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인조혈관 수가 20년간 제자리… ‘의료 포퓰리즘’ 피해자 결국 국민”[현안 인터뷰]

김병채 기자 2025. 10. 2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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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안 인터뷰
아산상 의료봉사상 수상 김웅한 서울대 의대 교수
의사 선택했으면 사회공헌 당연
소아 심장병 치료하며 큰 보람
아이들 대변해주는 사람 필요
소아과 등 필수의료 기피 심화
희생 강요 말고 수가 인상해야
낮은 수가 방치 부작용도 심각
심장수술용 고어텍스 인조혈관
20년간 수가 안올려 업체 철수
김웅한 서울대 의과대학 소아흉부외과 교수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웃으며 나오고 있다. 윤성호 기자

김웅한(62) 서울대 의과대학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지난 9월 제37회 아산상 의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999년부터 26년간 휴가와 명절 기간을 주로 이용해 꾸준히 해외 봉사를 실천해 왔고, 844명의 환자를 수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만난 그는 “의사를 선택하는 순간 사회공헌은 무조건 해야 한다”며 의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현재 대한민국 의사들의 기피과 중 기피과라고 할 수 있는 소아흉부외과 전문의인 김 교수는 의료보험 수가 정책에 대해 질문할 때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한소아청소년외과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의료인과 국민에게 모두 도움이 되려면 건강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포퓰리즘 정책으로 필수의료를 아무도 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이번 추석 연휴가 길었는데 해외를 다녀왔다.

“키르기스스탄에 다녀왔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해외를 나가고 있다.”

―26년째 해외봉사를 벌이고 있는데 첫 계기가 있었나.

“1999년 당시에 한 비정부기구(NGO)에서 외국 심장병 어린이 수술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자문관으로 참여했었다. 중국 하얼빈(哈爾濱)을 처음 갔었는데 현지 병원장이 계속 도움을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면서 그 후 10년간 현지 의사를 교육한 것이 시작이었다.”

―844명의 해외 어린이 심장 수술을 했는데 소아 심장병 환자가 계속 많이 발생하나.

“세계적으로 1000명이 태어나면 8명은 심장 기형이 있다.”

―지속적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하시면서 국제보건 과목을 서울대 의대 커리큘럼에 넣는 주도적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현재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에는 의사들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번 조사를 해 보니 의대 학생들이 입학할 때는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오는데 졸업할 때는 돈벌이밖에 관심이 없는 게 현실이었다. 전국 40개 의대 중 국제보건 수업이 있는 학교가 3개밖에 없었고, 커리큘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국제보건 과목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나.

“정규 수업 시간에 해외 봉사를 직접 참여한다. 2~3개월 정도 학생들이 선택 실습을 할 수 있다. 사실 의사를 선택하는 순간 사회공헌은 무조건 해야 한다. 10년 정도 진행하면서 체계가 잡혔다. 지금 전국 의대 중 국제보건을 체계적으로 하는 데는 서울대 의대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에 소아흉부외과를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제가 선택한 건 아니었다. 한국은 최빈국 시절이던 1960년대에도 저를 가르쳤던 스승님들이 심장 수술을 했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첨단 의료를 하려고 했다. 제가 배울 때는 소아 심장 수술을 시켜보고 잘하면 계속하고, 잘 못하면 다른 걸 시키는 분위기였다. 당시 제가 조금 잘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계속하게 됐다.”

―소아흉부외과 의사로 보람을 느끼나.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이 50세가 넘으면서 소아과 전공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선천성 소아 심장병은 99% 정도 임신 중 진단이 가능하다. 어른들은 5년 더 살기 위해 전 재산을 팔아서 치료하는데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아기는 태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태어나서 수술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태어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애들을 대변해 주고 이들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제 소아흉부외과 전공의가 많이 없다.

“소아과가 인기가 없다고 하는데 소아과 내부에서도 인기과와 비인기과가 있다. 소아흉부외과는 아무도 안 하려는 상황이다. 지금 전공의들이 돌아와 로테이션을 하고 있는데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

―의정갈등 기간 당직도 서고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전공의들이 돌아와서 좀 편해졌나.

“지금 당장은 전공의들이 도움 되는 게 없다. 전공의들의 공백기가 길었고 지식이 단절된 상태라 환자를 봐도 뭘 해야 할지 모른다. 당직도 못 시킨다.”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수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금 수가가 외국에 비하면 국민한테는 너무 싸고 좋다. 하지만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의사들의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수술 수가가 원가가 채 안 된다. 특히 어린이 수술은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수가가 더 싸다. 과거 소아과에서 처치 안 하고 진찰만 하면 수가가 900원이었다. 어린이를 치료하면 치료할수록 적자였다. 병원에서는 어린이를 치료하지 말라고 한다. 거기다 수술이 잘못돼 소송이라도 걸리면 소송액이 10억 원이 넘는다.”

―수가 조정 수준이 아니고 전반적으로 모든 수가를 다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금은 갈 데까지 간 상황이다. 필수의료를 아무도 안 하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간다. 수가 문제와 관련해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심장 수술할 때 인조혈관을 쓰는데 고어텍스 재료로 만든 걸 가장 많이 쓴다. 한국에서는 20년간 수가가 안 올랐다. 한국만 안 올려주니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3분의 1밖에 안 됐고, 인공혈관을 만드는 회사가 철수해 버렸다. 수술을 못 할 지경이 되고 환우회가 나서자 정부가 협상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만나지도 못했다.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고, 해외에서 높은 가격으로 사서 병원에 나눠주고 있는 형편이다. 심장 판막 수술 제품도 계속 신제품이 나오지만, 수가 문제 때문에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처분하는 구제품을 쓰는 나라가 됐다.”

―정부에서는 필수 의료 수가를 현실화하겠다 말하는데 여전히 부족한가.

“갈 데까지 가면 정부가 움직인다. 현재는 수가가 오르기는 올랐다. 네팔만 가도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수술은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데 우리도 무료로 해줘야 한다. 심장병 수술을 대기하던 소아 환자가 기증자를 못 찾아 200일 동안 인공심장 기계를 달고 있었는데 치료비가 17억 원이 나온 적도 있다. 후원자를 찾아 보호자는 수천만 원만 냈지만, 그것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정부에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해 봤나.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 그런데 용기를 가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어린이병원이 사실상 서울대병원 하나다. 건물이 40년 전에 지어졌다. 그러다 보니 문도 작고, 엘리베이터도 작다. 정부에서 제대로 된 어린이병원이라도 하나 지어줬으면 좋겠다. 결국 보험료는 올려야 한다. 공무원도 다 알고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암환자 수술 대기 기간도 짧고 접근성도 좋다. 그런데 보험 재정은 언젠가 고갈된다. 지금 그에 대한 대책이 없다. 나는 공공의료를 지지한다.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김병채·이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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