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캄보디아 범죄 표적될까" 취업사기 예방교육 몰린 청년들
정상 업무 뒤 절세용 현금 전달 속여
의심하고 주변에 물어보는 습관 당부

"구직 사이트에서 구한 아르바이트가 사실 보이스피싱일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 청년을 노린 취업사기 피해가 잇따르면서 광주 지역에서도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피해를 막기 위해 마련된 예방교육에는 취업을 앞둔 청년들과 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들은 교육 내내 긴장된 표정으로 강사의 말을 경청했다.
21일 오후 2시 광주 북구 행복어울림센터 3층에서 열린 '청년들을 위한 취업사기 예방 특별교육'에는 취업준비 청년과 부모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교육장은 일찍부터 자리를 채운 시민들로 붐볐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과 관련해 지역에서도 유사 신고가 잇따르자 청년층의 불안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강사로 나선 양동규 오엔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최근 캄보디아 단속이 강화되자 베트남·라오스 등으로 범죄조직이 퍼지고 있다"며 "한국 청년이 '월 1천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출국한 뒤 여권을 빼앗기고 감금·폭행당하는 사례가 잇따른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자신이 변호했던 실제 사례를 통해 캄보디아 사기 조직의 구조를 소개했다.
양 변호사는 "실제 모집책인 친구에게 속아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끌려간 청년을 변호한 적이 있다. '주식 투자 자문·권유하는 콜센터 업무'라고 소개받았지만, 실상은 보이스피싱 범죄였다"며 "조직은 중국인이 주범이고, 한국인 모집책이 한 명을 유인하면 300만원가량의 수당을 받는다. 현지에서는 이들이 말단으로 사기에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구직 플랫폼을 이용한 사기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 변호사는 "구직 플랫폼에서 '외근 보조'나 '부동산 수수료 전달'처럼 그럴듯한 공고를 올려 청년을 유인한다"며 "일주일 정도 상권 분석 등 정상적인 일을 시키며 신뢰를 쌓은 뒤 '절세용 현금 전달'로 업무를 바꾸는 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면접도 없이 하루 15만~20만원씩 준다면 의심해야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으로 이용된다"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또 "주범은 해외에 있고, 결국 한국에 남은 전달책만 실형과 손해배상을 떠안는다"며 "실제 판례를 보면 2억원을 전달한 20대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몰랐다'고 해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유죄가 된다"고 말했다.
피해 사례가 하나둘 소개될 때마다 참여자들의 표정은 굳어갔다. 몇몇은 휴대전화로 메모를 남기거나,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사진으로 찍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캄보디아 외에도 위험한 지역이 있나", "피해를 입었을 때 어디에 신고해야 하나", "무고함을 입증하려면 어떤 증거를 남겨야 하나" 등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이날 교육에서는 '쉽게 버는 돈은 없다'는 경고가 거듭됐다.
양 변호사는 "근로계약서를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으며 전자서명을 요구하거나, '절세용 현금 전달'이라 설명하면 모두 의심해야 한다"며 "회사 이름이 검색되고 사업자등록이 있다 해도 실제 존재 여부와 사무실 위치까지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교육이 끝난 뒤 참여자들은 '경각심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김수연(25)씨는 "캄보디아 관련 뉴스를 보며 '이런 정보들이 미리 알려졌다면 그 청년들도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또래 친구들도 워킹홀리데이 등 해외취업에 관심이 많아 혹여 그런 사건에 연루될까 걱정된다"며 "이런 교육이 지역 곳곳에서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대 취업 준비생 김세연씨는 "실제 변호 사례를 통해 사기 수법과 대처법을 자세히 알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누구나 이용하는 대중적인 플랫폼에서 이런 사기가 벌어진다고 해 앞으로는 더 주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년 박모(27)씨는 "범죄에 연루된 청년들을 중 광주 등 지방 출신도 많은데, 일자리가 부족한 지방 청년들이 구직 압박에 시달리다 보니 결국 캄보디아 같은 해외 취업에까지 눈을 돌리게 되는 것 같다"며 "이런 예방교육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방 일자리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3학년 자녀를 둔 이성숙(50)씨는 "자녀가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는데, 이후 취업을 준비하다가 혹시라도 캄보디아 사례 같은 일에 휘말릴까 걱정돼 교육을 들으러 왔다"며 "자녀 또래 청년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가담하고, 심지어 살해까지 당한다니 너무 안타깝다. 늘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가까이하는 자녀에게 강연 내용을 공유하고 주의를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구는 청년 대상 취업사기 예방 및 대처 방법을 담은 카드뉴스와 영상을 제작해 북구 청년센터 SNS 채널에 게시하고, 지역 내 대학 등 청년 밀집 지역에서 '안심일자리 갖기' 캠페인을 추진하는 등 취업사기에 대한 경각심 제고에 나설 예정이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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