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절친, 이제는 절교? 최악 치닫는 美·콜롬비아 관계
트럼프 “마약 국가에 지원 중단”
콜롬비아도 주미 대사 소환 맞불

오랫동안 미주 대륙의 핵심 우방이던 미국과 콜롬비아 관계가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을 마약 조직 우두머리에 빗대며 비난하자 콜롬비아는 미국 주재 대사를 석 달 새 두 번 불러들였다.
욜란다 비야비센시오 콜롬비아 외무장관은 20일 다니엘 가르시아 페냐 주미 대사를 불러들였다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페트로를 ‘불법 마약 조직 우두머리’로 부르며 비난한 데 대한 대응 조치다. 트럼프는 “마약이 콜롬비아 최대 산업이 됐고, 미국에서 거액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데도 페트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오늘부터 콜롬비아에 대한 어떤 지원금·보조금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콜롬비아 외교부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경멸적 언사를 단호히 배격한다”며 비판 성명을 낸 데 이어 하루 뒤 미국 주재 대사까지 불러들인 것이다. 이번 대사 소환은 미국과 콜롬비아 일부 인사가 페트로의 축출을 모의했다는 외신 보도로 파문이 일던 지난 7월 이후 석 달 만이다.
콜롬비아 페트로 정권은 미국과 갈등하면서 좌파·반미 성향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는 폭넓게 협력해왔다. 그러나 이런 외교 노선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콜롬비아는 2022년 8월 페트로 집권 전까지 중남미 내 미국의 최대 우방국으로 우파 정권이 줄곧 통치해온 핑크 타이드(중남미 좌파 연쇄 집권) 무풍지대였다.
그러나 첫 좌파 대통령인 페트로가 집권한 뒤 외교 노선에서 변화가 잇따랐다. 지난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의 책임을 물어 이스라엘과 단교하는 등 미국 중심 외교 노선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우파 집권기 대립각을 세우던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과는 경제·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밀착했다.
올해 1월 트럼프 2기 출범 뒤 미국과 콜롬비아의 관계를 경색시키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 직후 미국 내 콜롬비아 출신 불법체류자들을 강제로 비행기에 태워 콜롬비아로 보냈다. 페트로는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난 뒤 일대일로 참여를 결정했다. 6월에는 페트로의 측근이었던 알바로 레이바 전 외교장관이 미국 공화당 연방 하원 의원들과 페트로의 조기 축출을 모의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스페인어권 신문 엘 파이스에 보도됐다. 페트로가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나에 대한 쿠데타를 모의했다”며 반발했고, 미국 주재 콜롬비아 대사와 콜롬비아 주재 미국 대사대리가 동시에 소환되며 갈등이 고조됐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겨냥해 카리브해에 해군·해병대 병력을 배치하고 마약 운반선 단속에 나서면서 두 나라 관계는 더욱 얼어붙었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소셜미디어에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 격침 장면을 공개하자 페트로는 “불쌍한 젊은이들에 대한 살인”이라고 비난했다. 페트로의 발언 10여 일 뒤 트럼프는 행정명령을 통해 콜롬비아의 마약 퇴치 협력국 지위를 박탈했다.
유엔총회는 고조되던 양측의 갈등이 폭발하는 계기였다. 지난달 26일 뉴욕 유엔 본부 앞에 집결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향해 페트로가 “트럼프의 명령에 불복하라”고 외쳤고, 미 국무부는 페트로의 발언을 ‘무모하고 선동적인 행동’으로 규정해 비자를 취소했다. 페트로는 “유엔 본부를 카타르 도하 같은 민주적인 장소로 옮겨야 한다”고 비난했다.
두 나라 갈등은 내년 6월 콜롬비아 대선을 앞두고 더욱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콜롬비아는 대통령 연임이 불가능하다. 우파 진영은 미국과 관계가 돈독한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정권 교체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고, 좌파 진영 역시 정권 재창출을 위한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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