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의무화’ 이란서 어깨 훤히 드러낸 드레스… 고위층 딸 결혼식 논란

여성의 공공장소 히잡 착용이 의무인 이란에서 고위층의 딸이 어깨가 드러나고 가슴이 깊게 파인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결혼하는 모습의 영상이 공유돼 논란이 일었다.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구금 중 사망한 사건까지 벌어진 이란에서, 히잡도 쓰지 않은 채 노출이 있는 드레스를 입은 고위층 자녀 모습의 영상은 고위층의 ‘이중 잣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이란 인터내셔널 등에 따르면, 최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정치 고문인 알리 샴카니 소장의 딸 결혼식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했다.
영상을 보면, 샴카니의 딸은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아버지 팔짱을 끼고 연회장에 들어선다. 웨딩드레스는 어깨끈 없이 가슴이 깊게 파인 디자인이다. 하객이 다수 있는 자리였지만, 샴카니의 딸은 면사포만 머리에 얹었을 뿐 히잡을 쓰지 않았다. 이 자리에 참여한 다른 여성들은 히잡을 착용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샴카니의 딸은 작년 4월 테헤란 에스피나스 팰리스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은 결혼식 이후 뒤늦게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영상이 어떻게 유출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객 중 한 명의 휴대전화가 도난당해 유출됐다거나, 한때 샴카니의 측근이었던 인물이 그를 망신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퍼뜨렸다는 등 소문만이 무성한 상황이다. 이란과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 측이 휴대전화를 해킹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출처를 막론하고 이번 영상은 이란 고위층의 ‘내로남불’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이란은 형법을 통해 여성의 공공장소 히잡 착용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단 이유로 도덕 경찰에 끌려간 뒤 구금 중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 사건으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었으나, 처벌 규정이 바뀌진 않았다. 되레 최근엔 테헤란에서 히잡을 벗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며 공공장소 복장 규정을 단속하기 위해 인력 8만명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이란 정부 발표가 나온 바 있다.

“이 정권은 물 마시라고 설교하면서 자신들은 포도주를 마시는 체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알리 파톨라네자드 중동·글로벌 질서 센터 소장은 이 같은 비유를 들며 “이 일은 이슬람 공화국과 그 지배 엘리트에 내재한 노골적 위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망명 중인 이란 반체제 인사 마시 알리네자드는 X를 통해 “이슬람 공화국의 최고 집행자 중 한 명인 알리 샴카니의 딸이 어깨끈 없는 드레스를 입고 호화 결혼식을 올렸다”며 “반면 이란의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고, 젊은이들은 결혼할 돈조차 없다”고 했다.
글로벌거버넌스센터 연구원인 파르잔 사베트는 이란 부유층 사이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서양식 결혼식은 흔히 볼 수 있다면서도 “샴카니가 젊은 여성들의 사회적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압하는 일을 총괄했으면서, 정작 그의 가족은 자신들이 원하는 사회적 자유의 혜택을 누린다는 점에서 위선이 엿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샴카니와 그의 자녀가 대규모 제재 회피 네트워크에 깊이 관여해 있고, 거기에서 이익을 빼돌린다고들 추정한다”고 했다.
다만 친정부 성향 인사들은 당시 연회장에 여성들밖에 없었다며 샴카니 딸의 복장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옹호했다. 에자톨라 자르가미 전 문화유산부 장관은 “완전히 사적인 여성들만의 모임이었다”며 “신부의 아버지가 관습에 따라 고개를 숙인 채 딸의 손을 신랑의 손에 얹어 주는 장면일 뿐”이라고 했다.
샴카니는 딸 결혼식 영상 논란에 대한 현지 취재진 질문에 욕설을 하며 “난 아직 살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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