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AI소버린·정책 수혜 펀드 봇물…이번엔 다를까
공모펀드도 줄줄이…운용업계 “관제펀드 실패 반복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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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소버린 인공지능(AI)과 국민성장펀드를 내세워 150조원 규모의 산업 전환 자금 조성에 나서자 자산운용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과거 정부 주도 펀드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도 '관제펀드'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AI, 국민성장펀드 추진 방침이 발표된 이후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출시되기 시작한 소버린AI 상장지수펀드(ETF)들은 같은 AI 테마 안에서도 편입 업종과 산업축이 뚜렷하게 갈린다. '데이터·플랫폼 중심형'과 '전력·인프라 중심형'으로 구분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코리아소버린AI'는 AI 반도체·디지털 인프라 기업 중심으로 구성됐다. 하나자산운용의 '1Q 소버린AI'와 신한자산운용의 'SOL 한국AI소프트웨어' ETF는 소프트웨어·플랫폼 기업에 집중, '서비스형 AI' 투자 성격이 짙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리아AI전력기기TOP10'과 KB자산운용의 'RISE AI전력인프라'는 전력·에너지 인프라 기업 중심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산업 전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단순한 AI 테마를 넘어, 정책자금이 향하는 산업 전환의 흐름을 포착하려는 공모펀드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ETF보다 운용 전략을 세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강점을 살려 정책 수혜 업종 전반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아직 국민성장펀드의 구체적인 운용 구조나 참여 운용사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산운용사들은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을 미리 반영한 '정책 수혜형 펀드'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BNK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업 등 6대 전략 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형 펀드를 출시했다. 특히 KB운용은 여기에 ESG 요인을 반영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투자 대상을 AI, 자본시장, 친환경 분야로 좁혀 집중도를 높였다. 유진자산운용은 정책수혜주와 시장주도 IPO 종목 30%, 우량채권 50%를 편입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택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그간의 정책펀드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정권이 바뀌면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사례를 거론하며 이번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무현 정부의 선박펀드부터 유전펀드(이명박 정부), 통일대박펀드(박근혜 정부), 뉴딜펀드(문재인 정부) 모두 수익률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밸류업 펀드(윤석열 정부)는 올해 연초 대비 6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관심도가 떨어져 자금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과거 실패의 원인으로 시장성과 투명성 부족을 꼽는다. 정권 초기에 정책펀드가 발표됐음에도, 시장과 다소 괴리가 있어 실 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새로운 공급망을 형성하는데 있어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주도 펀드들이 초기 발표에도 불구하고 산업과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며 "최근 주요국이 '큰 정부'를 지향하고, 미·중 무역 분쟁 속에서 정부의 공급망 재편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책펀드의 중요성도 과거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도 이전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정책펀드가 정부 주도의 상징적 성격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현장 중심의 인사와 민간 자금 유입 구조를 통해 실행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특히 소버린AI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실과 산업부에 현업 전문가들이 직접 포진하면서, 정책 설계 단계부터 산업계의 의견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소버린AI를 비롯해 산업정책 전반에 매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현업 출신 인사들이 정책 핵심에 포진하면서 현장 목소리가 반영된 실질적인 추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는 재정이 위험을 먼저 부담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 자금을 75조원 규모로 유도해 적극적인 민간 참여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AI, 반도체, 모빌리티, 바이오 등 미래 전략 산업과 생태계에 투자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가진 만큼 이에 맞는 운용전략이 세워지면 시장 성과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실제 차이점은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된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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