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결... 승자는 어느 쪽이 될 것인가
현안마다 충돌 이어져… 국익 최우선해야 할 때 북핵 감싸서야
권력 투쟁으로 이어질 노선 갈등의 서막이 올랐다. 대북·대미 정책을 둘러싸고 정부 내 자주파와 동맹파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좌(左) 자주파, 우(右) 동맹파로 균형 인사를 맞췄으나 집권 6개월도 안 돼 불협화음이다.
성격 급한 자주파들의 공세가 거세다. 과거 진보 정부에서 시간이 지나며 외교부 관료 중심 한미 동맹파에 밀린 트라우마 때문인지 정권 초기부터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기존 학습 효과와 내란 정국 등으로 정권 초기부터 자주파 쏠림이 일어나 균형이 깨지고 있다.

전(前)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 주변에 동맹파가 너무 많다며 이렇게 하면 ‘문 정부 시즌2’라고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군기를 잡았다. 자주파는 9·19 남북 군사 합의 복원, 두 국가론 동조 및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라는 END 이니셔티브 등으로 대북 구애에 주력한다. 남북 교류 복원이 외교·안보 최우선 과제다. 심지어 북(北) 접경지 훈련을 두고 통일부와 국방부가 충돌한다. 군 훈련 중단까지 주장하는 통일부 장관은 총리급 왕(王) 장관 수준이다. 용산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중심 동맹파는 한미 동맹으로 안보의 중심을 잡으면서 북핵 해결을 시도한다. 반면 국정원과 통일부 및 재야 원로 그룹은 ‘평양 우선(Pyongyang first)’에 올인한다.
자주파와 동맹파 간 권력 투쟁 승자가 누가 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모두 이재명 정부 외교 안보의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정부 출범 1년이 되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개각에서 자주파가 확실하게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이 대통령의 귀를 잡았던 역사의 차이다. 자주파가 동맹파보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가 훨씬 오래되고 깊다. 통일부 장관·국정원장 등은 이 대통령 성남시장 재직 전후부터 연을 맺었다. 대북·대미 정책 오리엔테이션은 이미 이뤄졌다.

2007년 무명에 가깝던 이재명 변호사는 정동영 대선 후보 팬클럽에서 활동했다. 정 장관은 대선 낙선 이후 2010년 민선 5기 성남시장 민주당 후보 공천에 큰 힘을 보탰고 지원 유세에도 나섰다. 그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날 이 대통령이 권력의 정상에 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정원장 또한 접촉 이력이 만만치 않다. 판교에 있는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시절부터 근처 성남시 행사에 참여하며 대북 정책 강의를 했다. 자주파들과 이 대통령의 20여 년에 걸친 인연은 직업 외교관 중심 동맹파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장애로 군대에 가지 않고 사법시험을 거쳐 시민운동에 주력하다 정치에 입문한 이 대통령에게 남북 관계는 관심 주제가 아니었다. 소년공 시절부터 가난과 싸운 이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성남시장 이후 자주파들의 민족주의 이론이 단계적으로 전달됐다. 내재적 접근의 유화적 포용 대북 정책이 성남시에 주입됐다. 반미 연대 프레임도 동시에 거론됐다.
자주파 선봉에 선 통일부 장관은 이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에 관해 ‘프리롤(free role)’을 요청했다는 소문이 돈다. 절대적 신임 탓에 대통령실도 통제하지 못한다고 한다. 북한의 남북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동조하며 헌법에 규정된 통일 당위성을 부정하는 등 마이웨이를 고수한다. 국정감사에서 여당 중진의원이 ‘두 국가론’의 국민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이의를 제기해도 꿈쩍도 안 한다. 자신의 주장이 정부 공식 대북 정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에서 비롯된다.
둘째, 정무 감각의 차이다. 자주파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통일부 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등 정무직을 거치며 권력 세계를 현장에서 경험했다. 국회와 행정부를 넘나든 정무 감각은 수년씩 해외 근무를 해야 하는 고시 출신 직업 외교관들에게는 한계가 있다.
셋째, 박지원 의원이 밝힌 속칭 자주파 ‘6인회’의 강력한 입김이다. 대선 이전부터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 자문 원로 그룹인 이들은 대북 포용론자들로 이재명 정부 외교 안보 정책에 반미 카르텔을 형성한다. 이들은 대통령이 앞으로 나갈 수 없도록 동맹파들이 붙든다며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외교 안보 라인 인적 개혁을 주장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까지 주장하며 문민 국방부 장관이 군인들에게 끌려다닌다고 불만이다.
마지막으로 강성 여당 지도부와 ‘개딸’들의 자주파 지원이다. 강성 여당 의원들은 대미 3500억달러 투자에 대해 “귀신 씻나락 까먹는”이라는 시정잡배 어투까지 사용하며 반발했다. 자주파에 힘을 실어주며 동맹파들에게 반미에 적극 나설 것을 압박한다.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사석에서의 대화가 청와대에 보고돼 과장급 인사가 좌천되고 간부들이 책임지고 물러난 ‘자주파 투서 사건’은 대한민국 외교 안보 정책에 부정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밖에 용산 기지 이전, 동북아 균형자론 등 현안마다 동맹파·자주파 대립으로 혼선이 가중됐다. 외교 안보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무너졌다. 미국의 대한(對韓) 의구심을 일으켜 한미 간 심층 정보 협력도 어려워졌다.
양측 대립은 시대착오적이다. 핵무기에 의지하며 인민을 빈곤과 고통으로 밀어 넣는 김정은 정권에 올인하는 정책은 경제와 국익 최우선이라는 국제정치 현실과 맞지 않는다.
국력이 부족한데 자주와 동맹을 구분하는 철부지 갈등은 부질없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조차 자주를 내세우지 않는다. 실용 정부라고 간판을 달았으면 이상주의적·감성적 담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핵으로 무장한 평양을 감싸서 동북아 국제정치 역학 구조를 인위적으로 변경하겠다는 오판은 금물이다. 자주동맹파라는 말장난이 아닌 거시적·미시적 차원의 국익파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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