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62] 영광 송이도 백합탕

전남 영광 칠산바다에는 모래섬이 많다. 바다 생물에게는 산란장·서식처를, 인간에게는 다양한 어패류를 제공하며 때로는 큰 태풍이나 파도를 막는 방파제가 되기도 한다. 섬 주민들은 이곳을 ‘풀등’이라 부른다. 풀등은 강 하류 물속에 모래가 쌓이고 그 위에 풀이 수북하게 난 곳이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나 진우도 등이 모래섬이다. 한강·금강·섬진강·낙동강 등 큰 강 하류에 모래섬이 많았다. 이 모래섬 중에는 칠산바다처럼 바닷물에 자주 잠기는 탓에 풀이 자라지 않는 풀등도 있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옹진군 대이작도 풀등이 유명하다.

칠산바다 풀등은 낙월도·송이도·각이도 주변에 형성됐다. 칠산바다에 영향을 미치는 금강이나 영산강은 방조제로 막혀 있는데 모래는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도 샛강이나 작은 하천에서 공급됐을 것 같다. 봄여름이면 서해에 병어·민어 등이 들어오고, 낙지·바지락·백합이 서식하는 이유다. 환경 변화로 칠산바다를 떠난 조기와 달리 여전히 모래섬에 기대 우리에게 행복한 밥상을 전해 주는 해산물이다.
풀등을 보려고 배를 탔지만, 바닷물이 적게 빠지는 바람에 희미한 존재만 확인했다. 풀등을 제대로 보려면 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에 찾아가야 한다. 어느 해 10월, 그 풀등에서 백합을 만났다. 한 손으로 쥐기 버거운 크기였다. 주민이 먹어 보라며 권했다. 과하지 않은 짠맛에 따라오는 긴 단맛의 여운을 잊을 수 없다. 풀등을 만나려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지만, 송이도 한 식당에서 백합탕도 만났다. 손이 큰 안주인은 옆 섬 낙월도에서 아는 사람이 왔다는 말에 백합을 듬뿍 넣고 끓였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칠산바다를 누비던 어류들은 하나둘 겨울나기를 위해 남쪽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이미 떠난 어류도 많다. 어장을 마친 섬 주민들도 겨울을 나기 위해 뭍으로 나오고 있다. 그래도 섬을 지키는 주민들이 있다. 칠산바다의 풀등이 내준 백합과 맛조개를 기다리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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