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구조·부족한 보안 예산·허술한 관리…루브르는 왜 또 도둑 맞았나[디브리핑]
되찾은 보석 다시 도난…오랜 역사가 만든 루브르의 약점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아폴론 갤러리에 전시된 프랑스 유지니 드 몽티조 황후의 왕관. 이 왕관은 지난 19일 아침 강도들에 의해 도난 당했다. [AFP]](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2/ned/20251022181151765uzzs.jpg)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4인조 도둑이 최근 단 7분 만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왕실 보석을 훔쳤다. 문제는 이번에 사라진 보석들 중 일부가 과거 전세계에 팔렸다가 어렵게 되찾은 유물들이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루브르의 보안 문제에는 해결책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방문객이 많은 루브르 박물관은 중세 시대에는 군사 요새로, 이후에는 왕궁으로 쓰였다. 그리고 18세기 프랑스혁명을 거치며 비로소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루브르는 수세기 동안 여러 왕과 통치자들이 20차례 넘게 증축과 개조를 반복하면서 통일성 없는 복합 구조물로 변모했다. 현재 루브르는 25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길이는 약 800미터에 달한다. 50만 점이 넘는 소장품 중 3만여 점이 400개 이상의 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역사와 구조 자체가 루브르를 감시·관리·보호하기 어려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난 19일 왕관보석 컬렉션에서 8점의 유물이 대담하게 도난당하면서 박물관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었고, 루브르의 보안 체계는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1911년 유리공 출신 이탈리아인 빈첸초 페루자가 모나리자를 훔친 사건 이후, 루브르의 명성이 이토록 심각하게 훼손된 적은 없었다. 이번 사건 후 “루브르의 보안이 허술하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프랑스 상원은 22일 로렌스 데 카르 루브르 관장을 불러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AP]](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2/ned/20251022181152044eerh.jpg)
프랑스 최고 회계감사원인 쿠르 데 꽁트(Cour des Comptes) 의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루브르는 최근 몇 년간 보안 예산을 크게 줄였으며 영상 감시 시스템 또한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루브르의 세 전시동 모두 감시카메라 설치율이 낮고, 보안 투자 지연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2024년 기준 보안 예산은 20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특히 푸생, 뒤러, 베르메르의 작품과 고대 페르시아·메소포타미아 유물을 소장한 리슐리외 전시동의 경우, 182개 전시실 중 단 25%만 CCTV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술 설비의 현대화가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다”며, 루브르가 “충분한 자체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긴급한 보안 강화에는 이를 우선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프랑스 왕관 보석을 보관하고 있는 황금 방에 박물관 관람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UPI]](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2/ned/20251022181152366ubqe.jpg)
루브르에 보관된 왕관보석은 프랑스 왕정의 흥망성쇠를 함께해 온 유산이다. 프랑수아 1세, 마리 앙투아네트, 나폴레옹, 황후 외제니 등 왕실 인사들은 왕관·반지·브로치·귀걸이 등 장신구에 보석을 세공해 착용하거나 보관했다. 전쟁과 혁명, 왕위 다툼 속에서도 수만 점의 보석이 국유로 남았다.
하지만 이 보물들은 언제나 도둑들의 표적이었다. 가장 유명한 절도 사건은 1792년 프랑스혁명 와중에 일어났다. 당시 술에 취한 폭도들이 왕실 금고에 침입해 1만 점이 넘는 보석과 진주를 약탈했다. 대부분의 보석은 회수됐지만, 그중 ‘프렌치 블루(French Blue)’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1976년 새벽에는 복면을 쓴 3명의 강도가 다이아몬드 장식 검을 훔쳐 달아났다. 이 검은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하며, 루브르 공식 홈페이지에는 “전시되지 않음(Not on display)”으로 표시돼 있다.
1988년 낮에는 장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세브르의 길(The Path of Sèvres) 이 도난당했다. 당시 전시실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이 작품은 아직까지 회수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5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방문객들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감상하고 있다. [게티이미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2/ned/20251022181152675hvqd.jpg)
루브르는 약 1200명의 경비 인력과 52명의 상주 소방대(프랑스 군 소속)로 구성된 이중 보안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을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해왔다.
드니 푸스 전 루브르 방문객서비스·보안국장은 2022년 인터뷰에서 “프랑스 공무원들은 박봉에 시달리고, 보안요원 양성학교도 없다. 대부분이 시험을 통과한 뒤 현장에서 바로 훈련받는다”고 밝혔다.
반면 군 소속 소방대원들은 철저한 훈련을 받은 전문 인력으로, 화재·홍수 등 긴급 상황에서 작품을 대피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절도 등 범죄 대응은 담당하지 않는다.
도난된 왕관보석이 전시된 진열장은 방탄 유리로 보호된 모나리자 진열장과 달리, 화재 발생 시 소방대가 빠르게 깨고 보석을 구출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한 구조로 제작됐다. 한 전직 소방대 간부는 “유리는 견고해야 하지만, 동시에 긴급 상황에서 인명과 유물을 구할 수 있을 만큼 깨질 수 있어야 한다”며 “소방대원들은 이를 위해 전용 절단기와 도끼, 그라인더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구조가 범죄자들에게 취약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19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난 사건이 벌어졌다. 도둑들은 사다리를 이용해 박물관에 침입해 보석을 훔쳤다. [EPA]](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2/ned/20251022181152987ubci.jpg)
지난 19일 발생한 이번 절도 사건은 이미 축소된 루브르의 왕관보석 컬렉션에 또 한 번 상처를 입혔다. 1870년 제3공화국 수립 이후 반(反)군주 정서가 퍼지자, 프랑스 정부는 1887년 왕실 보석 7만7000점 이상을 경매에 부쳤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보석이 해체돼 세계 각지의 보석상들에게 팔려나갔으며, 티파니 창립자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전체의 3분의 1을 사들였다.
이후 루브르는 수십 년에 걸쳐 일부 보석을 되찾았지만, 이번에 도난당한 유물 중 일부는 바로 그때 다시 사들였던 작품들이었다. 결국 한때 되찾은 왕관보물이 또다시 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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