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10일만에 공습… 트럼프, 부통령·사위·특사 다 보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5. 10. 2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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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흔들리는 美의 ‘평화 구상’

2년간 전쟁을 벌여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 간의 휴전이 성사 10여 일 만에 위기를 맞았다. 하마스가 빠르게 조직을 재건하고, 이스라엘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이스라엘이 다시 하마스 근거지를 폭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측의 총성을 멈추게 한 자신의 ‘가자 평화 구상’ 1단계가 무력화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측근들을 대거 이스라엘에 급파해 ‘치적 지키기’에 나섰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0일 “스티브 윗코프 트럼프 대통령 특사와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스라엘을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트럼프의 가자 평화 구상 1단계에 합의하도록 막후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JD 밴스 미 부통령도 21일 이스라엘로 날아갔다.

가자지구서 이동 중인 이스라엘 전차 이스라엘군 전차가 2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인근 접경 지역에서 이동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이 라파의 무장 단체 하마스 근거지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면서, 최근 양측이 합의한 1단계 휴전이 위태로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AP 연합뉴스

이들은 네타냐후와 만나 “휴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이스라엘 매체들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20일 가자 남부 라파의 하마스 근거지에 공군 전폭기를 동원해 100여 차례 공습해 최소 44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 이후에도 가자지구 내에서 무장 괴한들과 간간이 교전을 벌였으나, 대규모 공습을 한 것은 처음이다.

영국 BBC는 “지난주 트럼프가 이집트에서 ‘평화’의 기치 아래 전 세계 지도자를 소집한 이후 가자지구가 맞이한 최악의 하루였다”며 “휴전 합의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의도적 공격으로 휴전 합의를 위반해 정당한 대응을 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 중장비로 하마스 시설을 철거 중이던 이스라엘군이 땅굴에 숨어 있던 무장 괴한들의 공격을 받아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총 153t의 폭탄을 쏟아부었다”고 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하마스는 휴전 개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스라엘군을 공격해 왔다”며 “휴전을 위반하고 공격할 때마다 막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인정하나, 휴전을 깨선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트럼프의 외교 치적인 가자 휴전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 등은 전했다.

트럼프는 휴전이 발효된 13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를 찾아 “역사에 수천 년간 기억될 큰일을 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곧바로 이집트 휴양 도시 샤름 엘셰이크로 이동해 세계 30여 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휴전을 공식화하는 정상회의를 주재했다. 2년간 치열하게 교전해 온 양측의 총성이 실제로 멈췄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중재를 칭찬하는 세계 각국 정상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운 미국 민주당 소속 고위 인사들도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 이후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은 상황에서, 휴전 파기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마스는 트럼프를 의식한 듯 “휴전 협정 위반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하마스의 무장 조직 알카삼 여단은 “우리는 가자 휴전 합의의 모든 것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며 “라파에서 벌어진 공격에 대해서는 일절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 하마스도 별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주장은 모두 기만적 선전이자 날조”라고 주장했다.

줄곧 하마스를 압박하던 트럼프도 이번만큼은 휴전 파기를 막기 위해 하마스의 주장을 수용하는 모습이다. 그는 19일 전용기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건의 주체는) 하마스의 내부 ‘반란군’”이라며 “가자 휴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어떻게든 적절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네타냐후에게 ‘비례적 대응과 자제’를 주문했다”며 “하마스를 고립시키고 가자 지구 내 대체 행정 체제를 신속히 구축하라는 요구도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도 10여 시간의 공습 후 ‘휴전 복귀’를 선언하며 최측근까지 동원한 트럼프의 ‘메시지’에 부응했다. 그러나 어렵게 시작된 휴전은 점점 ‘살얼음판’이 되어가는 상황이다. 하마스가 1단계 합의에서 약속한 총 28명의 인질 시신 송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이스라엘 내에서는 휴전 회의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하마스가 지금까지 송환한 시신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구에 불과하다.

하마스는 한편으로 가자지구에 대한 장악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통제에 따르지 않는 주민이나 대원을 ‘이스라엘에 부역했다’는 명목으로 총살하고, 청년 수백 명을 강제 징집해 전투 조직을 재건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휴전 이후 가자 평화 구상 2단계 핵심인 ‘하마스 무장 해제’와 ‘하마스를 배제한 통치 체제 수립’에 정반대로 가는 셈이다. 초강경파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하마스는 예상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즉각 공격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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