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핫이슈] ‘점주 퇴로 보장’ 법제화 팔 걷은 공정위… 가맹본부 반발은 과제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2일 오전 9시 45분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가맹점주가 적자를 내도 쉽게 문을 닫지 못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점주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도록 ‘계약해지권’ 제도화를 추진하고, 위약금 부담 완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지난달 협상권 제도화에 이어 ‘퇴로 보장’으로까지 정책을 확대한 것이다. 공정위는 업계 의견 수렴을 병행하며 내년 상반기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맹본부들은 “점주의 남용이 우려된다”면서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가맹점사업자의 계약해지권 보장 방안 등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가맹본부와 점주 간 힘의 불균형,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분쟁이 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점주가 손해 없이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정위는 상법상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상당한 기간을 정해 해지할 수 있다’는 법정해지권 조항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지금은 조항이 모호해 사실상 유명무실하지만, 앞으로는 가맹사업법에 해지 사유와 절차를 명시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점주가 경영 악화나 본사 불이익 등으로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면 합리적 절차를 거쳐 계약을 종료할 수 있게 제도를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폐업 시 위약금 부담 완화 방안도 포함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가맹본부 수는 2013년 2973개에서 지난해 8976개로 3배 이상 늘었고, 가맹점 수는 같은 기간 19만개에서 36만개로 급증했다. 그만큼 분쟁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맹 분야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2022년 691건에서 지난해 758건으로 늘었다. 외식업 가맹점의 폐점률은 지난 2023년 기준 14.9%로 3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공정위는 특히 ‘적자에도 폐업이 어려운 구조’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폐업 시 과도한 위약금이 걸림돌이 되고 있어서다. 위약금 관련 분쟁조정 건수는 2022년 135건에서 지난해 208건으로 50% 이상 늘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약금 감면 기준과 적용 요건을 함께 검토해 합리적인 제도를 설계할 계획”이라면서 “점주의 해지권 남용을 막기 위한 절차적 장치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묵시적 계약갱신 제도 개선도 병행된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본사에 계약 갱신 의무를 부여하지만, 실제로는 점주 의사와 무관하게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공정위는 가맹본부에 계약 갱신 통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점주가 일정 기간 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유사한 구조를 참조해 가맹사업에도 유연한 계약 종료권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가맹점주단체 등록제’ 도입을 골자로 한 지난 9월 종합대책의 후속 단계로, 협상 구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점주의 실질적 권리 보장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당시 공정위는 가맹점주가 일정 요건을 갖춘 단체를 구성하면 본사와 공식 협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협상의 결과로 다뤄야 할 핵심 쟁점인 폐업·위약금·갱신 문제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공정위는 용역을 통해 상법과 가맹사업법을 함께 분석하고,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국의 가맹계약 종료 제도도 비교·검토할 계획이다.
점주 단체들은 이번 조치에 환영하는 반면, 가맹본부들은 해지권 남용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한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적자 판단은 주관적일 수 있어 점주가 계약을 쉽게 끊으면 브랜드 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위약금 감면과 해지 요건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본부 관계자는 “복수의 점주 단체가 서로 다른 요구를 할 경우 협의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는 가맹본부의 부담과 점주의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를 함께 고려해 제도를 설계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약 해지권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인정하는 방향으로, 계약 일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검토 중”이라면서 “용역 연구와 별개로 업계의 의견을 듣고, 현실적 부담과 법리적 쟁점을 함께 반영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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