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백해룡, 정치 말고 수사로 보여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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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물건도 결국은 그 본질에서 값어치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를 "수사팀이 시원찮으니, 능력 있는 당신이 가서 직접 해결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매우 곤란하다.
백 경정의 대거리에 임 검사장은 이미 "수사팀원들이 대견하다 못해 존경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그때까지 명심해야 할 건, 수사는 정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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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룡·임은정 검경 주도권 다툼
'모욕' 불만? 수사 결과로 말해야

사람도 물건도 결국은 그 본질에서 값어치를 찾아야 한다. 말하자면, 밥집은 밥이 맛있어야 하고 의사는 진료를 잘해야 하고, 가수는 노래가 좋아야 한다. 그래서 홈런을 맞은 야구 선수는 덕아웃에서 고개를 숙이고, 나는 칼럼을 쓸 때마다 "왜 이렇게 글을 못 쓸까?"라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제 기능과 역할을 잘할 때야 그 무엇의 존재는 빛을 발하게 된다.
서두가 장황하지만, 이건 요 며칠 서울동부지검의 얘기다. 시작은 12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다. 이 대통령은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에 "백 경정을 수사팀에 파견해 엄정 수사하라"고 했다. 백 경정은 의혹을 처음 폭로한 백해룡 경정이다.
동부지검의 임은정 검사장은 이를 이틀 만에 따른다. 대통령의 무절제한 권한 행사라는 논란, 모른 척해선 안 될 수장(首長)의 지시에 대한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 결과 "'셀프 수사'에 따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사 범위를 정한 백 경정의 별도 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의 난장(亂場)이다. 백 경정은 대뜸 합동 수사팀을 '불법 단체'로 규정했다. 무슨 법을 어떻게 위배한 건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지만, 그는 언론과 유튜브에 "모욕감을 느낀다"거나 "(임 검사장이) 날 먹이는 건가 생각 안 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보스 김영철이 내뱉은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대사만큼이나 아리송한 이유지만, 결국은 "나의, 나에 의한" 수사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련의 흐름을 보자면, 짐작하는 건 백 경정의 착각이다. 이 대통령이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자신을 '선택받은 자'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나보고 하라는 거잖아!" 뭐 이런 식이다. 하지만 백 경정이 지목된 건 그의 능력이 탁월해서가 아니다. 검찰 수사권이 박탈되는 게 경찰이 수사를 잘하기 때문이라고 곡해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대통령 지시는 공적 수사를 사적 분풀이의 통로쯤으로 격하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러나 이를 "수사팀이 시원찮으니, 능력 있는 당신이 가서 직접 해결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매우 곤란하다. 실용을 내세우는 이 대통령에게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 수사의 결과, 즉 쥐를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최근 정치판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정치인인지 배우인지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건 당연하지만, 정치인이 여론 눈치를 보면서 연기에 진심인 건 매우 불편하다. 마찬가지로 수사를 하라고 데려다 놨더니, 선동의 언어로 여론만 자극하는 건 바람직한 공무원의 태도가 아니다. 게다가 검찰 내 대표적인 인플루언서로서 여전히 소셜미디어를 버리지 못한 임 검사장이 여론전에서 백 경정에게 호락호락할 리도 없다. 백 경정의 대거리에 임 검사장은 이미 "수사팀원들이 대견하다 못해 존경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수사팀이 꾸려진 게 지난 6월이었으니 어느새 넉 달이 흘렀다. 의혹의 진실은 언젠가 분명 드러날 것이다. 그때까지 명심해야 할 건, 수사는 정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의혹 입증의 기회를 얻은 백 경정에게도, 수사 지휘자의 리더십을 검증받을 임 검사장에게도, 어설픈 정치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남상욱 엑설런스랩장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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