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영토 포기” 압박받고 유럽서 대응책 찾는 젤렌스키
‘우크라 지원 주도’ 중요도 격상
EU, 트럼프 중재 구상 작심 비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이 사실상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회한 상황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유럽 정상들과 대응 전략 협의에 나선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미·러 정상회담까지 예고하자 공동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20일(현지시간)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는 2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의지의 연합’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회의가 에너지 및 무기 지원 문제에 집중되길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지중해·남유럽연합 9개국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의 참석 사실을 확인하며 “우리는 격렬하게 저항 중인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러 정상이) 우크라이나 운명에 대해 논의한다면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협상 테이블에 있어야 하고, 그 논의가 유럽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면 유럽인들도 반드시 자리에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 참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서 러시아의 종전 조건인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영토 전체를 양보하라고 압박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발표됐다.
러시아는 루한스크 전역과 도네츠크 대부분을 장악한 상태인데 우크라이나가 남은 도네츠크 영토까지 내놓아야 휴전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회담에서 미국산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 거래도 무산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빈손으로 귀국했다.
‘의지의 연합’은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한 유럽의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구상이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흔들릴 때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외교적으로 보호하는 ‘안전판’ 역할을 자처해왔다.
특히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알래스카 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러시아 쪽으로 급속히 기우는 조짐이 나타나자 곧이어 열린 미·우크라이나 회담에 유럽 정상들이 ‘집단 수행원’ 형식으로 동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미·러 회담 장소로 거론된 헝가리가 유럽 내 대표적인 친러 성향 국가로 꼽히는 점도 유럽의 불안감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 과정에서 영토를 내주는 방식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트럼프식 중재 구상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얻게 두면 그다음 요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FT는 유럽 외교가에서 “이제는 트럼프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 인식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의지의 연합’ 회의는 유럽이 주도권을 가지고 우크라이나 지원 체계를 지속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비상급 전략 회의’로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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