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이 재판 최종 심사, 헌법에 명시… 4심제 위헌 소지”
더불어민주당이 20일 발표한 ‘사법 개혁안’이 실제 시행되면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큰 폭의 사법 체계 개편이 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헌법 소원 대상에 ‘재판’을 포함하고(재판 소원),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은 물론 재판 지연 등 현실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법조계와 학계 일각에선 “민주당이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결론’부터 내놓고 ‘공론화’를 거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헌법상 삼권분립 정신을 침해하는 위헌 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판 소원 대상 모호
민주당이 당론(黨論)으로 추진하기로 한 ‘재판 소원’은 법원 재판도 헌법재판소의 헌법 소원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헌법 소원은 국가기관 행정처분 등 ‘공권력’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따지는 절차다. 여기에 재판은 들어 있지 않다. 그런데 민주당은 “재판도 공권력”이라며 재판이 헌법·법률을 위배한 경우 재판 소원을 할 수 있게 법안을 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사실상 ‘4심제’이자 위헌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권은 법원에 있고 최고법원은 대법원으로 한다는 헌법 101조 1·2항, 대법원이 재판을 최종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는 헌법 107조 2항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반면 “헌법 소원 대상은 법률(헌법재판소법) 개정 사안이라 위헌이라 하기 어려워 보인다”(이창현 한국외대 교수 등)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은 “재판 소원은 재판의 국민 기본권 침해를 다루기 때문에 일반 판결이 아니며 4심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헌재가 최종 판단 전까지 재판 효력을 정지할 수 있고, 재판 소원을 인용하면 법원이 다시 재판해야 하는 것은 4심과 같다는 입장이다.
재판 소원 대상이 되는 구체적 기준도 불분명하다. 민주당이 발의한 헌재법 개정안에 따르면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등이다.
한 법조인은 “예컨대 9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소송 당사자가 ‘1억원을 받아야 하는데, 법원 재판이 1000만원의 내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기본권 침해로 재판 소원을 거는 것까지 인정해줘야 되느냐”고 했다. 헌재 관계자는 “현재 법안만으로는 구체적인 해석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공론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외부 인사 법관 평가 위헌 우려
민주당이 법관 평가에 지방변호사회의 법관 평정을 포함하게 한 것도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법관이 자기 인사 문제로 재판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변호인들의 ‘눈치’를 보며 소신 재판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법관의 신분을 불안하게 만들어 ‘법관 재판 독립’을 규정한 헌법 103조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판결 이후 대법관 증원 논의를 해온 점도 사법부 권한과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시도란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때는 5월 1일이다. 그 직후 민주당에서 대법관 ‘30명’ ‘100명’ 증원 법안을 잇따라 내놨고, 대법관 증원 논의가 본격화했다. 민주당 안대로 대법관 14명을 26명으로 증원하면, 이 대통령은 임기 내에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다. 한 법조인은 “코드 인사를 통해 대통령에게 유리한 재판 결과가 나오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시기적으로 아주 부적절하다”고 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판 지연’을 해소하겠다며 대법관을 증원하겠다는 민주당이 재판 지연을 심화할 가능성이 큰 재판 소원을 도입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변호사는 “국민의 ‘재판 불복’ 현상은 심화하고, 사건 종결까지 시간이 길어지면서 재판 비용은 증폭될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재판 소원이 도입되면 1만2000건의 사건이 추가로 늘 것이라 전망한다. 현재 헌재는 한 해 약 2500건의 사건을 맡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교수는 “재판관 9명인 헌재 구조를 바꾸지 않고 재판 소원만 도입한다면, 사건은 폭주하고 재판만 지연될 것”이라고 했다. 대법관과 달리 헌재 재판관 수는 헌법에 정해져 있어 증원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재판 소원을 인정하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헌법 재판관이 16명이다. 다만 독일 모델과 관련해, 유병현 고려대 교수는 논문에서 엄격한 상소 제한 제도를 가진 독일과 달리 한국은 거의 제한 없이 상소가 허용되기 때문에 재판 소원은 옥상옥 형태의 제4심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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