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중요한 이웃”이라지만…‘日정세’가 한일관계 변수

문혜현 2025. 10. 2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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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vs 충돌…취임 후 한일 관계 시험대
 李대통령 “경주 APEC서 건설적 대화 기대”
‘셔틀외교’ 기조 유지…“한미일간 공조 중요”
 정치 수세시 ‘혐한 카드’ 재부상 가능성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가 2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본격 집권하면서 향후 한일 관계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강경 보수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가 국정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거나, 반대로 정치적 수세에 몰릴 경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극우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서다. 취임 후 한일 과거사 문제에 ‘과거를 직시해야한다’는 기조를 이어온 이재명 대통령이 같은 수위로 맞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다카이치 총리 축하 메시지를 통해 양국 대화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이제 우리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님과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셔틀외교 지속 의지와 함께 “다가오는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님을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한국을 향해 “중요한 이웃”이라고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지금까지 정권 사이에서 구축해 온 일한 관계의 기반에 기초해 한일 관계를 미래 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도 희망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또한 그는 “한일 관계의 중요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며 “한미일 3국은 북한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안보, 경제안보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략적 관점에서도 (협력을) 확실히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를 묻는 말엔 “한국 김을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을 쓰며, 한국 드라마도 본다”며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 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첫 대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상행사가 시작되기 전날인 오는 30일 방한해 2박 3일 간 머무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전날 일본으로 향해 일본 정부 관계자들과 APEC 계기 한일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다카이치 총리는 임기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 한일 정상회담을 의식한 듯 지난 17∼19일 진행된 야스쿠니신사 가을 예대제(例大祭·제사) 기간 참배를 보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총리가 안정적인 한미일 공조 구축을 재확인하기 위해 당분간은 극우 강경 행보를 자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기 초 국정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트럼프 정부도 우호적인 한일관계가 필요하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은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뜻을 모아왔다. 지난 정부 10여년 만에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전임 일본 총리도 셔틀외교를 이어가는 등 우호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사 문제 등에 강경 발언을 내놓을 경우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무엇보다 미국발 관세 전쟁 상황에서 일본과 한국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점도 양국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미일 관세 협상을 타결하긴 했지만 투자 이행 방식과 관련해 양 정부 간 다른 입장이 나타나고 있고, 국방비 증액과 안보 문제 등 현안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 또한 한미 관세 협상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변수는 양국의 국내 정세가 될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경우 유신회와 연정을 통해 총리로 선출되긴 했지만 정치공학적인 ‘여소야대’ 구조다. 유신회 자체가 극우적인 성향을 띤 데다, 이미 참의원 선거에서 3연속 참패한 전적이 있는 자민당이 여론 악화에 대비할 카드로 한일 관계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당장은 관리 모드, 적어도 6개월 정도는 화해 분위기로 갈 것 같다”면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면 혐한 감정을 이용한다든지, 일본의 보수적인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발언이나 돌출 행동을 할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게 되면 이 대통령 또한 지켜보고 있기만은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한일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지만, 취임 이후 외교 정상화 일환으로 일본 정상과 가장 먼저 통화하고,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갖는 등 협력 의지를 보여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과거사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 여론이 나온다는 점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적으로 극우 행보를 보일 경우 이 대통령도 맞대응에 나서면서 한일 관계가 경색될 우려가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다카이치 내각이 물가 대책이나 경제 성장을 내세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성과가 안 나오게 되면 ‘한국 때리기’, ‘중국 때리기’를 할 수 있다. 임기 중 한일 갈등을 피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만약 이재명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렇지 않아도 불만이 많은 국내 진보 진영의 반발이 클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이 대통령의 정국 운영이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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