생을 요건으로 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과거 언론중재법보다 완화된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고의·악의를 입증하는 기준은 불명확하기만 하다. 고의 추정이 포함될 경우 사실상 언론이나 개인이 악의가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역전된 구조가 된다. 이럴 경우 의혹 제기나 비판적 탐사보도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감시 기능은 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전제로 유지된다. 허위 조작 보도를 막겠다는 명분이 자칫 권력의 비판을 봉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는 제도의 근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당장 학계와 언론계의 반발이 거센 이유다. 미국식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가 명확히 입증될 때 적용된다. 동시에 공직자나 권력자에 대한 언론 보도를 폭넓게 보호한다. 나아가 권력이 언론을 상대로 제기하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막기 위한 안티 슬랩법까지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은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이 여전히 존재한다. 형사제재와 징벌적 배상제가 동시에 작동할 경우 표현의 자유는 이중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징벌적 배상제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은 약하다. 악의적 허위 조작 정보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현실적 고통은 분명 존재해서다.

사회적 약자나 개인이 왜곡된 정보에 의해 명예를 잃고 삶이 파괴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현행 법 체계가 이들의 피해를 충분히 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징벌적 제재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문제는 그것이 누구를 위한 제도이며, 어떤 절차로 집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입법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균형의 복원이다.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려면 먼저 명예훼손 형사처벌 조항과의 중복 여부를 정비하고, 권력층의 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허위정보 유통의 책임을 언론과 개인에게만 지우지 말고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과 광고 수익 구조 등 근본적 원인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 논의의 본질은 언론을 얼마나 제재할 것인가가 아니라 진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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