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는 범죄피해구조금 대상 제외… 오산 화재 피해자들 '막막'

노경민·최민서 2025. 10. 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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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집안이 쑥대밭이 돼 한동안 밖에서 지내야 합니다."

범죄로 인해 중한 피해를 입었을 때 국가가 피해자나 유족에게 보상 명목으로 '범죄피해구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과실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대상에서 제외돼 실질적인 구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방화로 인해 사망 또는 중상해가 발생했을 경우 구조금 지급이 가능하지만, 실화로 인한 피해자는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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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상가주택 화재 피해 주민들
숙박시설·친인척 집 오가며 전전
방화 아닌 실화 무게… 구제 어려워
과실범죄도 구조금 지급 필요 제기
법무부 "확대 법안 재추진 검토"
오산시 궐동의 한 상가주택에서 불이 나 1층 아래로 유리창 잔재가 널브러져 있다. 최민서기자

"화재로 집안이 쑥대밭이 돼 한동안 밖에서 지내야 합니다."

지난 21일 오후 A씨 부부는 부모님이 거주 중인 오산시 궐동의 한 상가주택에 도착하자마자 처참한 집안 상태를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잠을 자던 중 갑자기 옆집에서 '펑'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불길이 번졌고, 70대 노부부의 집은 한동안 사람이 지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건물 내 다른 주민들도 집을 비우고 숙박시설이나 친인척 집을 오가며 임시 거처를 전전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화재 대피 과정에서 추락해 숨진 30대 여성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 여성은 가족 먼저 대피시키고 옆 건물로 넘어오던 중에 변을 당했지만, '실화'인 탓에 국가 차원의 피해 구제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오산시 궐동의 한 상가주택에 불이 나 집안 내부가 불에 타 있다. 사진=독자 제공

범죄로 인해 중한 피해를 입었을 때 국가가 피해자나 유족에게 보상 명목으로 '범죄피해구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과실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대상에서 제외돼 실질적인 구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화든 방화든 화재 피해 규모가 다르지 않은 만큼, 구조금 제도의 적용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2일 법무부에 따르면 범죄피해구조금은 범죄로 사망, 장해, 중상해를 입을 경우 피해자 또는 유족에게 국가가 보상금을 직접 지급하는 제도다.

사망자 또는 부상 피해자 평균임금의 최대 48개월분이 유족이나 피해자 본인에게 지급된다.

하지만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은 과실 범죄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방화로 인해 사망 또는 중상해가 발생했을 경우 구조금 지급이 가능하지만, 실화로 인한 피해자는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

지난 20일 발생한 오산 상가주택 화재도 사망자와 대피 주민들이 있어 화재 피해가 컸지만, 방화가 아닌 실화에 무게를 두고 있어 구조금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민간 화재 보험 등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해 신속한 구제가 어려울 수 있다.
 
오산시 궐동 화재가 난 주택의 입구 앞. 화재 피해 복구를 위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최민서기자

법무부도 지난 2021년 헌법상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과실 범죄도 구조금 대상으로 확대하는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 가운데 매년 실화로 인한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22~2024년 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부주의 화재는 총 1만175건이고, 사망자는 51명, 부상자는 252명에 달한다. 이 기간 재산 피해 규모도 1천700여 억 원이 넘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과실범죄 유형 및 가해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 방식 등을 검토한 뒤 구조금 지급 대상을 과실범죄 피해자로 확대하는 법안을 재추진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경민·최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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