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12년 만에 최대 낙폭…‘단기 조정’ vs ‘폭락 시작’

가파르게 치솟던 국제 금값이 12년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급락했다. 국내 금 가격도 장중 7.5% 이상 폭락했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금을 팔아치우면서 금 가격의 단기 변동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단기 조정’이라는 견해와 ‘폭락의 시작’이라는 견해가 엇갈리면서 ‘금 투자족’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금은 전장보다 1만1430원(5.47%) 떨어진 g당 19만749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금 시세가 반등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장중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격이 해외 가격보다 비싼 현상) 영향도 겹치면서 7.57% 폭락하기도 했다.
국내 금 가격은 지난 15일 22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 종가를 기록한 이후 13% 추락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 한 돈(3.75g)으로 환산하면 일주일 동안 85만1250원에서 74만587원으로 11만원가량 떨어진 셈이다.

21일(현지시간) 국제 금 시세가 기록적인 낙폭을 기록하면서 국내 금값을 끌어내렸다. 전날 온스당 4381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국제 금 현물은 이날 장중 6.3% 폭락하면서 2013년 이후 일일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12월물) 종가는 전장 대비 5.7% 폭락한 온스당 4109.1달러를 기록했다. 금과 함께 급등세를 보인 국제 은 가격(현물)도 이날 장중 7.5% 넘게 추락했다.
최근 금값을 밀어올린 요인들이 반전되면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 금값 급락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프랑스·미국 등 주요국 재정적자, 미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정지), 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심리가 커지면서 금의 인기는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올해에만 국제 금 가격이 55% 넘게 올랐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셧다운 종료 기대감이 커지고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될 조짐이 보이자 투자자들은 금을 팔아치우고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달러와 금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엔화 약세 등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도 금값 하락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값을 끌어올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최근 그간 많이 오른 금보단 미 국채에 자금이 몰리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 국면에서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기존에 발행된 고금리 국채는 높은 이자수익에 더해 금리 하락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주목을 받는다. 이자가 없어 시세차익만 기대해야 하는 금보다 매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씨티은행이 금 투자가 과열됐다는 이유로 금에 대한 투자 전망을 내리는 등 금값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관세 등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던 지난 5~8월 위험자산과 반대로 금값은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큰 손’인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금을 계속 사들이는 만큼 금값이 장기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최근 들어 금값이 떨어졌지만 최근 2년간 오른 것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하락 폭이다. 국제 금 가격은 2024년 이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금·은의 급락에도 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다양한 불확실성 리스크,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투자, 중국을 위시한 중앙은행의 금 수요 확대 등이 장기 금 가격 랠리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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