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신났네, ‘퍼스트 라이드’[이다원의 편파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차은우 용안’만 좋더라.
혼자만 신나서 연신 떠들어대는 친구를 옆에 둬 본 적 있는가. 웃긴 얘기 해주겠다며 자기가 먼저 웃음이 터져 제대로 웃기지도 못하는 친구. 처음엔 좋은 마음으로 들어보려고 하다가도 연신 눈이 뻑뻑해지고, 나중엔 무감해진다. 영화 ‘퍼스트 라이드’(감독 남대중)가 그렇다. 그나마 미소가 지어지는 건, 배우 차은우의 용안을 큰 스크린으로 영접할 때뿐이다. 분량 사기라서 문제지.
‘퍼스트 라이드’는 끝을 보는 놈 태정(강하늘), 해맑은 놈 도진(김영광), 잘생긴 놈 연민(차은우), 눈 뜨고 자는 놈 금복(강영석), 사랑스러운 놈 옥심(한선화)까지 뭉치면 더 웃긴 24년 지기 친구들이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코미디로, ‘30일’ 남대중 감독의 신작이다. 강하늘과 다시 한 번 손잡고 배꼽 도둑이 되겠노라 선포한다.

하지만 코미디의 장벽은 참 높다. 취향을 심하게 타는 장르라 남을 웃기기가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2시간여 지루한 러닝타임으로 보여준다. 메가폰은 곳곳에 웃음보를 조준한 코미디 장치들을 깔지만, 상황으로 웃기기 보다는 조금씩 꺾은 대사들로 웃음을 주려해 높은 타율을 확보하지 못한다. 말장난 개그가 취향이 맞다면야 웃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피식’거리는 것조차 어렵다.
장르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이야기 구조에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첫 여행을 떠나는 코미디’라고 로그라인에 적었지만, 정작 여행을 떠나기까지 초반 1시간 여를 할애한다. 캐릭터 소개,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착착 쌓아가고자 했다지만, 과감하게 잘라도 무방할 부분들도 눈에 띄니 아쉬움만 남는다. 꼭 태국으로 여행을 강행해야만 하는 당위성에도 설득되지 않는다.
또한 클라이맥스 직전 이야기가 한번 더 꺾이는데, 그 에피소드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맞춤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특히 촬영 당시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하필 이렇게나 하수상한 시국 속 그 에피소드를 코미디로 활용하는 영화의 화법에 불편한 마음을 크게 느끼는 이들도 많겠다. 영화에겐 불운이다.
일부 캐릭터들은 다소 비호감이다. 마음의 병 때문에 정신과 약을 먹는 ‘도진’이 거리낌없이 술 마시는 장면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태정’을 위해 공항에서 벌이는 ‘옥심’의 기행들은 ‘어글리 코리안’처럼 비칠 수도 있다. 이것들이 코미디 장치로 사용돼 더 덜컥 걸리는지도 모르겠다.
이쯤되니 영화의 미덕은 오로지 ‘차은우’다. 스크린으로 보는 차은우는 정색한 이의 표정도 풀리게 하는 힘이 있다. 영화 말미 울림을 주는 것도 그다. 다만 분량이 사기 수준이라, 팬들은 불만일 수도 있겠다. 제대 이후 스크린에서 자주 봤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강하늘, 강영석, 한선화 등은 맡은 바를 해낸다. 다만 ‘도진’ 역의 김영광 연기가 관객에게 얼마나 호평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오는 29일 개봉.
■고구마지수 : 3개
■수면제지수 : 3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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