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15분 도시인가? 한계와 과제
제주도당국은 오랫동안 환경수도 등 친환경적인 도시를 지향한다고 공공연하게 거론해왔다. 이 중에 실제로 구체화 된 것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15분 도시'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15분 도시'의 취지는 직장, 학교, 가게, 공원 등이 가까이 있어 자동차 의존도를 줄이고, 친환경적, 생활 편의성이 높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15분 도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제주 도시의 패러다임 전환은 필연적이기에 제주자연의벗-제주의소리는 제주도의 '15분 도시'에 대한 진단과 함께 제주도 도시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기획 연재를 5회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1. 15분 도시의 개념과 발생 배경
지구 환경문제의 가장 큰 진원지는 도시이다. 기후위기, 대기오염, 쓰레기 문제, 수질오염, 상수원 고갈 등 모든 환경문제가 도시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도시를 바꾸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고 생태도시, 환경도시, 녹색도시, 전원도시, 순환 도시, 지속 가능한 도시, 저탄소 녹색도시 등 여러 개념이 등장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도 또한 그 시도에 동참했다. 2019년에 '세계환경수도' 비전을 선포했고, 2021년에는 "2030 제주 세계환경수도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로 그쳤다. 그 이후 오영훈 도정이 들어서면서 생태도시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제주 15분 도시로 보인다.
15분 도시는 원래 프랑스 파리의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제안한 개념으로,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요소들을 근접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도시를 재배치하자는 취지이다. 15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에 거주와 업무, 건강, 학습, 여가, 생활 서비스까지 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를 갖춘 도시를 말한다.
15분 도시는 세 가지 개념이 핵심 축이다.('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 10',박경화,2024) 첫째, 도시에 새로운 리듬을 만드는 것이다. 자동차와 도로는 줄이고 자전거와 보행자의 길을 늘려서 도시의 시간의 흐름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시민들이 여유 있고 느린 삶을 살게 하자는 것이다.

둘째, 하나의 장소를 다양한 기능으로 바꿔서 활용하는 것이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이용이 줄어든 사무실을 주택으로 바꾸고 일과 시간 후에는 학교와 공공건물을 주민 복지와 여가 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많은 예산을 들여서 새 건물을 짓기보다 기존의 관공서 등을 리모델링하여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는 대규모의 건설 예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마을의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은 시민을 위한 평생교육 장소로 활용하고 학교 운동장과 정원을 공원처럼 녹색 공간으로 꾸며 방과 후에는 시민들이 자연을 가까이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공원과 녹지도 늘려 기후위기로 뜨거워지는 도시 온도를 낮추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사랑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시민들은 가까이 살면서 자주 만나고 도시 공간과 거리, 광장을 사랑하게 된다. 이처럼 15분 도시의 취지는 비용을 들이지 않거나 적은 비용으로 도시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2. 제주도 15분 도시 추진 현황
제주도 당국도 파리의 15분 도시 개념을 차용하여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 개념을 제주 실정에 맞게 재해석하여 "제주 어디에 살든 도민의 동등한 기회와 삶의 질을 보장하는 사람 중심 도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핵심 가치로는 사람 중심, 공간 포용, 탄소중립, 공동체 활성화를 제시했다.
제주도는 먼저 전체 권역을 "30개 행복생활권"이라는 생활 거점 단위로 나누는 구상을 마련했다. 생활권은 다시 대생활권, 권역생활권, 15분 생활권, 보행 생활권 등으로 계층화했다. 전체 30개 생활권 중 우선 8개 생활권을 시범 생활권으로 선정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2024~2026년 기간 동안 총 39개 사업에 대해 약 54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5년에는 도시 분야 사업에 491억원을 투입하면서, 시범지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범지구 4곳에는 보행환경 개선, 스마트 버스정류장 설치,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제주시 전농로 구간 1.07km에 "사람중심 도로"를 조성하고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하는 사업 등이 그 사례이다. 차량 통행은 가능하지만 속도 제한 조치를 하여 보행 우선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제주도는 시범지구에서의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2033년까지 제주 전역을 15분 도시 구조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또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주도 15분 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칭)" 제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 내부의 탄소중립 목표와 연계해 제로에너지 건축물 확대, 분산 에너지 활용, 온실가스 감축 등을 포함한 도시관리계획 수립 기준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3. 제주도 15분 도시에 대한 제언
현재까지의 과정을 중심으로 원래 15분 도시의 개념과 비교해 제주 15분 도시를 들여다보자. 물론, 파리의 15분 도시를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다만, 15분 도시의 기본 뼈대인 도시의 시간의 흐름을 바꿔 느리고 여유 있는 삶으로 바꾸고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태도시로 만드는 것은 변함이 없어야 하기에 이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15분 도시의 원래 취지는 프랑스 파리라는 거대 도시를 바꾸기 위한 것이다. 이에 비해 제주 15분 도시는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읍면 단위까지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다르다. 즉,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지역까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읍면 단위의 경우 15분 도시의 원래 취지인 핵심 생활시설을 15분 내로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15분 도시는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의 인구밀도와 복합용도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제주 읍면 지역은 인구가 적거나 저밀도 구조가 일반적이어서 적용이 어렵다.
자칫, 읍면 지역에 15분 도시를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해 또 하나의 건설사업이 될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제주도민 전체에 혜택을 주기 위해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한 것은 이해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즉, 제주도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고 환경문제의 진원지인 제주시 도심을 먼저 대상지로 설정해야 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도시환경문제의 시급성에서도 그렇다. 현재 15분 도시가 필요한 곳은 제주도심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한 경우, 계획처럼 예산 조달도 쉽지 않다. 제주도는 2021년에 "2030 제주 세계환경수도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를 위해 사업비 약 6조267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결국 이 사업은 실현되고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현재 제주도의 15분 도시 계획은 인프라 구축 사업이 많다보니 장기적으로 상당한 예산 조달이 필요하다. 실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파리 15분 도시는 비용을 들이지 않거나 적은 비용으로 도시를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되었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새 건물을 짓기보다 기존의 관공서 등을 리모델링해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제주도의 15분 도시 계획은 상당한 건설 예산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그것도 제주 전체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또 하나의 건설사업이 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생태도시는 현대 도시에서 일어나는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 생태도시는 도시도 하나의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도시의 구조를 자연생태계와 가깝게 설계함으로써 인간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를 말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 브라질의 꾸리찌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와 슈투트가르트, 영국의 밀턴케인스 등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생태도시가 실현되고 있다.
파리에서 시작된 15분 도시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개념이다. 즉, 생태도시가 기본 토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제주도의 15분 도시는 생태도시의 확고한 철학보다는 기능적인 면에서 접근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보니 생태도시라는 지향보다 예전 정부의 국토 균형발전 사업으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생태도시는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사람이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제주 15분 도시처럼 읍면지역에 생활 인프라를 건설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룡화된 거대 도심을 바꾸는 것이 중심이어야 한다.

또한 제주시의 구도심 활성화는 중요한 과제이다. 이를 제주 15분 도시와 연결시켜서 파리 15분 도시처럼 하나의 장소를 다양한 기능으로 바꿔서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새 건물을 짓기보다 구도심의 빈 건물을 리모델링해 복합적인 기능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풍부한 녹지와 공원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제주도는 갈수록 여름이 힘든 계절이 되어가고 있다. 기후위기 극복과 제주 도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15분 도시의 사업을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공원 확대와 같은 녹지 확충과 더불어 옥상녹화, 벽면녹화 등의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야 한다.
또한 도심의 온도를 낮추고 친수성을 갖추기 위해 독일 프라이부르크처럼 순환 수로를 고려할 수도 있다. 프라이부르크에는 도심에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게 설계된 수로(베히레)가 도심 골목 곳곳으로 연결되어 있다. 수로는 총길이 8.9km이고 수로의 폭은 30cm 정도로 좁지만 프라이부르크 도심의 온도를 낮춰 주고 있다.

원래 15분 도시의 목표는 친환경 도시, 경제적인 도시, 사람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사회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태도시로 만드는 것이 다. 이런 철학이 제주 15분 도시에도 분명하게 적용돼야 한다. 이 방향을 가지고 15분 도시의 목표와 세부사업을 조정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 과정을 만들기 위해 용역사에만 맡기는 것이 아닌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래서 긴 호흡을 가지고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도시 계획은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100년의 비전을 가지고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