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악마가 사랑한 풍경 ‘세체다’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에 세체다(Seceda)라 불리는 절벽이 있다.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서 차로 350㎞, 꼬박 네 시간을 달려야 닿는 알프스 산맥이다. 오르티세이(Ortisei) 마을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500m 지점에 오르면 ‘악마가 사랑한 풍경’이라 불리는 세체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극적인 바위 봉우리와 절벽, 평화로운 초원의 대비로 붙은 별명이다.
칼로 산을 쪼갠 듯 직각으로 솟은 절벽은 초원을 삼킬 듯 웅장하다. 초여름엔 짙은 녹색 초원이 능선을 덮지만 10월의 세체다는 이미 계절의 경계에 있다. 눈과 바람, 햇살이 교차하며 산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한다.
현지인들은 “세체다는 성격이 급한 사람에게는 절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예고 없이 비와 우박이 쏟아지고, 짙은 안개가 산을 감싸면 하루 종일 모습을 감춘다. 자연의 변덕 앞에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스스로 얼굴을 드러내길 기다린다.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능선을 비출 때 세체다는 돌과 초원, 하늘이 맞물린 거대한 조각 작품으로 변한다. 그 순간 주변의 모든 여행자가 동시에 숨을 멈춘다. 카메라로 웬만한 풍경은 담을 수 있다지만, 세체다는 ‘직관’으로 완성된다. 그 한 장면을 보기 위해 이어온 긴 여정의 노고가 눈 녹듯 사라진다.

여름이면 하이커들로 붐비던 세체다의 능선은 가을 이후 비수기를 맞아 평온을 되찾는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하다. 능선 아래로 이어진 가느다란 길을 걸으며 깨닫는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고, 또 덧없는 존재인지. 도시에서 쌓인 복잡한 마음들이 먼지처럼 흩어진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주단체 “수천조 메가 프로젝트, 주주 대상 설명회 개최하라”
- [속보] 국조특위 방문 앞두고 잠실 개표소 앞 집회 참가자 충돌
- 육군 “지난 5월 훈련 중 예비군 사망 원인은 지병인 췌장염”
- 李대통령 “이재용 결단이 첨단산업 대도약 선도… 이병철 떠올라”
- ‘말년 병장’ 권순우, 윔블던서 2회전 탈락...25위 토미 폴에 무릎 꿇어
- [조수석에서] 폴스타, 전기 SUV ‘폴스타 3’ 출시…7790만원부터
- “학교에 ‘결석 사유서’ 내주세요” 투헬이 잉글랜드 부모들에게 부탁한 이유
- 김민석 “검찰개혁 필요성 재확인…총선승리·연속집권이 개혁 담보”
- 韓총리 “AI 활용 정부 되겠다… 전 부처에 AI 도입, 국민 문서 제출은 절반으로”
- 공정위 과징금 부과해도 구글 ‘독점’ 안 깨지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