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뉴욕남부지검과 서울남부지검

미드 '빌리언스'는 SAC캐피털 대표인 스티브 코언과 뉴욕남부지검장인 프리트 바라라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드라마라고 알려졌다. 그리고 실제로 바라라가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많은 자문을 해줘서 수사 절차, 내부 고발자 활용, 플리바게닝 등은 미국 연방 검찰 매뉴얼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한다.
코언은 월가의 대표적인 트레이더로 활동하다가 SAC캐피털을 창립해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로 만들었다.
뉴욕남부지검은 로어 맨해튼에 위치한 연방 검찰청이다. 1980~1990년대 루디 줄리아니 검사장이 있을 때도 이반 보스키, 마이클 밀컨, 데니스 레빈 등 월가 거물들을 내부자 거래로 처벌해 명성을 떨쳤던 검찰청이다. 줄리아니 검사장은 그때 얻은 유명세를 기반으로 정치인으로 변신해 뉴욕시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바라라는 인도계 미국인으로서 뉴욕남부지검장으로 취임해 세계적인 헤지펀드인 갤리언펀드를 운영하는 라지 라자라트남을 내부자 거래로 처벌했다. 아울러 '경영 컨설팅의 제왕'으로 불리며 맥킨지 최초 외국인 CEO였고, 골드만삭스 이사로 재직하던 라자트 굽타를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라자라트남에게 제공한 혐의로 처벌하는 등 '월가의 공포'라 불렸던 사람이다.
코언이 뉴욕남부지검의 수사 대상이 된 것은 SAC 소속 트레이더의 알츠하이머 신약 관련 임상실험 정보 이용 혐의에서 출발했다. SAC에 근무하던 매슈 마토마라는 트레이더는 알츠하이머 신약 임상실험 관련 정보를 내부자로부터 지속적으로 취득해오다가 임상실험 결과 신약의 효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정보를 취득하게 됐고, 이런 미공개중요정보를 코언도 알았을 것이라는 혐의로 뉴욕남부지검의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코언은 내부자 거래로 처벌받지 않고, 다만 SAC만 벌금 18억달러를 내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위와 같은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것이 미드 '빌리언스'다. '빌리언스'에 나오는 헤지펀드 Axe캐피털 대표 바비 엑셀로드와 뉴욕남부지검장 척 로즈는 코언과 바라라를 모델로 만든 것이다. 뉴욕남부지검의 Axe캐피털 내부자 거래 수사와 그 과정에서 대립하는 두 주인공의 충돌이 드라마를 이끄는 강력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미국 연방 검찰의 내부자 거래 수사 과정이 궁금하다면, 어떤 다른 영화보다도 '빌리언스'를 추천한다. '빌리언스'에서는 세계적인 헤지펀드 대표의 내부자 거래를 밝혀내기 위해 헌신적으로 수사하는 미국 연방 검사들과 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애쓰는 헤지펀드 관련자들의 대결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미국에 뉴욕남부지검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서울남부지검이 있다. 여의도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은 증권범죄합동수사부, 금융조사 1·2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 등 네 개의 금융수사부서를 두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사기적 부정거래, 시세조종 등 대표적인 주가조작 범죄를 수사하는 전국 유일의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이다. 이제 1년 후면 새로운 수사 시스템이 출범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수사 전문성과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고 자본시장 수호를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지기를 소망한다. 수많은 개미투자자를 위해서.
[신응석 변호사·전 서울남부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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