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전해질 추천 물었더니…SES AI ‘MU-1’ 1초 만에 ‘척척’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현재 실리콘 음극과 ‘NCM-MO1’(삼원계 배합버전 코드) 양극을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이 1.2몰 농도인데, 빠른 충전을 개선할 수 있는 전해질을 추천해 주세요.”(사용자)
“옵션 A: 에틸렌 카보나이트(EC) 함량을 줄인 셀 카보네이트 조성. 옵션 B: 빠른 충전을 위한 국소 고농도 접근법. 옵션 C: EC가 없는 플루오르화 탄산염.”(MU 플랫폼)
치차오 후 SES AI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7일 디지털타임스와의 단독 화상 인터뷰에서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기반 배터리 소재 개발 플랫폼인 ‘분자우주(Molecular Universe, MU)’의 분자 검색(Search) 기능을 시연한 장면입니다.
이어 ‘EC’를 클릭하자 곧바로 분자 구조가 표시됩니다. ‘유사한 분자 찾기’(Find Friends)를 누르니 1초 만에 EC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새로운 다른 분자들이 나타납니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SES AI는 기존 차세대 배터리 사업과 함께 고성능 배터리 개발을 위한 AI 서비스·플랫폼인 MU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MU를 첫 공개한 후 6개월 만에 세 번째 버전인 MU-1을 출시한 것입니다.
치차오 후 SES AI CEO는 “최신 버전인 MU-1은 이전에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새로운 분자들을 제시한다”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해결책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금 시연한 버전은 인터뷰 시간 관계상 낮은 티어로 31편의 문헌을 기반으로 답변했지만, 30분 만에 전 세계 논문을 분석하는 ‘딥 스페이스’ 모드에서는 2억개의 이상의 분자를 맵핑해 정교한 결과를 제공한다”고 덧붙였습니다.
MU-1, 5단계 배터리소재 개발 시스템…연구개발 전 과정 한 번에
진화한 MU-1은 ‘질문(Ask)-분자 검색(Search)-제형 설계(Formulate)-셀 설계(Design)-셀 예측(Predict)’의 5가지 핵심 기능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연구개발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자동으로 연결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프로세스로, 신속하게 새로운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SES AI는 MU의 Search 단계부터 인간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방대한 미지의 분자 영역을 AI로 탐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했습니다. MU 안에는 모든 분자들이 포함돼 있고 각 분자의 물성이 모두 맵핑돼 있기 때문입니다.
치차오 후 SES AI CEO는 “배터리 응용에 활용될 수 있는 분자는 약 1000억개로 추정되지만, 인간 과학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실제 실험한 것은 불과 700개 수준에 그친다”며 “이 말은 곧 10억배 이상 더 많은 미지의 분자들이 아직 탐구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MU의 Search 기능은 이 부분을 공략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전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이미 존재하지만 아직 연구되지 않은 분자들을 찾아내고,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분자를 생성할 수도 있다”며 “과학자를 위한 분자 사전이자 새로운 창작 도구 역할을 하는 지능형 백과사전인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소 9개월 걸리던 연구를 5분으로…“2만명 투입 인력을 단 한명 연구자로”
세상에 없는 솔루션 제시가 가능한 이유는 MU-1에서 새롭게 선보인 Formulate와 Design, Predict 기능 덕분입니다. Formulate 기능은 사용자가 원하는 제형을 입력하면 그 특성을 계산해주며, Design은 실제로 셀을 제작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자동으로 이 조성이 올바른 방향인지, 성능이 10~30% 향상될지 등을 자동 분석합니다.
그는 “기존에는 제형 설계와 셀 설계 단계를 위해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수많은 후보 물질과 조성을 반복적으로 시험해야 했다”며 “이 과정만 최소 9개월에서 최대 2년이 걸리는데 그 결과가 올바른 방향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MU의 Formulate와 Design 기능을 활용하면 이 복잡한 과정을 5분 내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Predict까지 세 가지 기능을 모두 활용하면 통상 수년이 걸렸던 작업을 1시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진정한 미지의 영역인 Predict 단계에서는 단 1개월(약 100사이클)의 데이터만으로도 2~3년 후의 배터리 수명을 예측할 수 있도록 구현했습니다. MU의 예측 정확도는 현재 85~90% 수준으로, 사용량과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정확도는 더 높아진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MU는 결국 대형 배터리 기업들이 연 매출의 5%를 투입해 물리적인 시설을 만들고 수천 명의 연구진이 수행하는 전통적인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AI가 통합적으로 자동화한 플랫폼”이라며 “단 한 명의 연구자와 MU만으로도 수년에 걸쳐 2만명이 진행하던 연구개발 수준의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MU 이용해 새로운 전해질 개발 성공…추가 협력 타진 위해 이달 한국행
SES AI는 이미 세 개 기업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MU 성과를 입증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새로운 전해질을 개발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 전해질은 전기차 배터리의 사이클 수명을 향상시키며 현재 상용화돼 판매 중입니다.
그는 “두 번째 프로젝트는 저온 환경에서의 사이클 수명을 개선하는 신규 전해질을 개발해 에너지저장용 배터리(ESS)의 저온 성능을 크게 높였다”며 “스마트폰 배터리용 전해질도 고전압 안정성을 높이는 신소재를 개발해 각 협력사의 현장에서 직접 성능 검증 테스트를 거쳤다. 현재는 실제 상용 수준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또 다른 신기록을 쓰기 위해 이달 한국을 직접 방문할 계획입니다. 국내 완성차·배터리 기업들과 최신버전 MU-1의 도입 협의를 진행하며, AI 기반 배터리의 연구 협력 방안과 각 기업 현황에 맞는 MU 플랫폼의 국내 적용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특히 SES AI는 한국에서 AI 플랫폼 서비스 기업이라기보다 국내 완성차기업인 현대차와 전기차용 리튬메탈 배터리 B샘플을 공동개발하는 기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현대차와의 리튬메탈 배터리 B샘플도 MU 플랫폼을 통해 진행하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모든 개발 과정은 MU 플랫폼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로 MU에 의존하고 있다”며 “실리콘 리튬이온 배터리로의 확장도 병행 중으로 다음 단계인 C샘플 단계에 매우 근접한 상태”라고 답했습니다.
범용 AI에서 산업 특화형으로…SES AI “한국 배터리 산업에 핵심 역할”
그는 마지막으로 “MU는 버티컬 AI(Vertical AI)”라며 “지금 인공지능은 범용 AI에서 화학, 소재, 신약 개발, 배터리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는 배터리 분야의 선도국인 한국에 매우 중요한 변화로, 수만 명의 과학자를 보유하고 있는 일부 대형 배터리 기업들과는 인력 수에서 밀릴 수밖에 없지만 MU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경쟁력 자체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메타, 오픈AI와 같은 글로벌 AI 기업들은 강력한 기술력에도 도메인 전문성과 전문 데이터가 부족해 정확도가 떨어지고, 대형 배터리 기업들은 여전히 제조 중심의 DNA인 만큼 MU가 이러한 간극을 메우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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