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백제 유적 풍납토성 지역에 버스 차고지 추진… 주민들 “광진구 마을버스가 왜 송파에”

이호준 기자 2025. 10. 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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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195-1 부지의 모습. 내부에 전기충전 설비로 보이는 장비가 설치돼있다. /이호준 기자

서울 광진구의 한 마을버스 업체가 송파구로 차고지를 옮기려다 송파구 측의 요구로 최근 공사가 중단됐다. 인근 주민들은 이곳은 풍납토성 유적지여서 문화재 보호를 위해 개발이 제한돼 아파트 재건축도 어려운 상황인데, 차고지 조성 공사는 한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을버스 업체는 차고지를 옮길 곳이 개인이 소유한 사유지여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송파구는 공사를 하려면 먼저 땅 밑에 유물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차고지 조성을 중단시켰다. 광진구에서만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차고지만 송파구에 두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22일 조선비즈가 취재했다.

◇광진구만 운행하는 마을버스 업체, 새 차고지를 송파구에 마련

광진구와 송파구 등에 따르면 마을버스 업체 구의교통은 차고지를 송파구 풍납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광진구 중곡동에 차고지를 두고 있었으나 부지 소유주와 임대 계약이 만료돼 새로운 차고지를 찾았고, 풍납동 부지 소유주와 새로운 임대 계약을 맺었다.

구의교통은 현재 광진 02·03·04번 등 3개 마을버스 노선을 운행 중이다. 세 노선 모두 광진구 내에서만 운행하고 있다. 총 18대의 버스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 중 4대는 전기버스다. 풍납동 새 차고지 예정지에는 전기버스 충전 설비 4대도 설치할 계획이다. 다음 달 1일부로 차고지를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공사가 중단돼 불투명해진 상태다.

지난 19일 찾은 현장에는 ‘사유지 출입 금지’ 표지판이 붙은 입구 안쪽으로 넓은 공터가 펼쳐져 있었다. 면적은 2299㎡(약 696평)로, 차량 수십 대가 세울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중앙에는 전기버스 충전 설비로 보이는 장비 일부가 이미 설치돼 있었다.

20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195-1 부지의 모습. '사유지 출입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내부에 전기충전 설비로 보이는 장비가 설치돼있다./이호준 기자

◇송파구 “사전에 몰랐다” 광진구 “차고지 이전 서류 접수 안 돼”

마을버스 차고지 예정지에서 왕복 2차로의 도로를 건너면 나오는 맞은편 아파트 단지에는 ‘아파트 앞 타 구청 마을버스 차고지 운영 결사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차고지 예정지 입구까지 거리는 15m에 불과하다.

아파트 주민들은 송파구를 지나가지도 않는 광진구 마을버스가 차고지만 송파구에 두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김모(53)씨는 “우리 동네를 다니지도 않을 버스 차고지를 굳이 우리 집 앞에 만들어야 하느냐”고 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사전에 광진구나 구의교통 측으로부터 협조 요청이나 관련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버스 업체는 차고지를 보유하기만 하면 되며, 위치를 변경하려면 기존 차고지가 속한 지자체에만 신고하면 된다. 이전할 지자체에는 신고할 의무가 없다.

광진구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인천이나 경기도에 차고지를 둬도 된다”면서도 “차고지 이전과 관련된 서류가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195-1 부지 인근 한 아파트에 '차고지 및 전기차 충전설비 설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호준 기자

◇인근 아파트 주민 “풍납토성 때문에 개발도 안 되는데 차고지라니”

마을버스 차고지 예정지는 백제 유적인 풍납토성이 있는 역사문화환경보전지역 내에 위치하고 있다. 풍납토성은 백제 초기 왕성인 ‘하남 위례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성곽 내부에서 백제 시대 유물이 출토되면서 개발이 제한됐다. 국가유산청은 풍납토성 일대 146만㎡(약 44만2000평)를 1~5권역으로 나눠 관리한다.

문제가 된 마을버스 차고지 예정지는 3권역에 속한다. 3권역은 개발할 수는 있지만, 건축물을 21m(7층)보다 높게 지을 수 없다. 땅도 2m보다 깊게 파낼 수 없다. 백제 문화층이 잔존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역이기 때문이다.

차고지 예정지 맞은편 아파트 주민 신모(69)씨는 “아파트는 이미 백제 문화층이 파괴된 4권역이지만, 재건축 허가가 날 수 없다는 걸 알아 추진도 못 하고 있다”면서 “3권역 부지를 제대로 관리하든가, 아니면 아파트에 적용되는 개발 규제를 풀어달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 김모(60)씨는 “버스 매연이 싫다”며 마을버스 차고지를 반대했다.

20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일대의 모습. /이호준 기자

◇풍납토성 일대 공사하려면 허가 필요한데… 업체 “잘 모르겠다”

송파구 측은 차고지 이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차고지 예정지는 역사문화환경보전지역이어서 사유지더라도 굴착을 하려면 국가유산청 또는 관할 지자체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절차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송파구 관계자는 “허가 없이 공사를 해 지난 15일 작업을 정지시켰고, 경위서를 받은 상태”라며 “허가를 받으려면 문화재 시굴(試掘) 조사를 해야 한다. 문화재가 발견되면 공사를 완전히 중단하거나 설계를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의교통 관계자는 “별도 허가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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