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되고 담배는 안된다…온라인판매 어디까지? ['절제'의 미학, '착한' 규제 리포트]

이광호 기자 2025. 10. 22. 15:45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에서 규제는 참 말이 많은 화두입니다. 공정, 안전 등을 위한 장치지만,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무엇을 더 우선시 해야 할지에 대한 저마다의 의견도 다양합니다. 규제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며 만들어지지만 시행한 뒤에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작 규제를 만드는 주체인 정부 내에 '규제개혁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저희는 규제를 통해 발생한 '결과적인 상황'을 거꾸로 되짚어 보며, 의도했던 목적과 '기대했던 가치'를 가늠해 보고자 합니다. 규제가 의도했던 결과로 이어지는 '좋은' 규제도 있습니다. 이 또한 어떤 것인지? 찾아 보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의 시작과 접근은 이미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고민을 진행해 온 전문가들의 모임 '(사)좋은규제시민포럼'과 함께 합니다. 공동기획 : (사)좋은규제시민포럼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법과 규제에 막혀 아직까지 온라인에 진입하지 못하는 물품도 있습니다. 의약품과 안경, 렌즈, 그리고 담배입니다. 심지어 술도 제한적이나마 온라인 판매가 열려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특히 담배의 온라인 판매는 논의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지만 오히려 현장에서는 변종 담배의 청소년 접근이 늘고 있습니다. 청소년 보호와 국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두되 일부 합리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온라인 유통,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
이기영 좋은규제시민포럼 지방규제위원장은 "온라인 판매를 합법화하되 강력한 성인인증시스템을 도입하면 오히려 청소년 보호가 강화되고 관리 및 감독 강화가 체계화될 수 있다"며 온라인 판매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SNS 등을 통해 담배를 대리 판매하거나 담배의 경계에 있는 니코틴 제품들이 유통되며 법안 강화까지 이뤄지는 상황에서, 차라리 시장을 양성화하자는 주장입니다. 

담배의 우편 거래를 금지한 담배사업법상 규정은 20여년 전인 2004년 신설됐습니다.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성인인증을 할 수 있던 시기였기에 청소년 보호를 위해 필요한 규제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릅니다. 온라인 상에서도 보다 고도화 된 본인인증을 거쳐야 청소년 금지 사안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2019년 등장한 통신사 앱(PASS)과 문자 등을 통한 본인인증 이용 건수는 2020년 20억3천만건에서 3년사이 25% 급증했습니다. 현장에서 얼굴과 신분증을 직접 보고 담배를 파는 건 안전하고, 온라인은 허술하다는 논리가 더이상 적용되지 않는 시대라는 전문가 주장에 일리가 있는 대목입니다. 
달라진 소비 문화에 따라 담배의 온라인 판매를 언젠까지 피할 수만은 없다는 점도 연구자가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채널 중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8년 37.8%에서 2023년 50.5%로 급증해 처음 절반을 넘겼습니다. 지난해는 미정산 사태가 터진 티몬과 위메프의 매출이 제외됐는데도 온라인의 비중이 50.6%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온라인 유통 매출이 한 달도 빠짐없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1월과 5월, 7월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감소세입니다. 

이에 주류도 온라인 유통이 일부 열렸습니다. 완전한 '집앞 배송'은 아니지만, 온라인으로 주류를 주문한 뒤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찾아가는 '주류 스마트오더'는 이미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CU를 통한 주류 픽업 서비스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26% 증가했습니다. 연간으로는 2023년 190.8%, 지난해 188%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이용 건수는 2022년 6만건에서 지난해 20만건으로 늘었습니다. 

여기에 국세청은 올해 규정을 개정해, 배달앱 등을 통해 음식과 함께 주류를 배송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그간 암암리에 대중화된 문화를 양성화한 겁니다. 면세점이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주류를 출국장에서 인도하는 것까지 허용했습니다. 

"그래도 시기상조"…담배 회사도 검토 안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의 온라인 판매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팽팽합니다. '백해무익'한 담배의 판매 채널을 굳이 늘려야 하냐는 의문 때문입니다. 이에 정부와 국회를 막론하고 담배의 온라인 판매는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주요 담배 회사들 역시 이 문제를 검토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담배규제기본협약'을 국제법으로 발효시켰습니다. 우리나라도 가입된 협약으로, 최근 이뤄지고 있는 담배의 성분공개 법안과 광고 제한, 가격과 세금 규제 및 신종 담배에 대한 규제 확대 등이 대부분 이 협약에 근거해 이뤄집니다. 

협약에는 <당사국은 포괄적인 비가격 조치가 담배소비 감소에 효과적이고 중요한 수단임을 인식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세금이나 가격 정책은 물론이고, 판매의 편의성을 제한하는 것 역시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금연 관련 보건 전문가들은 "담배의 온라인 판매 허용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라며 명확한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허가를 받아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이른바 '담배권'을 가진 소상공인들의 매출 타격에 대한 우려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담배권은 무분별한 판매망 확대를 막고 청소년 접근·탈세·유통혼탁을 억제하려는 공익 목적의 규제 설계"라며 "제도의 취지를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법체계를 근본부터 흔들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내놨습니다. 특히 소매점의 담배 매출 비중이 지난해 37.1%에 달하는 상황에서, 일부만 온라인으로 이탈해도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선진국도 '제각각'
지난해 미국에서는 틱톡을 통해 전자담배를 팔면서 업체 대부분이 연령 확인을 하지 않고 결제 페이지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점이 논란이 됐습니다. 관련해 미국은 'PACT법'이라 불리는 규제를 통해 담배 배송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지난해부터 'Tobacco and Vapes Bill'이라는 새 법안이 추진돼 현재 상원에 올라 있습니다. 각종 신종 담배를 규제에 추가하는 내용이 골자인데, 온라인 판매면허제를 둘러싸고 구입의 편의성과 청소년 보호 사이에 논쟁이 벌어진 상태입니다. 

반면 캐나다는 일부 주를 제외하고 허가된 온라인 업체에 판매권을 주고 있고, 독일은 온라인 판매를 전면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기영 위원장은 "독일 등은 판매 채널을 확대하되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주류와 의약품, 담배까지 거의 모든 판매가 이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담배의 판매 채널 문제는 정부가 담배에 부과하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 세수(제세부담금)는 11조7000억원에 달했습니다. 반면 건강보험공단은 담배의 유해성에 따른 건보 재정 손해 문제로 담배회사들과 12년째 500억원대 소송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로서는 세수를 벌어들여야 함과 동시에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공익적 목적 사이의 접점을 찾아야 하는 셈입니다.  

당신의 제보가 뉴스로 만들어집니다.SBS Biz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홈페이지 = https://url.kr/9pghjn

저작권자 SBS미디어넷 & SBS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SBS Bi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