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울산 하늘 빛내는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내년 가동 준비 착착
강철의 수직 원통 기둥 5개가 하늘을 향해 경쟁하듯 묵직하게 솟아 있다. 80m 높이에 위치한 꼭대기 둥근 돔은 내부의 고온과 금속의 침묵이 맞닿은 균형의 정점에서 긴장을 머금고 은빛 거울처럼 번쩍였다.
바로 에쓰오일이 첨단 석유화학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꿈을 담은 ‘샤힌 프로젝트’의 심장, TC2C다. TC2C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신기술로 원유에서 곧바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혁신의 핵심 설비다.
나프타 생산 비율을 극대화한 데다 공정 프로세스를 단순화해 탄소 배출를 줄이는 아람코에서 개발한 신공법이다.
지난 21일 방문한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은 불과 1년 새 모든 게 거대한 첨단석화단지로 탈바꿈해 있었다. 철골만 삐죽 솟아있었던 부지는 정제공정설비와 수소처리 반응기 등이 빼곡히 들어서 웅장한 자태를 뽐냈다.
세계 첫 TC2C 상용화 현장…수율 75%까지 끌어올려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원이 투입되는 샤힌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연 TC2C와 스팀 크래커 공정이 자리한 12만5000평 규모의 1구역이다.
TC2C에서 추출된 나프타는 스팀크래커로 보내져 약 850도의 고온으로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한다. TC2C는 신규 촉매 기술 등을 적용해 기존 정유공장과 비교해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의 수율을 75%까지 끌어올린다.
쌍둥이 신전 모양의 스팀크래커는 꼭대기에 각각 두 개씩 솟은 배기 굴뚝이 금방이라도 뜨거운 수증기를 토해낼 듯 긴장감을 더한다. 스팀크래커 전체 10기 설비 중 4기는 설치를 마쳤으며, 나머지 6기도 연내 완공 예정이다.
현장을 책임지는 이현영 현대건설 현장실장은 “스팀크래커에서 얻은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 원료들은 1구역에 설치된 총 30기의 분류탑에서 각각의 성분으로 분리된다”며 “가장 높은 타워가 프로필렌 분류장치로 국내 최대 높이인 118m이자 2300톤”이라고 말했다.
EPC 85% 달성·이달 ‘수전’까지 성공
전체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곳곳은 내년 6월 기계적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해 10월 40% 수준이던 설계·구매·시공(EPC) 공정률은 1년 만에 85%를 넘어섰다.
2구역의 폴리머 공장의 경우 전 과정 자동화 작업을 완료했다. 현재는 1구역의 스팀크래커에서 생산된 에틸렌을 약 5.4km 떨어진 폴리머 공장으로 이송하기 위해 배관과 케이블 라인 등의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기초공사 수준이던 3구역의 에틸렌 저장 탱크도 총 21기가 현재 외형을 완성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17일에는 가장 큰 마일스톤(핵심 이정표)인 수전까지 성공했다. 외부 변전소에서 고압 전력을 현장으로 끌어와 플랜트 설비에 첫 전원을 인가한 것으로, EPC 단계에서 본격적인 시운전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1~3구역이 동시에 초대형 복합 플랜트를 완성하기 위해 사용된 토목 콘크리트만 33만3749㎥다. 8333km의 전기·계장 케이블 뿐 아니라 철골만 약 9만8000톤으로 에펠탑 14개를 세울 수 있는 규모다. 여기에 들어간 1488km에 달하는 배관은 길이가 서울에서 울산을 약 다섯 번 왕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실장은 “프로젝트 전체 현장에 투입되는 근로자 수만 1만1000명”이라며 “국가 보안시설로 분류돼 외국인 근로자의 출입이 제한되는 만큼 1만평 규모의 임시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고 출퇴근 전용 버스 50여대는 부산 기장, 양산 등 인근 지역까지 나간다”고 강조했다.
석화 구조조정 논의에 샤힌이 ‘예외’인 이유는?
내년 6월 기계적 준공을 앞둔 이 프로젝트의 최대 변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 구조재편 논의다.
정부는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을 최대 370만톤 감축한다는 계획인데,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연간 에틸렌 180만톤, 프로필렌 77만톤 등이 추가로 생산된다.
이에 대해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급 조정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생산량 감축을 통해 공급 과잉을 완화하면 국내 가격 경쟁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지만, 단순한 설비 감축만으로 경쟁력이 높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구조개편의 본질이 단순한 설비 감축이 아니라 정유와 석유화학의 수직 계열화에 있다”며 “현재 국내 석유화학 설비 중 샤힌 프로젝트만큼 높은 경쟁력을 갖춘 시설은 없다. 가장 효율적인 설비를 감축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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